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병규 진안 오천초 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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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교육은 인성교육과 학력교육을 큰 축으로 다룬다. 양축의 우선순위를 가지고 갑론을박하는 사람들이 많지만 요즘은 인성교육을 우선해야 한다는 주장이 탄력을 받고 있다.
그러나 필자는 인성이나 학력보다 우선해야 할 것이 긍정성이라고 생각한다. 어린 시절에 긍정적 자아관이 확립되면 인성함양과 학력신장은 크게 문제가 되지 않기 때문이다.
각 학교에서는 학생의 인성함양과 학력증진에 각고의 노력을 기울이지만, 결과는 실망스럽게 나타나고 있다. 상담교사 배치, 폭력대책위원회 구성, 경찰청의 학교폭력 전담 인력 구성, 국가수준 학업성취도평가, 교원능력개발 평가 등을 철저히 하면 학생의 인성이 좋아지고 학력이 증진될까. 이런 시책은 사후처방은 될지 몰라도 근본을 치료하는 것은 아니다.
인성과 학력을 논하기 전에 우리 자녀들이 저마다 갖고 있는 자존감, 가치, 자긍심, 자신감을 일깨워 주는 교육이 선행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혹자는 이 또한 인성교육의 범주에 속한다고 혹평할런지 모르지만, 현재 시행되고 있는 인성교육과는 확연히 구별된다.
유치원 시절에는 명랑하고 쾌활하던 아이가 초등학교에 다니기 시작하면서부터 부정적으로 변한다.
아이들이 학교에서 새로운 것을 배우고 익히는 가운데 행복해야 할 것인데 그러지 못하다. 그 이유는 가르침(지식)을 이해(인지)하는 속도의 차이를 고려하지 않은 학교 교육 시스템이 큰 원인으로 작용한다고 생각한다.
우리 학교교육을 달리기에 비유하여 보자. 운동장 트랙에 한 학급 세 명의 어린이가 달리기를 한다.
1번 레인은 교내 육상 선수, 2번 레인은 보통의 남자 어린이, 3번 레인은 소아마비 아이 등 세 명을 똑같이 출발시키고, 서열에 따라 상을 준다. 이런 활동이 일상적으로 계속되면 2번 레인 3번 레인 어린이는 어떻게 될까. 달리기 능력이 어느 정도 향상될지 몰라도 심리적으로는 부정성이 증대되고, 달리기에 흥미를 잃게 되며 결국은 달리기를 포기하는 지경에 이를 수도 있다.
학생의 지능과 정서, 학습에 대한 흥미, 심신의 건강상태, 가정환경 등이 각기 다른 학생을 한 장소에서 동일한 방법과 동일한 시간을 투여하여 가르치면, 최정상에 있는 한두 명 이외에는 부정성이 증가할 수밖에 없다. 실패를 거듭하고, 무시당하고 꾸지람과 체벌을 거듭 받으면 부정성이 증대되고 긍정성은 감소한다. 지금 학교에서 실행하는 수준별 수업은 부정성의 증대가 예견되는 교육인 것이다.
필자가 말하는 긍정성을 증진시키는 교육은 학습하는 과정에서 이루어지는 특징이 있다.
수학과의 분수 단원을 예로 들어 보겠다. 초등학교 1학년 수준의 기초단계에서부터 고학년 고급단계까지 수준별·단계별 자료를 한 권으로 만들어 학생들에게 제공한다. 모든 학생이 이 자료를 활용하여 스스로 공부하고 채점하고 피드백하면서, 낮은 단계에서 상위단계까지 학력을 쌓아 간다.
각자 수준에 맞는 학습을 하되, 지도하는 교사는 부진아만 지도하고 손이 모자랄 경우, 먼저 통과한 아이가 부진한 아이를 도와준다. 공부를 잘하고 싶은 아이는 쉬는 시간이나 가정 등에서 무제한으로 학습할 수 있다. 이것을 필자는 '사다리 학습'이라 명명했는데, 학습하는 과정에서 항상 성공만 있을 뿐 실패가 없기 때문에 이 학습을 1~2년 진행하면 크게 학력이 신장되고 긍정성이 증대되는 것으로 검증되고 있다.
본교는 지난 1년간 방과 후 교실을 운영하면서 사다리학습을 적용하였다. 금년 들어 학생 간 다툼이나 욕설 한 마디 듣지 못했고, 교과학력 부진아 한 명 없는 작고 아름다운 학교로 변하였다. 전교생이 20명에서 35명으로 증가했으며 학생들은 자신감과 자긍심에 차있다. 자성예언의 이론과 비슷해 보이는 이 학습방식이 우리 자녀들의 교육적 성장에 도움이 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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