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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로움을 묵혀낸 시간 속에는…

심창만 시인 첫 시집 '무인 등대에서 휘파람'  발간

"심창만의 시는 아프다. 읽다보면 가슴 어딘가가 베어져 있다. 검객처럼 가차 없는 진술들, 단검처럼 단호한 그 진술의 날과 끝이 찌르고 그어대고 토막 내는 것은 다름 아닌 우리 인생의 묵은 앙금들-외로움, 슬픔, 공허인 듯하다. 영적인 내공으로 잘 단련된 검객 같은 시인의 자기 내면과의 피 흘리는 오랜 싸움은, 보는 이를 공포와 연민에 떨게 하고 마음 아프게 하는 동시에 숙연하게 한다. "

 

대학시절 김중식, 이수명 시인 등과 함께 동인 활동을 했던 심창만 시인이 오랜 적요의 시간을 견뎌낸 끝에 낸 첫 시집 '무인등대에서 휘파람'에 대한 동료 최승호 시인의 평이다. 이 시집은 또한 푸른사상사에서 역량을 기울여 펴내고 있는 '푸른사상 시선'의 17번째다.

 

시인은 시집에서 세가지 사실에 주목했다. 이미 지나온 적요의 시간들, 집과 길, 노년의 풍경이 그것이다. 고향 임실에서의 유년·청소년시절 이래 걸어온 50년 삶의 궤적을 압축하는 키워드다. 시인은 오래 묵힌 시간에서 생의 경건함을 확인함과 동시에 존재의 본질이 외로움에 있음을 말하고 있다

 

'아라비아 귀신처럼 우두커니 서서 / 나는 아무 주문도 외지 못한다 / 슬하에 바다를 두었던 한 시대가 낯설다 / 물고기 이름처럼 사소한 바다 /…달빛도 바람도 길을 잃는 / 퀭한 두개골, /무변(無邊)의 파도가 넘실대는 / 이 적요의 중심('무대등대에서 휘파람'중 )

 

"시인은 '무인등대'에서 '휘파람'을 부는 존재다. 왜 시인은 무인 등대를 지키는 파수꾼이자 가객이 되고자 하는가? 그것은 '쓸 만한 저격수'가 사라진 세상이 '혁명도 유배도 이제 절기'처럼 읽도록 유도하기 때문이다. 철 지난 사어가 되어버린 '혁명과 유배'의 기억은 시인에게 침묵의 언어를 수련할 것을 강조하고 있는 것이다."(최승호 시평)

 

서울대 국어교육과를 졸업했으며, 1988년'시문학'우수작품상을 수상한 뒤 1997년 계간 '문학동네'로 본격적인 작품활동을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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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원용 kimwy@jjan.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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