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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대정신을 읽는 정치인이 필요하다

▲ 김준호 정치부장
4·11총선을 앞두고 전주 덕진 선거구가 시끄럽다. 민주통합당 정동영 의원이 지역구 후임자로 특정 후보를 내세웠던 것에 대한 논란이다. 예비후보들은'상왕정치·대리인 정치를 중단하라'는 정동영 의원을 겨냥한 비난을 쏟아내고 있다.

 

이에 정 의원은 억울하다는 입장이다.

 

정 의원은 최근 본보와의 통화에서 "'후임'이라는 말은 하지도 않았고, 일부 참석자들이 악의적으로 왜곡하는 것"이라면서 "나는 '당차원의 협의를 통해 유 후보가 뒤늦게 덕진구에 왔으니 환영해주라'는 취지의 말만 했다"고 밝혔다.

 

자신의 표현이 '내 후임이니 도와달라'는 것으로 잘못 전달돼 보도된 것에 대한 항변이다. 그러나 정 의원이 지역구 불출마 선언 이후 보여준 일련의 행보를 보면 별반 차이가 없다.

 

정 의원은 지난 1월 17일 지역구 불출마를 선언한 자리에서 자신의 후임과 관련해 "아직 누구를 내세울 지는 결정하지 않았다"면서"오는 5월 31일까지는 지역위원회 위원장이다. 전주시민의 이익과 바람을 위해 끝까지 책임을 다하겠다"며 위원장으로서의 역할론을 강조했다. 후임자 선정과정에서 나름의 역할을 하겠다는 것으로 풀이되면서 정 의원의 행보에 관심이 쏠렸다.

 

이어 1월 26일에는 국회 출입기자들과 만나 "(정동영이 있었던 곳인 만큼) 주민들에게 대한민국 최고는 아니더라도 민주통합당의 최고는 된다는 자부심을 줄 수 있는 사람 정도는 돼야하는 것 아니냐"며 후임자를 간접 거론했다. 이후에도 그는 후임 문제를 반복적으로 언급했다.

 

한편으로는 서울 강남을 선거준비에 바쁜 일정속에서도 수시로 지역에 내려와 당직자 및 지역 인사들에게'사분오열하지 말고 힘을 모아달라'고 당부하는 등 사전 정지작업에 많은 공을 들였다. 그리고 이달 11일 30여명의 당직자를 밤 늦은 시간에 소집, 유종일 후보의 출마 사실을 알리면서'환영해 달라'고 요청했다.

 

그 덕분인지 14일 유종일 후보의 총선 출마 기자회견장에는 민주통합당 전주 덕진 지역위원회 핵심 당직자들이 대거 참석했다. 여기에 자신의 전주 사무실까지 유종일 후보에게 내줬다. 이 정도면 정 의원이 후임자를 내세웠다는 게 틀린 표현은 아니다.

 

이로인해 지역에서는 "지역구 불출마를 선언하면서 밝혔던'공천혁명의 기폭제가 되겠다'는 게 후임자를 내세워 지역구를 물려주는 것이냐"는 비아냥이 쏟아지고 있다.

 

자신이 떠난 선거구에 좋은 인물이 선출되기를 바라는 마음은 이해된다. 그러나 문제는 변화된 정치상황속에서는 그 자체가 시대착오적 발상이라는 것이다.

 

한명숙 대표의'시민에게 공천권을 돌려주겠다'는 말에서 보듯이 현재의 정치는 몇사람이 밀실에서 공천권을 결정하던 이전과는 크게 달라졌다. 이런 면에서 볼때 정 의원의 행보는 시대정신를 제대로 읽지 못한 것이라는 지적이다.

 

지역 정가에서는"시대는 변했는데, 정동영 의원은 아직도 과거에 배웠던 정치 패러다임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고 평가하고 있다. 정치는 빠르게 변하고 있는데, 아직도'계보정치, 패거리 정치'라는 구시대적 틀거리에서 벗어나지 못하다고 있다는 것이다.

 

이 같은 현상은 비단 전주 덕진 선거구만의 일이 아니다. 현재 4·11총선이 본격화되고 있는 도내 각 선거구에서는 기득권 세력들이 지역 정치판을 좌지우지하려는 구태가 여전히 벌어지고 있다. 낡은 지역정치 판을 바꾸려는 유권자들의 현명한 선택에 기대를 걸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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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준호 kimjh@jjan.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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