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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인드라 누이'를 기대하며

김양균 전북도 대외소통국장

   
 
 

코카콜라와 펩시콜라는 콜라를 비롯한 음료업계의 양대 산맥이자 100년이 넘는 세월 동안 라이벌이었다. 하지만 그 승자는 항상 코카콜라였다. 후발주자였던 펩시콜라는 아무리 노력해도 코카콜라의 아성을 무너뜨리기 힘들 것처럼 보였다. 하지만 2006년을 기점으로 펩시콜라가 코카콜라를 제치고 업계 1위로 올라섰다.

 

왜 2006년이었을까? 도대체 무슨 일이 일어난 걸까?

 

여러 이유가 있었지만 가장 큰 이유는 이 해에 펩시콜라에 새로운 최고경영자가 취임했기 때문이었다. 바로 펩시콜라 최초의 여성CEO이자, 외국인 CEO인 인드라 누이다.

 

인드라 누이는 인도에서 태어나 대학을 나오고 직장생활을 하다 미국에 온 이민자다. 인도계 미국인이 아니다. 인드라 누이는 1978년 20대 중반에 미국으로 건너왔다. 그리고 모토로라 등 여러 회사에서 경력을 쌓은 뒤 1994년 펩시콜라의 수석부사장으로 취임하며 펩시에 발을 디뎠고, 12년 만에 펩시의 수장이 됐다.

 

인드라 누이의 성공은 우선 인드라 누이 개인의 피나는 노력 때문이다. 하지만 빼놓을 수 없는 것이 이민자에 대해 관대한 미국사회의 분위기 때문이기도 하다. 알다시피 미국은 이민자의 나라다. 또 인종차별에 맞서 싸운 오랜 역사가 있다. 바로 그 때문에 인드라 누이 같은 사람이 미국에서 자신의 능력을 발휘하며 살 수 있게 된 것이다.

 

하지만 우리의 사정은 아직 그렇지 못하다. 결혼이민자를 비롯한 다문화가족에 대한 사회 인프라를 확고히 구축하지 못한 것이 사실이다. 한국이 다문화사회로 접어든 것은 고작 10여년 정도밖에 되지 않았다. 경제부국으로 성장하면서 결혼이민자들이 늘기 시작했고, 우리가 미처 깨닫기도 전에 다문화사회로 접어들었다. 그러다보니 언어부터 자녀교육, 취업 등 결혼이민자들은 한국사회에서 살기 위해 꼭 필요한 것들을 갖추지 못했고 편견과 차별에 시달렸다.

 

하지만 상황이 달라지고 있다. 결혼이민자와 다문화가족 자녀의 이야기를 다룬 영화 '완득이'가 많은 사람들의 심금을 울렸던 것처럼 결혼이민자에 대한 편견이 조금씩 사라지고 있고, 자녀교육과 취업 등에도 조금씩 성과가 나타나고 있기 때문이다.

 

2011년 1월 기준 전라북도에는 8269명의 결혼이민자가 살고 있는데, 이는 8269명의 다문화가족이 존재한다는 얘기다. 문제는 이들의 경제적 여건이 좋지 못하고, 언어발달이 늦어 다문화가정 자녀들의 학습부진도 우려되는 수준이라는 점이다. 다문화가족이 안정적으로 살아가는 바탕을 마련하는 일이 시급한 상태인 것이다.

 

그래서 전라북도는 2006년부터 다문화가족지원정책의 토대를 구축하고, 2009년 다문화가족 지원조례 제정, 전국 최초로 전 시군에 다문화가족지원센터 설치 등 여러 정책을 마련해 결혼이민자가 다문화가정이 전북에서 안정적으로 살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해왔다. 그리고 이제 결혼이민자에만 집중하기 보다는 자녀와 배우자까지 다문화가족 전체를 대상으로 통합적 지원 계획을 마련해놓은 상태다. 결혼이민자의 조기 생활적응을 위한 서비스 확대, 맞춤형 한국어교육, 다문화가족 상담 활성화를 통한 가족갈등 예방 등이 그 방편이다. 또 자녀교육을 위해 예비학부모 교육을 강화하고, 언어발달 지원, 학력신장 지원 등 맞춤형 지원서비스를 시행할 계획이다. 한편으로 결혼이민자의 취업확대를 꾀하고, 결혼이민자의 인권보호를 위해 국제결혼중개업의 관리를 강화할 계획이다.

 

이렇게 경제·사회·문화·교육 인프라와 사회안전망을 구축한다면, 또 꾸준히 다문화가족에 대한 편견과 차별을 없앤다면, 한국에 온 결혼이민자 중에, 또 다문화가정 자녀 중에 한국판 인드라 누이가 나오지 말란 법도 없다. 이것이 한국의 인드라 누이를 기대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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