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용택 시인 ‘속눈썹’출간
윤후명 시인이 말하는 잃고 사는 사랑에 대한 궁금증이 생길 무렵 김용택 시인(63)의 시집 ‘속눈썹’(마음산책)을 받았다. 2002년 연시(戀詩)만을 담은 ‘연애시집’ 이후 9년 만에 펴낸 연가집(戀歌集).
“이번 시집은 사랑의 길이 써준 시의 집이다. 바람 부는 들길을 지나 해질녘에 찾아든, 따뜻한 새집. 속눈썹이 떨렸던 날들…. 그 연애의 기록이다.”
시인은 한동안 아팠다. “‘섬진강’을 쓰면서 늘 자갈밭에서 노숙하는 것 마냥 고향을 잃은 마음에 아팠다.” 한동안 그런 시를 쓰지 못하고 방황했다. 사랑을 꿈꾸는 것은 ‘브룩클린으로 가는 비상구’ 같았으리라.
‘형, 나 지금 산벚꽃이 환장하고 미치게 피어나는 산 아래 서 있거든 / 형, 그런데, 저렇게 꽃 피는 산 아래 앉아 밥 먹자고 하면 밥 먹고, 놀자고 하면 놀고, 자자고 하면 자고 / 핸드폰 꺼놓고 확 죽어버리자고 하면 같이 홀딱 벗고 죽어버릴 년 / 어디 없을까.’(‘우화등선(羽化登仙)’ 중)
한 때 ‘몽둥이로 두들겨 맞아 죽어도 좋을 사랑’을 꿈꿨던 시인은 사랑의 열병을 앓아본 이라면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시편들을 펼친다. 하지만 사랑이 관능을 넘어 시의 샘이 되기를 원했다. ‘사랑을 파는 시인’이 아니라‘제대로 사랑할 줄 아는 시인’을 꿈꾸고 싶었다.
‘양말도 벗었나요 / 고운 흙을 양손에 쥐었네요 / 등은 따순가요 / 햇살 좀 보세요 / 거 참, 별일도 다 있죠 / 세상에, 산수유 꽃가지가 / 길에까지 내려왔습니다 / 노란 저 꽃 나 줄 건가요 / 그래요 / 다 / 줄게요 / 다요, 다.(‘별일’ 중에서)
쓸쓸한 겨울을 재촉하는 요즘, 그의 시집이 있어 다행이다. 그가 건네는 시가 사랑은 더욱 짙게, 외로움은 더욱 옅게 할 것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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