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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만장자 꿈꾸는 열세살 가희, 참 가치를 발견하다

박효미의 '오메 돈 벌자고?'…김자연 교수 서평

요즘처럼 겁나게 메마르고 더운 여름에 얼음에 재운 수박처럼 시원 달달한 웃음을 던져주는 동화가 있다. 이미'일기 도서관'으로도 우리에게 큰 사랑을 받는 박효미의 '오메 돈 벌자고?'(창비)이다.

 

이 동화는 놀이를 통해 백만장자가 되려는 열세 살 가희의 기상천외한 겨울방학 프로젝트로, 요절복통 쫄깃한 전라도 사투리(나만 믿으라고 했지야. 일단 우리도 집으로 가자이. 가서 머리를 협동해 보자고야. 오메 깝깝해르으)를 몇 페이지 간보는 것만으로도 몸이 간질간질하고 마음이 유쾌해진다.

 

그리 넉넉지 않는 바닷가 마을에서 농사를 지으며 살아가는 딸 부잣집 가희네는 제법 반듯한 논을 가지고 있다. 동네에서 제일 크고 반듯한 논은 겨울이면 남자 아이들의 재밌는 놀이공간이 된다. 남자아이들은 꽁꽁 언 얼음 꽝에서 장치기와 썰매를 타면서 하루 종일 즐겁게 논다. 그러나 이런 남자 아이들과는 달리 전나무집 가희, 나희, 다희 세 딸은 두문불출하고 집에서만 논다. 그러던 어느 날 가희 엄마는 연탄불이 아깝다며 가희에게 나희와 한방을 쓰라고 한다. (멀쩡한 연탄을 왜 뺀단가? 연탄이 그 방 싫다던가? p11).

 

방학동안 자기 맘대로 실컷 먹고 자고 놀 계획을 세웠던 가희는 느닷없이 들이닥친 깔끔쟁이 나희와 티격태격 싸우며 생활하게 된 것이 분하고 화가 난다. 가희는 만날 입에 돈이란 말을 달고 사는 엄마에게 돈을 벌어 연탄 값을 주면 다시 혼자 방을 쓸 수 있고, 농사를 망쳐 힘이 빠진 아빠에게도 힘이 될 거라는 생각에 백만장자가 되기로 한다.

 

백만장자의 첫 걸음은 논바닥을 얼려 입장료를 받고 아이들에게 스케이트를 타게 하는 것. 날벼락을 맞은 것은 아이들이다. 졸지에 천금 같은 놀이공간을 빼앗기게 되자 팔석이는 "똥구녁 방구 뀌는 소리 그만해라이. 야! 느그들! 이 가시나말 무시해라이. 언능 편먹자."며 거칠게 대항한다.

 

하지만 여태껏 남의 논바닥에서 공으로 논건 값을 치지 않겠다는 앞뒤 아귀가 딱딱 맞는 가희의 뻔뻔한 논리에 아이들은 울며 겨자 먹기로 돈 대신 구슬을 갖다 바친다.

 

구슬만으로 성이 안찬 가희는 고구마를 구워 팔고, 장치기용 막대기도 구해다 판다. 하나뿐인 막대기를 여럿이 사려 할 땐 값을 높이기도 한다. 그것도 모자라 직접 놀이판에 뛰어들어, 구슬치기 등을 하면서 어린애들을 속여 구슬을 싹쓸이한다. 구슬을 빌려주고 이자까지 받으며 짤짤이에 뛰어든 가희. 마침내 잃어버린 구슬을 되찾으려 엄마의 돈을 슬쩍하기도 한다.

 

하지만 이 동화는 겉으로는 명랑하고 단순해 보이지만 이야기를 들려주는 방식이 결코 가볍거나 단순하지만은 않다.

 

가희는 아이들과 몰려다니면서 세상에는 정말 신나고 재미난 놀이가 많다는 사실을 알게 되고, 착한 얼굴을 한 털보영감이 마을 사람들을 속여 농산물을 빼돌려 자신의 이익만을 챙기는 모습에서 자신의 행동을 새롭게 깨닫는다.

 

시종 웃음을 머금게 하면서도 물질화된 어른의 모습을 살짝살짝 꼬집는 맛이라니! 맛난 사투리를 따먹으면서 한바탕 실컷 논 느낌이다. 발랄한 내용 못지않게 그림을 그린 이경식의 상상력이 펄펄 살아 있는 재미난 삽화 역시 이 책의 묘미를 한층 더해준다.

 

/아동문학가 김자연(전주대 교수)

 

△ 김자연 교수는 전주대 국문과를 졸업하고 동대학원에서 '한국 동화의 환상성 연구'로 박사학위를 받았다. '아동문학평론' 신인상(1985)에 동화가 당선 돼 문단에 나온 뒤 한국일보 신춘문예에 동시가 당선(2000)됐다. 연구서 '한국동화문학연구'와 동화집 '반장 부반장''항아리의 노래'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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