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5일 전주를 방문한 새누리당 정몽준 국회의원이 도내 당협위원장들을 저녁식사에 초대했다. 새누리당 전북도당과 전북도가 정책협의회를 열기로 한 하루 전 날이다. 헌데 식사 자리에 나온 당협위원장은 3명뿐이었다.
정몽준 의원은 차기 대권 예비후보 아닌가. 나에 대한 비토? 아니면 뭔 일이 있지? 정 의원이 생각했을 법한 의문이다.
다음날 전북도청 종합상황실에서 열린 정책협의회에 참석한 당협위원장도 4명뿐이었다. 정운천 도당위원장(전주 완산 을)과 전희재 제2사무부총장(무주·진안·장수·임실), 라경균(전주 덕진), 정영환(김제·완주) 위원장이 그들이고 정몽준 의원, 정양석 중앙연수원장, 이계숙 도당 대변인(도의원)이 함께 했다.
정책협의회는 내년 사업과 국가예산, 대선공약 우선 순위와 지역 현안에 대한 추진전략을 논의하는 중요한 회의다. 그런데 찬바람이 휙휙 불다니? 더구나 새누리당이 요구한 정책협의회 아닌가.
왜 이런 일이 벌어진 걸까. 발단은 정운천 도당위원장의 독선적 당무운영이다. 당협위원장들이 이에 반발한 것이다. 이를테면 당협위원장들과 한마디 상의도 없이 운영위원 10명을 교체해 버렸고, 정책협의회 역시 당협위원장들과 현안을 조율할 기회도 없이 독단으로 결정했다는 것이다. 또 당초 방침을 뒤엎고 도당위원장 경선 선거기탁금을 4,000만원으로 결정한 것도 정 위원장의 독단이라는 것이다.
대선이 끝난 뒤 당협위원장들을 취직시켜 주겠다는 약속도 식언해 버렸고, 특위위원장을 맡았으면 도내 당협위원장 몇사람 정도는 위원에 포함시키는 아량이 있어야 하는데 전혀 관심을 쏟지 않는 등 독불장군처럼 행세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정 위원장 생각은 다르다. 도당 운영을 정상화시키는 과정에서의 진통, 당헌에 따라 운영위 중심체제로 전환하는 과정에서의 반발, 지난 6월 정기 도당대회 개최 문제를 놓고 불거진 갈등의 후유증이라는 것이다.
어쨌건 새누리당 전북도당의 주류와 비주류는 돌아올 수 없는 강을 건넌 것처럼 보인다. 어느 당협위원장의 징계 문제를 놓고는 서로 멱살잡이까지 벌어진 일도 있었고, 정 위원장과 김경안 익산당협위원장은 남성고 동기동창인 데도 간극은 심하게 벌어져 있다.
당의 공식행사 보이콧은 이렇듯 수개월 동안 누적된 갈등의 결과다. 하지만 정책협의회 불참은 당무를 거부한 것이고 해서는 안될 일이다.
사실 새누리당의 당협위원장들을 보면 측은한 느낌이 든다. 그들 말마따나 호남에서 새누리당 활동 하는 건 독립운동 하기 보다 더 힘들다고 자탄하는 그들이다.
하지만 새누리당은 집권 여당이다. 새누리당이 전북에서 힘을 받으려면 당협위원장들이 정부와 중앙당을 오가며 현안을 조율하고 관철시키는 노력을 보여줘야 한다. 기금운용본부 이전, 공항, 새만금 인프라구축, 대선공약사업 등 할 일이 많다. 전북이 홀대받으면 큰 소리로 항의해야 하고 중앙당과 정부를 비판도 해야 한다.
그럴려면 오합지졸 갖고는 안된다. 한 목소리를 낼 수 있도록 에너지를 한데 모으고 뭉쳐야 한다. 정보를 공유하고 격려하지는 못할 망정 서로 손가락질 해댄 대서야 얼굴 들고 다니겠는가.
책귀어장(責歸於長)이란 말이 있다. 조직의 장은 책임질 줄 알아야 한다는 뜻이다. 정운천 위원장이 진정성과 포용력을 갖고 당협위원장들한테 다가가기를 권한다. 진정성이 있다면 풀리지 못할 매듭이 없다. "허리띠 풀어 놓고 술 한잔 한 적이 없다, 마음 터놓고 얘기 한번 해본 적이 없다."는 당협위원장들의 얘기를 귀담아 들어야 한다. 이것이 새누리당과 당협위원장 모두가 사는 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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