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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 치정 살인사건 근본 대책 세워야

내연녀를 살해하고 도주한 군산경찰서 정모경사가 결국 검거돼 살인 및 시신유기 혐의로 구속됐다. 정 경사는 숨진 이모씨와 내연 관계를 정리하기 위해 만난 자리에서 말다툼을 벌이던 중 격분해 범행을 저질렀다고 자백했다.

 

한 가정의 가장이고, 공무원인 현직 경찰이 내연녀를 두고 관계 했다는 것도 사회적 비난의 대상인데, 살인을 저지르고 사체를 유기하는 천인공노할 범죄를 저지르고 도주행각을 벌였으니 아연실색할 노릇이다.

 

경찰 발표에 따르면 정경사는 이씨가 얼마 전 임신 사실을 알려오자 합의금을 주고 관계를 정리하려고 했다. 하지만 이씨가 합의금이 적다며 거절했고, 부인에게 불륜 사실을 알리겠다며 정경사 휴대전화를 빼앗으려고 했다. 이 과정에서 화가 난 정경사는 이씨를 살해하고 시신은 유기했다.

 

이에 대해 경찰 관계자는 "정씨의 진술 등으로 미뤄 다투는 과정에서 우발적으로 범행을 저지른 것 같다"고 덧붙였다.

 

물론 이 사건 정황은 살아있는 피의자 정경사의 진술에 대부분 의존한 것이다. 이런 가운데 경찰이 '우발적 범행' 운운하는 것은 성급하고 문제가 있다. 숨진 이씨와 유족의 억울함을 고려하지 않았다. 우발적인지, 계획적인지 여부에 따라 피고인이 받게 될 형량이나 비난 정도가 크게 달라질 수도 있다. 피의자 정씨가 경찰 신분이기 때문에 '봐주기 의혹'이 일 수도 있지 않은가.

 

유족들이 "경찰이 이번 사건을 우발적 범행으로 몰아가고, 마치 거짓 임신을 한 것처럼 발표한 것 아니냐"고 항의한 것은 당연한 일이다. 경찰이 더욱 사려 깊었어야 했다.

 

이번 사건을 계기로 경찰은 과연 윤리의식이 바로 선 집단이고, '민중의 지팡이' 구실을 제대로 하고 있는 집단인지 통렬한 자기반성을 해야 한다. 사적 치정 관계로 일어난 살인사건으로 치부하는 시각도 있는 모양이지만 군산경찰에서만 경찰관 치정 살인사건이 벌써 두 번째다. 지난 2009년 4월 조모경위가 미장원 여주인을 권총으로 살해하고 자살한지 불과 4년만에 비슷한 사건이 일어난 것이다. 이들의 치정 살인사건은 심각한 도덕적 결함이 자아냈다. 미꾸라지 한마리가 도랑물 흐렸다고 탓할 것만 아니다. 모두가 타산지석으로 삼아야 한다.

 

홍익태 전북경찰청장은 5일 수사 과정의 미흡한 부분을 점검하고, 경찰관 윤리의식 관련 프로그램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경찰의 끊임없는 자숙 노력이 요구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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