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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족의식 담긴 난해한 詩

이상 '이상 전집 1 시'…시인 이길상씨 서평

이상은 1937년 4월 폐결핵이 악화되어 세상을 떠났다. 2010년 이상 탄생 100주년이 되는 해였고, 100주년을 맞아 시 선집, 연구논문 등이 쏟아져 나왔다. 그동안에도 이상 논문은 그 수를 헤아릴 수 없을 정도였으니 이상의 인기는 굳이 말하지 않아도 될 듯하다.

 

이상은 시뿐만 아니라 소설과 에세이에서도 천재적 재능을 과시한 작가로서 약 20여편의 소설과 100여편의 시를 썼다. 그는 모국어만이 아니라 일본어로도 적지 않은 시를 쓴 세계적인 감각을 가진 시인이었다.

 

이상 시 연구에서 자주 거론되는 화제는 그의 시에 나타난 모더니즘이었다. 이상 시의 근대성 연구도 이상을 모더니즘 시인으로 간주한 연구서다.

 

그러나 이상이 작가로서 활약한 시기가 일제 강점기였던 사실을 감안한다면 저항의식의 발로인 시들이 반드시 주목되어야 한다. 이상은 시적 모험뿐만 아니라 정치의식과 민족의식도 강한 작가였다.

 

한 예로 일본에 건너가기 전에 누이동생 '옥희'에게 보낸 공개서간을 들 수 있다. 베를린 올림픽 마라톤에서 우승한 손기정의 우승 소식을 들은 이상이 동생을 격려하는 편지를 보냈다.

 

그 편지에서 이상은 '우리들'이란 표현을 하는데, 그 말은 이상 남매를 포함한 조선 민족 전체의 뜻으로 보아야 할 것이다.

 

1930년대 초 저항의식이 반영된 시가 '출판법'과 '공복'인데 독자와 소통이 안 될 정도로 난해한 것은 일제의 혹독한 검열을 통과하고 반체제적 저항을 위장하기 위한 전술이었으리라 추정된다.

 

이상은 반체제적 민족의식으로 인하여 일제의 억압정치에 저항하는 '출판법' 같은 시를 썼고, 사회주의자는 아니었을지라도 자본주의의 비인간적 횡포에 대한 저항심으로 '가외가전' 같은 탁월한 장시를 쓰기도 했으며, 일본의 제국주의에 대한 증오로 '열하약도' 같은 반군국주의 시도 썼던 것이다.

 

이처럼 이상의 시에는 시대적 양심이 내포되어 있다. 이상의 거의 모든 작품의 분위기가 밝지 못한 것도 그 때문이다. 그의 삶과 문학은 식민지적 질곡에 얽매여 있었고 그의 작품은 이를 투철하게 반영하고 있는 것이다.

 

이상의 시는 미학적, 구조적 관점에서 읽지 않아도 마음에 다가오는 특징을 가지고 있다. 그의 시세계엔 민족의식과 식민지 시대의 양심이 살아 숨쉬고 있기 때문이다.

 

 

△ 이길상 시인은 1972년 전주 출생으로 원광대 국어국문학학과와 동대학원 국어교육과를 졸업했다. 2001년 본보 신춘문예, 2010년 서울신문 신춘문예로 등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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