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성원(교육부장)
인사(人事)는 글자 그대로 '사람에 관한 일' 또는 '사람이 하는 일'이다. 사람이 태어나서 살아가는 모든 과정이 인사라고 할 수 있다. 그런데도 우리는 어떤 특정 행위들에 대해서만 '인사'라는 말을 쓴다. 조직내의 자리이동이나 안부·공경의 표시, 사람의 도리, 신세 갚음 등이다. 세상 만사 중에서 굳이 이런 일들에만 인사라는 말을 붙이는 이유는 이런 행위의 안에는 그만큼 중요하고 소홀히 할 수 없는 무엇이 있다는 뜻일 게다.
공직사회의 인사는 항상 많은 사람들의 관심과 평가의 대상이 된다. 인사를 발표하는 측에서도 투명성, 공정성, 형평성, 능력 등의 단어를 동원해 인사의 원칙과 기준을 설명하곤 한다. 많은 사람들의 공감과 이해를 얻기 위한 것이다.
왜 이런일이 벌어질까. 어찌보면 선출직 단체장의 인사권한은 재량행위라고도 할 수 있다. 뜻을 맞춰 함께 일할 사람을 선택하고 기용하되 그 결과에 대해서도 책임을 지는 것이다. 정무직 공무원들이 그런 자리이다.
그러나 정무직이 아닌 일반 행정공무원은 경우가 좀 다르다. 정치적 판단에 따라서만 움직일 수는 없으며 단체장이 누구냐와 상관없이 업무의 일관성과 연속성을 가져야 한다. 단체장이 바뀌더라도 공무는 계속돼야 하기 때문에 정치적 중립성이 보장돼 있다.
공직사회의 잘된 인사는 조직에 활기를 불어넣고 새로운 발전의 계기가 되지만 나쁜 인사는 조직내에 갈등과 불화의 씨앗이 되고 결국 조직을 와해시킨다. 그래서 김영삼 전 대통령은 '인사가 만사'라고 말했다. 공직 인사에 대해 사회의 평가가 뒤따르기 마련이고, 단체장들이 인사에 대한 세간의 평가를 의식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전라북도교육청은 김승환 교육감 취임이후 인사행정에서 청렴성을 인정받아 왔다. '쩐(錢)따라 삼천리'라는 식의 금권인사에 대한 뒷말이 사라졌다. 그 자체로 칭찬받을 만하다. 그러나 다른 한편으로는 측근인사에 대한 우려가 계속되고 있다.
김 교육감은 취임초부터 투명하고 공정하며, 예측 가능한 인사를 강조했고 취임준비위원회에 참여한 사람들을 주요 보직에 임용하지 않을 것이라는 약속도 했다. 그러나 행복한교육공동체추진단이나 TF팀 구성운영 등 취임이후의 과정은 약속과 사뭇 다르다.
취임준비위원회 사무총장을 지낸 차상철 교사의 최근 교육연구관 발탁은 그 내용을 떠나 과정에 하자가 있다. 우선 교육공무원법은 신규채용이나 승급, 승진, 전직, 전보 등 모든 임용의 원칙으로 '능력에 따라 균등한 임용의 기회를 보장'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공무원으로서 하자가 없다고 해서 길거리 지나는 사람을 아무나 데려다가 공무원을 시킬 수 없는 것과 마찬가지로 연구관 임용요건을 갖췄다고 해서 무조건 연구관으로 임용할 수는 없다. 도교육청은 교육공무원인사관리규정에 따라 어떤 기준과 자격을 갖춘 사람을 어떤 과정과 절차를 거쳐 연구관으로 임용할 수 있는지 사전에 지침을 마련해 모든 평교사들에게 똑같이 기회를 보장했어야 했다.
동네에서 윗 어른에게 인사를 잘못하면 손가락질을 받는다. 또 남에게 신세진 일에 대해 너무 물질적으로만 인사를 닦으려고 하다가는 사회적으로 물의를 빚게 된다. 인사가 인사로서 인정받기 위해서는 그 절차와 내용에 대해 많은 사람들이 공감하고 인정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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