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봉호 (군산본부장)
지난 2004년 8월 군산항에 마침내 국제무역항의 면모를 자랑할 수 있는 컨테이너 부두가 돛을 올렸다.
이전까지 컨테이너 전용부두 1개 선석 없었던 군산항은 국제물류의 핵심인 컨테이너조차 취급할 수 없어 그야말로 동네 항만이었다. 그런 군산항에 3만톤급 2개 선석 규모로 컨테이너 전용부두가 개장하자 도내 화주들은 '물류비용을 절감할 수 있다'면서 반겼고, 부두 운영회사인 군산컨테이너터미널(주)(이하 GCT)에 전북도와 군산시도 도민과 시민의 세금을 출자했다. 또한 전북도와 군산시는 컨테이너 화물유치 지원조례를 만들어 컨테이너 전용부두를 이용하는 선사나 화주 등에 지난 2006년부터 올해 상반기까지 무려 110억원을 지원했다.
그러나 GCT의 대표이사 선임 과정을 들여다보면 과연 군산항 컨테이너 부두가 제대로 비상할 수 있는지, 전북도와 군산시의 지원이 최대한의 효과를 발휘할 수 있는지 묻지 않을 수 없다.
GCT는 현재 자본금이 84억원으로 군산항의 하역사인 대한통운(주)이 26.9%, 세방(주)과 (주)선광이 각 26.55%, 전북도와 군산시는 10%씩의 지분을 각각 가지고 있다. 또한 총 7명의 이사로 구성된 이 회사의 정관을 보면 대표이사는 이사회의 결의로 선임토록 돼 있으며, 대표이사의 임기는 2년으로 단 1년을 연임할 수 있도록 돼 있다.
문제는 이사로서 군산항 하역사인 대한통운과 선광, 세방이 정관과는 별도의'협약'을 통해 세방→대한통운→선광의 순번으로 대표이사를 맡기로 한 데 있다. 특히 이들 하역사들 가운데 대한통운은 인천·광양·대산·부산항에서 12개 선석, 세방은 부산항에서 2개 선석, 선광은 인천항에서 2개 선석의 컨테이너 부두를 각각 자체 운영하고 있다는 점이다.
이 같은 점을 고려할 때 협약대로 이들 하역 3사에서 파견된 요원이 대표이사직을 수행하면 GCT와 군산항의 발전은 요원하다. 파견된 요원들이 임기 2년~3년 동안 대표이사직을 수행하고 다시 본사로 복귀할 경우, 임기동안 군산항과 GCT의 발전보다는 본사의 지시를 받으면서 소속된 하역사의 이익을 위해 일을 할 게 뻔하기 때문이다. 게다가 더욱 더 우려스러운 것은 군산항으로 유치할 수 있는 컨테이너 물동량을 대표이사 자신이 소속된 하역사가 운영하는 다른 항만으로 유도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점이다.
이 같은 문제가 있는데도 GCT의 대표이사직을 이사인 하역 3사에 소속된 요원들이 순번제로 맡도록 방치한다면 군산항과 GCT는 이들 하역사들의 들러리와 희생양이 될 수밖에 없다.
군산항과 GCT가 하역 3사의 세(勢)나 불리고 이익이나 대변하는 수단으로 전락해서는 안된다.
이들 하역 3사에 소속되지 않는 항만 전문가가 대표이사직을 맡도록 정관에 못을 박는 일이 시급한 이유가 여기에 있다.
전북도와 군산시는 GCT에 20%의 지분을 출자하고 GCT의 자본금 84억원보다 많은 도민과 시민의 혈세인 110억원을 지원한 만큼 군산항과 GCT가 타지역에 본사를 둔 하역 3사의 들러리가 되는 일이 더 이상 없도록 해야 할 것이다.
/ 안봉호 (군산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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