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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상차림' 음식문화의 우수성

▲ 정혜정 국제한식조리학교장
세계인을 대상으로 한식 한상차림 요리대회인 'K-FOOD 월드 페스티벌'이 성공적인 막을 내렸다. 한식 글로벌화 확산을 위해 전라북도와 외교부 그리고 방송사가 주관한 이번 요리대회는 기존 대회와 차별화된 행사라 더욱 특별한 의미를 지녔다고 생각한다. 세계 10개국 재외공관 예선전에 참가한 외국인들을 통해 한식에 대한 열정과 가능성을 확인할 수 있었고, 본선 진출자들에게 전북 식문화를 체험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함으로써 한국의 맛을 제대로 알릴 수 있었다. 무엇보다 단품요리가 아닌 한상차림의 요리대회라는 점에서 한국의 식문화를 자연스럽게 익힐 수 있는 계기가 되었다고 생각한다.

 

한상차림은 한국 식문화의 특징 중 하나로 공간전개형 상차림이다. 공간전개형이란 모든 음식을 한상에 전개(나열)하여 제공하는 방식으로, 음식을 시간에 따라 하나씩 제공하는 시간전개형과는 구별되는 특징을 가지고 있다. 두 방식의 가장 큰 특징은 음식을 '먹는 사람이 중심이냐' 아니면 '만드는 사람이 중심이냐' 하는 것이다. 즉, 공간전개형에서는 먹는 사람의 선택권이 있지만 시간전개형에서는 음식이 정해진 순서대로 나오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먹는 사람의 선택권이 줄어든다. 또한 시간전개형에서는 셰프의 자부심이 심하게 나타날 경우 자신이 만든 음식이 완벽하다는 생각으로 소금이나 기타 향신료를 테이블에 놓지 않기도 한다. 이에 반해 공간 전개형인 한상차림에서는 모든 음식이 나열되어 먹는 사람 스스로 코스를 선택할 수 있는데, 먹는 순서를 정하거나 원하는 음식을 선별하여 먹을 수 있어 자연스럽게 먹는 사람이 중심이 된다.

 

앞서 말한 것처럼 한상차림은 먹는 사람을 중심으로 생각한 우리의 우수한 식문화이다. 그런데 혹자는 한국의 한상차림을 오히려 단점이라고 말하기도 한다. 한상에 놓인 찌개나 반찬이 개별적으로 제공되지 않아 한 여러 사람이 한 그릇에 자신이 사용하던 수저나 젓가락을 이용해 나누어 먹으면 비위생적이어서 외국인들 입장에서는 매우 낯선 방식이라는 것이다. 하지만 이는 산업화 이후 나타난 방식으로 과거 궁중연회를 기록한 그림을 보면 각자 개인상을 받는 모습을 확인할 수 있다. 즉, 한국이 근대화를 넘어 산업화의 시기를 겪으면서 바쁜 일상에 개인마다 한상을 받기가 어려워 여럿이 한상을 사용하는 방식이 나타난 것이라 생각해 볼 수 있다. 다시 말해 우리의 음식문화인 한상차림은 현대화하는 과정에서 변한 것이며, 과거 우리 조상들은 개인적으로 음식을 제공받을 뿐 아니라 먹는 사람을 중심에 둔 수준 높은 음식문화를 향유하였고 우리 역시 이에 대한 자부심을 지녀도 된다고 필자는 생각한다.

 

우수한 음식문화에도 불구하고 요즘 우리의 음식문화를 보면 다소 안타까운 모습을 볼 수 있다. 필자는 음식문화의 변형에 대해 연구하는 과정에서, 현시점에 우리의 상차림이 궁금하여 많은 가정의 밥상사진을 찍어 보았다. 그 결과 한국과 해외의 상차림을 비교해 보니 상당히 부끄러운 모습이 많이 나타났다. 한국의 많은 가정에서 냉장고에 저장하는 저장용기를 뚜껑만 열어서 그대로 상위에 올리는 모습이 많았기 때문이다. 물론 바쁜 현대사회에서 편리함에 따라 저장용기 그대로 식탁에 올리기도 하겠지만, 우리 모두 편리성에만 빠져들어 삶이 주는 가치와 품격을 포기하는 것은 아닌지 반성해 볼 필요가 있다. 현재 우리는 한식 글로벌화를 위해 힘찬 발걸음을 내딛고 있다. 하지만 냉장고용 저장용기를 아무런 느낌 없이 식탁에 올리는 현재 우리의 모습이 지속되는 한 음식문화로 세계시장에 진입하는 데에 많은 어려움이 있을 것이라 본다. 우리가 꿈꾸는 음식강국이 되기 위해서는 가정에서부터 식문화의 품격을 지켜야 한다. 음식을 정갈한 그릇에 담는 것뿐 아니라 식탁에 꽃 한 송이를 꽂을 여유와 올바른 식탁 매너를 지녀야만 세계시장에서 인정받는 음식문화를 펼치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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