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협의 '문심조룡'…소설가 장마리씨 서평
3월이고 봄이다.
이제 더 이상은 게으름을 피울 수 없다. 개구리도 기지개를 폈다는데. 책상 앞에 붙여 놓은 '2012년 나의 할 일' 을 모르쇠 할 수만은 없다.
소설 쓰는 일이 내 직업이니 나의 첫째 목표는 작품 낳기!
열 달을 뱃속에다 고이 품고, 죽을 고비를 넘긴 후에야 탄생의 기쁨을 누릴 수 있다는 '낳기'라? 남들이 인정하는 그런 작품을 한번 써보겠다는, 조금 과한 계획이었다. 하지만 어느새 세상은 봄이었고 금방 꽃들이 불쑥불쑥 솟구쳐 오를 텐데, 더 이상은 미룰 수 없다.
문장이란 모름지기 신품, 묘품, 법품이 있단다. 신품은 태어나면서 아는 자이고, 묘품은 배워서 아는 자이고, 법품은 노력해서 아는 자란다. 신품은 배워서 되는 것이 아니고, 묘품은 배울 수 있으나 막상 이르기는 어렵고, 법품은 노력으로 가능하단다. (임영태의 '호생관 최북')
나는 노력을 해도 법품에 다다를까 말까인데, 게으르기까지 하니 내 이름 앞에 '소설가'라는 이름 붙이기가 부끄럽기만 하다. 마음을 다잡고 컴퓨터를 켠다.
하지만, 어디 쉽게 써지면 그게 작품이겠는가? 벌떡, 일어나 책꽂이를 훑는다. 그때, 멋진 놈과 재회를 하니, 그 녀석은 바로 유협의 문장이론서 '문심조룡'이다.
저자 유협은 송(宋)나라 때 사람이다. 유협은 성인의 사상은 문장에 의해 표현되는 것이며, 성인의 경서는 가장 좋은 문장에 있다고 한다. 예로부터 문장은 나라를 안정시키는 데 아주 크게 작용하지만 세월이 흘러 뒤로 갈수록 문장은 날로 신기롭고 경박해진다. 그래서 유협은 文을 계통적으로 논의하는 '문심조룡'을 집필하게 되었다.
그렇다면 유협은 사대부의 자제인가? 아니다. 그는 서족(庶族)에다가 어릴 때 부모를 잃어 출세와 현실이 막막한 인물이었다. 유협은 살 방법을 찾아야 했다.
자신의 저술이 사회적 명성을 얻는다면, 자신의 문학적 재능을 인정해주는 후원자를 만난다면, 살 길이 없지 않다고 믿었다. 그래서 이 책을 집필하게 되었고, 심약이라는 사족(士族)을 만나게 되었으며, 그의 추천으로 황제의 부름을 받게 되었다.
그럼, 어떤 책인지 좀 더 들여다보자. 文心은 바로 글을 씀에 있어 用心을 말한다. 다시 말하면 마음의 작용을 뜻하며, 문장을 짓는 원리를 지칭한다. 雕龍은 修辭를 가리킨다.
짐작했는가? 문장이론서이다. 그렇다. 새로운 작품을 써 보겠다면, 바로 초심(初心)이 필요할 터, 문장이론서부터 읽기로 한다. 그렇다면 이 책은 일반 독자는 읽기 어려운 것인가? 아니다. 역주에 아주 친절하게 이렇게 씌여 있다.
'일반 독자는 반드시 처음부터 끝까지 모두 다 읽을 필요는 없으며 (……) 등을 읽으면 된다.'
아, 다행이다. 봄과 함께 작품을 잉태할 준비를 하게 되었으니.
△ 소설가 장마리씨는 부안 출생으로 2009년 '문학사상'에 단편소설'불어라 봄바람'으로 등단했으며, 원광대 대학원 문예창작학과 박사과정에 재학 중이다. '2010 올해의 문제 소설'에 '선셋 블루스'가 선정됐다.
저작권자 © 전북일보 인터넷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아래 경우에는 고지 없이 삭제하겠습니다.
·음란 및 청소년 유해 정보 ·개인정보 ·명예훼손 소지가 있는 댓글 ·같은(또는 일부만 다르게 쓴) 글 2회 이상의 댓글 · 차별(비하)하는 단어를 사용하거나 내용의 댓글 ·기타 관련 법률 및 법령에 어긋나는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