안봉호 (군산본부장)
'꼴불견', '자중지란(自中之亂)', '염불보다 잿밥'
최근 시중에서 군산시의원들의 행태를 놓고 회자되는 표현들이다.
시의원이라는 완장을 두르고 자기들끼리 싸움질이나 하면서 내홍을 겪고 있는 군산시의회가 본분을 망각하고 있다고 시민들에게 비춰졌기 때문에 이 같은 표현들이 곳곳에서 터져 나오고 있다.
시의회가 출범한지 20년이란 세월이 흘렀는데도 '어찌 군산시의회는 갈수록 성숙해지기는 커녕 오히려 더 유치해지는 지 모르겠다'는 시민들의 한숨 소리만 들려 온다.
지난해 7월 6대 시의회가 출범하자마자 여성의원 비하 발언으로 고소사건이 터져 온 동네를 시끄럽게 하더니 올들어 지난 2월에는 의원 간담회 자리에서 모의원의 물병투척 사건이 일어나는 등 꼴불견의 모습이 잇따르고 있다.
지난달 23일 부안에서 열린 시의회 역량강화 워크숍에서는 평소 사이가 좋지 않은 시의원 2명이 사소한 시비끝에 몸싸움을 벌였고, 이 과정에서 밥상이 엎어지기도 했다.
이 같은 일이 벌어지자 초·재선 의원들이 모임을 갖고 의장단의 갈등조정 능력을 문제삼아 의장단 사퇴를 요구하는 일까지 벌어졌다. 이 원인이 사무국 직원들의 특정 의원 줄서기 관행과 중선거구제에 따른 같은 지역구 의원간 대립과 갈등에 있든 없든 간에 한마디로 자기들끼리 '찌그럭 짜그락'하는 자중지란이 아닐 수 없다.
이런 가운데 시의회가 '의회사무국에 대한 감사를 실시하겠다'고 밝히는가 하면, 의회 사무국 직원들의 인사조치 요구까지 거론되고 있다.
군산시의회의 폭력사태와 갈등현상을 보다 못한 나머지 시민단체들이 마침내 매를 들고 나섰다.
'군산 미래를 여는 시민의 모임'은 "도덕적 권위가 무너진 군산시의회 의장단은 즉각 사직하라"면서 "폭력을 행사한 시의원은 즉각 의원직을 사퇴하라"고 촉구했다.
군산 경실련도 성명을 통해 "30만 군산시민은 폭력의회로 전락한 군산시의회에 대해 배신감을 느낀다"며 "의회 지도부는 책임을 지고 사퇴해야 한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경실련은 이어 "의장단 즉각 사퇴와 해당 의원에 대한 강력한 처벌이 이뤄지지 않을 경우 지역 12개 시민·사회단체와 함께 이들에 대한 주민소환제를 벌여 나가겠다"고 밝혔다.
민주노동당 군산시위원회, 진보신당 군산시위원회와 민주노총 군산시지부 등 9개 단체도 4일 군산시청 앞에서 '폭력 행사 군산시의원 즉각 사퇴 촉구 군산 시민·사회단체 공동 기자회견'을 갖고 해당 의원의 의원직 사퇴와 의장단 전원 사퇴를 촉구하고 사퇴촉구서를 의회사무국에 전달했다.
시의원들이 자중지란을 벌이고 있는 것은 무엇보다도 자신들 앞에 큰 감을 놓기 위해 '염불보다 잿밥'에 관심이 더 있기 때문이 아닐까.
지방의회는 집행부 견제와 감시를 통해 지역발전을 도모하는 것이 본연의 의무다. 시민들이 뼈빠지게 열심히 일을 하면서 낸 세금으로 월정 급여까지 받아가는 시의원들의 이 같은 자중지란속에서 어떻게 본연의 의무를 다 하길 기대하겠는가.
군산시민들이 안쓰럽다. 그러나 누굴 탓하겠는가, 시민들이 선택한 시의원들이거늘….
/ 안봉호 (군산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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