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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의 향기] 푸른 눈의 수행자가 들려주는 비구니의 삶

"서양에서 자라 궁지에 몰릴 때 말을 잘해서 난처한 자리를 모면하는 것에 익숙해 있던 나는 나를 변호하기 위해 하던 '그렇지만'이라는 말 대신 '제가 잘못을 저질렀습니다. 참회합니다'라는 말을 먼저 배워야 했다."

 

프랑스의 선(禪) 수행자 마르틴 배철러는 1975년부터 10년간 한국에서 비구니로 살았다.

 

18살 친구 집에서 우연히 읽은 '법구경'을 통해 '세상을 바꾸려 하는 것보다 나 자신을 바꾸는 것이 낫겠다'고 깨달은 그녀는 1975년 22살 무작정 아시아로 여행을 떠났고 우연히 들른 한국에서 비구니가 된다.

 

신간 '출가 10년 나를 바꾸다'(웅진뜰)는 배철러가 자신의 경험을 토대로 비구니의 삶을 기록한 책이다.

 

1975년 출가해 송광사 구산 스님 문하에서 10년간 간화선 수행을 한 저자는 자신의 경험과 은사인 선경 스님의 삶을 통해 비구니의 삶이란 어떤 것인지 들려준다.

 

현재 비구니 전통이 살아 있는 곳은 한국, 중국, 대만, 베트남 4개국뿐이다. 그중에서도 비구니 수행 전통을 비교적 온전히 유지하고 있는 곳은 한국이 유일하다.

 

중국과 베트남에서는 사회주의 체제하에서 비구니 전통이 사라졌다가 최근에야 부활했고, 대만은 비구니 역사가 70년밖에 되지 않는다.

 

한국에서 10년간 비구니로 살면서 자신을 낮추는 겸손한 마음 '하심'(下心)을 배웠다고 고백하는 저자는 한국 여성들에게 비구니로 살아간다는 것은 '해방'을 의미한다고 말한다.

 

"비구니 스님들을 만나면 자신 속의 여성적 측면과 남성적 측면 두 가지를 다 통합해 자신의 가능성을 완전히 발현시킨 하나의 인간을 만나는 것 같이 느껴진다. 많은 한국 여성들에게 있어서 출가란 자신을 제약시키는 것이라기보다는 해방을 의미한다."

 

새벽 3시에 일어나 하루에 세 번 예불하고 세 번 부엌에서 일을 도와야 했던 행자 생활, 하안거 결재 기간에 매일 새벽 4시에 일어나 공동 목욕탕을 청소했던 일 등 저자의 생생한 이야기가 흥미를 자아낸다.

 

우리 말로 옮긴 조은수 서울대 철학과 교수는 "한국의 비구니와 그 수행 전통을 소재로 할뿐만 아니라 한국 불교의 수행 전통의 살아 있는 모습을 생생히 묘사해 그리고 있다"면서 "이 책은 한국 불교를 '살아 있는' 전통으로서 알리는 몇 안 되는 영문 책의 하나"라고 평가했다.

 

웅진뜰. 220쪽. 1만2천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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