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대섭 경제부장
정부는 지난해 12월 27일 코레일의 철도운영 독점타파와 경쟁 도입을 위해 신설 고속철도(KTX)의 민간운영자를 선정하겠다고 발표한 후 일각의 반대의견에도 불구하고 사업제안 설명회를 개최하는 등 발 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정부의 정책은 아무리 신중해도 나쁠게 없다. 잘못된 정책은 시행착오를 낳고 세금의 낭비를 가져올 수 있기 때문이다. 올바른 정책이란 충분한 검토와 분석이 전제되고 공감대가 형성돼야 한다.
그러나 정부의 이번 사업제안에 대해 관련단체나 국회의원들이 섣부른 정책이라며 반발에 나서고 있어 혼란이 일고 있다. 정부가 도입하려는 고속철도의 민간경쟁체제 도입 취지에 대한 반론이 나름의 설득력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정부정책에 반대하는 사람들은 먼저 '민간 부문이 들어와 경쟁을 하면 서비스가 개선되고 운임이 인하된다'고 하는 부분에 공감하지 않는다.
서비스가 개선되고 운임이 인하된다는 데 반대할 사람은 많지 않을 것이다. 문제는 수요예측, 비용계산 등 그 근거를 치밀하게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들은 프랑스, 독일 등 철도선진국 대부분은 간선 철도를 독점형태로 운영하고 있다고 말한다. 자연독점시장인 철도는 경쟁이 비효율적이기 때문이라는 주장이다.
또 하나는 코레일이 만성적자이고 방만하기 때문에 도로와 항공처럼 민간 기업을 참여시켜 경쟁을 유도하고 이를 위해 관제도 국가가 관리해야 한다고 하는 부분.
이에 대해서도 철도는 노반과 궤도, 차량, 전차선, 신호통신, 관제가 유기적으로 결합해 움직이는 시스템 산업이기 때문에, 시스템이 흐트러지면 사고와 직결되고 비효율이 발생한다고 역설한다.
'철도는 레일에 금만 가도 신호가 사라지며 열차를 정지시킨다. 자동차가 도로와 신호를 주고받으며 주행하는가? 그럼에도 도로와 항공에 비교하며 각자 따로 놀아도 아무렇지 않은 것처럼 분할을 쉽게 생각한다는 것은 안타까운 일'이라고 반발하고 있다.
시장경제논리에 의거, 경쟁체제를 유도한다고 하는 부분에 대해서도 '철도는 이미 경쟁하고 있다'고 강조한다.
'만약 서울에서 목포로 가려는 사람이 자신의 기호나 형편을 고려해 철도가 아닌 버스나 승용차, 또는 항공기를 이용하기로 결정했다면 선택은 끝난 것이다. 반대로 철도를 이용하기로 마음을 먹었다면 어떤 기준으로 이용하겠는가'라고 반문하고 있다.
'가장 가까운 역에서 자기가 필요로 하는 시간대에 가장 빨리 가는 열차를 이용할 것이며, 원하는 시간에 빨리 갈 수 있는 열차가 있는 데도 A사를 선호한다고 해서 다음에 오는 A사의 열차를 기다리는 고객이 몇이나 될 것인가. 중요한 사실은 선로를 공동으로 사용하는 복수 사업자의 경우 경쟁의 우위는 고객이 가장 선호하는 시간대에 열차운행권을 확보하는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따라서 선로 배분권과 관제권을 갖고 있는 정부에 대한 로비가 필연적이며 거래비용의 증가와 자원의 낭비만 초래할 것이라는 반론을 제기하고 있다.
코레일의 경영에 문제가 있다면 그 원인을 찾아 개선을 해야지 철도산업의 시스템을 흔들면서까지 체제를 바꾸려는 시도는 철도의 경쟁력을 더욱 약화시키지 않을까 우려된다.
정부의 이번 사업제안에 대해 반대의견이 나오고 있는 것에 대해 정부관계자들이 불쾌한 생각만 하지 않았으면 하는 바람이다.
차분하게 설명회나 토론회에서 나오는 의견들을 수렴하고 절충점을 찾아서 철도산업 미래의 청사진을 그려도 늦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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