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봉호 (군산본부장)
조선의 태조 이성계가 개국공신인 정도전에게 팔도 사람들의 성격을 표현해 보라는 지시를 내렸다.
정도전은 경기도는 경중미인(鏡中美人: 거울 속에 비친 미인), 충청도는 청풍명월(淸風明月: 맑은 바람과 밝은 달빛), 전라도는 풍전세류(風前細柳: 바람 앞에 하늘거리는 가늘고 유연한 버드나무) 등 7개도 사람들의 성격을 비유해 표현했으나 태조의 출신지인 함경도에 대해서는 말하지 않았다.
그러자 태조는 무슨 말도 괜찮으니 말해 보라고 재촉했다. 정도전은 함경도는 이전투구(泥田鬪狗: 진흙탕에서 싸우는 개)라고 말하자 태조의 얼굴이 벌겋게 변했다. 정도전은 태조의 기분을 돌리기 위해 즉시 돌밭을 가는 소와 같이 우직하다는 석전경우(石田耕牛: 돌밭에서 밭을 가는 소)라고 다시 표현했다고 한다.
이전투구란 표현은 '태조와 정도전'의 이 같은 대화에서 유래했다고 전해진다. 본래 함경도 사람의 강인하고 억척스런 성격을 특징짓는 말로 사용됐지만 오늘날 자기의 이익을 위해 또는 명분이 서지 않는 일로 진흙탕에서 싸우는 개들처럼 볼썽사납게 다투는 모습을 비유하는데 쓰이고 있다.
최근 군산시의회에서 시의원간에 벌어지고 있는 다툼과 군산항만에서 일어나고 있는 하역사간의 갈등이 바로 이전투구 양상이 아닌가 싶다.
여성의원 비하발언, 물병투척 사건에 이어 사소한 시비끝에 벌어진 시의원간의 몸싸움, 시의회의 의회사무국에 대한 감사요청 등 자중지란은 과연 무엇을 위한 것인지 알 수 없다. 시의회 의장의 병중에 벌어진 이 같은 자중지란은 분란을 일으킨 일부 시의원들이 자신들의 앞에 큰 감을 놓고, 보다 많은 권한을 행사하려는 속셈이 드러낸 이전투구가 아니고 무엇인가.
이 같은 상황은 시의회의 위상을 크게 실추시켜 시민단체로 하여금 회초리를 들게 했고 급기야 경찰의 수사까지 불렀다. 시의회가 집행부의 견제와 감시라는 본연의 임무를 다하기를 기대하는 것은 무리가 아닐 수 없다.
군산항만에서 하역사들간에 일어나고 있는 일 또한 가관이다. 어느 한 하역사가 군산항에 투자를 하려면 행여 물동량을 빼앗기지나 않을까 전전긍긍하면서 시시콜콜한 사안까지 시비를 걸면서 투자에 덜미를 잡고 있다. 또한 화물유치 경쟁에서 서로간에 뒤통수를 쳐 출혈경쟁을 하는 일이 비일비재하고, 자사의 이익과 상반되는 일이 있으면 온갖 권모술수를 총 동원해 저지에 나서고 있다.
현재 군산항은 하역사들간에 싸우는 전쟁터인 진흙탕이 되고 있다. 그러니 어찌 군산항의 발전과 대외적인 경쟁력 향상을 기대할 수 있겠는가.
하역사들끼리 선의의 경쟁을 통해 군산항 발전을 도모, 상생의 길을 찾아 상호이익을 꾀해야 함에도 그와는 정반대다. 항만 주변에서 하역사들이 군산항의 발전을 어렵게 만드는 주역(?)들이라는 비판이 쏟아지고 있는 것도 무리는 아니다.
글로벌시대에 군산시와 군산항이라는 자그마한 우물안에서의 이전투구, 이는 자신을 해롭게 하고 지역발전에 걸림돌이 되는 결과를 초래한다.
이전투구를 지양하는 자세가 군산시의원이나 하역사들에게 모두 절실하다.
/ 안봉호 (군산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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