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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의 향기] ⑧독서의 생활화, 그 초서을 다지고자…

국중하(어린이재단 전북후원회장)

현대가 아무리 자본주의사회요 물질만능시대라 하지만, 그러함에 더욱 독서의 중요성을 간과할 수가 없는 일이다. 자고로 동서고금의 누적된 학문과 교양, 철학을 독서를 통해 찾고 연마하며 살아갈 수 있을 만큼 중요시해 온 것이 책이요, 독서였다.

 

예부터 우리의 어른들은 낮으론 고된 농사일을 하고 밤으로 호롱 밑에서 책을 읽는 것(주경야독·晝耕夜讀)을 당연시 했으며 미덕으로도 여겼다. 틈틈이 책에 매달려 살면서 책 속에서 길을 찾고 진리를 구함으로써 바른 생각, 훌륭한 일을 할 수 있다고 굳게 믿었기 때문이었다. 그렇건만 우리에게는 해방 직후까지 책이 무척 귀했다. 잡지도 흔하지 않았고, 신문조차도 여간 귀하지 않았다. 시골에는 마을 이장 댁이나 잘사는 몇몇 유지네 집에서나 신문을 볼 수 있을 정도였다.

 

어느 날, 들에서 모내기 하던 중에 새참을 먹고 나서 잠시 쉬고 있는 참이었다. 두 내외가 한 식구같이 지내며 우리집 일을 돌봐주던 온용균이라는 사람이 있었는데, 흙 묻은 신문지 쪼가리를 들고 도랑의 물로 거기에 묻은 흙을 씻어낸 뒤 골똘히 읽고 있는 모습이 나에겐 참으로 유심하게 보였다. 진짜로 그가 예사로워 보이질 않았기 때문이다.

 

하루 종일 일하고 몸 가누기조차 고단할 텐데도 집에만 들어오면 무엇이든지 읽을거리를 찾고 갈구하는 그였다. 6·25전쟁이 끝나고 서울에도 판자촌이 주거문화가 대부분일 때 그는 무작정 상경을 했다. 그리고는 온돌을 놓는 기술자가 되더니 어느 새 일류 미장공이 되었다. 그런 다음에는 대형 건축공사 하도급 시공사에 이어 드디어는 종합 건설 회사를 설립한 후 서울대 관악캠퍼스 이전공사의 일부 설계에서부터 시공까지 수주를 받았다. 그러한 그의 생활 역정을 가까이에서 지켜보면서 나는 독서의 생활화가 진정 위대한 힘인 것을 거듭거듭 상기했었다.

 

책이란 끊임없이 방황하는 사람을 바로잡아주는 멘토이자 희망의 손길이라고 여겼다. 현실적으로 고민을 스스로 풀기 어려울 때, 그 고민을 잠시 밀쳐두고 소설책을 읽으면서 그 책의 주인공이 되어 다른 세상을 여행하고 나면 뜻밖으로 길이 보이고 맑은 정신으로 그 일에 집중한 경험이 비일비재다.

 

'무중력 상태'를 경험하게 해주는 마법의 도구가 책이라고 말한 어느 작가가 생각난다. 상상과 욕망을 가로막는 현실세계의 중압감이 책장을 펼치는 순간 깡그리 사라지고 공간대와 시간대가 무한으로 확장돼 스스로 삶뿐 아니라 전 인류의 삶을 체험할 수도 있기 때문이라고. 현실이 답답할 때면 책을 펄치고 일상에 갇힌 폐쇄회로에서 과감히 탈출해 훨훨 날아오를 수도 있었다는 얘기였던 것 같다.

 

인간이 먹지 않고 살 수 없듯이 책은 생명의 에너지와 같아 "책은 음식과 같다"는 의학 전문의가 있는가 하면 어느 사업가는 "넓고 넓은 시간의 바다를 지나는 배"에 비유하기도 했다. 아무리 난해한 어떤 문제라도 책속에선 반드시 해법을 찾을 수 있다는 주장일 터이다. 그러기에 영국은 민간단체 북 트러스트가 대학도서관 등과 공동으로 1992년부터 매월 10만 권 이상 어린이들에게 전달하였고, 미국은 저소득층 어린이들에게 정부 주도 북 포커스(Book For kids)와 민간 주도의 퍼스트 북(First Book)운동 하에 1990년부터 지금까지 약 500만 권의 책을 흑인과 빈곤 가정 자녀들에게 보냈다. 그 책들을 받아 읽은 아이들은 그러지 못한 같은 또래 아이들보다 읽고 쓰는 능력이며 수치계산능력 또한 뛰어났다는 관찰 결과가 드러났다니 어찌 예사로운 일일까.

 

한국도 문학단체와 종교단체 등 각 기관에서 산발적이나마 책 보내기운동을 전개하고 있다. 어린이재단 전북본부에서도 소외지역 어린이의 독서 생활화를 위해 전북일보와 함께 '책 나눔 캠페인'을 벌이며 책 기증운동에 기여하고자한다. 1만여 권의 책을 기증받아 저소득가정 아동과 지역아동센터, 아동복지시설 등 아이들을 돌보는 공부방에 보낼 계획이다.

 

자녀들이 다 자라서 현재는 읽지 않는 아동도서나 청소년기에 필독해야할 도서를 소장하고 있는 가정들에서 차세대 어린이를 위해 그들 도서를 기증해준다면 정말 좋겠다. 우리 청소년들의 가슴을 훈훈하게 덥혀 줄 양서를 골라서 진정을 다해 전달하리라. 세상풍파에 대처할 아무런 방패가 없이 자라야하는 아이들과 농어촌의 학생들이 꿈을 꾸고 그 꿈을 실현할 지주를 세울 수 있으리라. 그들 성장 역정의 큰 주춧돌이 될 작은 불씨 한 톨이라도 지펴주기를 삼가 바라는 마음이다. 대한민국을 세계 중심국으로 이끌어갈, 미래의 희망인 청소년들의 알차고 바람직한 독서 풍토에 명실상부한 기틀이 마련되길 바라마지 않는다.

 

책 보내기운동을 함께하는 전북일보와 후원해준 현대자동차 전주공장, 한국GM노조, 한국증권거래소, 아이 엠 아이, 셰플러 코리아전주공장, 롯데백화점 전주점, 전북체신청, 현대스위스4저축은행, 한국KPS 군산사업소, 나무풍경, 노송신협 등 후원사에 이 지면을 통해 깊은 감사를 드리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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