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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 붙던 대목장, 이제 옛말여"

【남원 운봉장 가보니】추석특수 실종 빗속 한산…상인들 "평소보다 낫지만" 웃음

▲ 11일 남원 운봉 전통시장에서 김홍권씨가 추석을 앞둔 시장 경기가 예전만 못하다며 튀밥기계를 돌리고 있다.

튀밥집에 불났던 추석 대목장은 이제 허전하고 아쉽고 그리운 풍경으로 그려졌다.

 

남원시내에서 18㎞ 가량 떨어진 남원 운봉 전통시장. 매월 1일과 6일이 장날이다. 추석명절을 앞둔 11일은 말 그대로 정신없이 바빠야 할 대목장이다.

 

하루종일 내린 비 때문일까? 장터는 비교적 한산했다. 3052㎡ 면적에 16개 점포와 몇개의 노점상이 전부인데, 문을 열지 않은 곳도 눈에 띈다.

 

하지만 장터에는 생선, 건어물, 씨앗, 신발, 뻥튀기, 채소, 과일, 양말 가게 등 역시 없는 게 없다.

 

윤지홍 시의원, 김희옥 운봉읍장과 함께 상가 곳곳을 돌며 대목장을 맞은 상인들의 속사정을 들여다봤다. 이구동성으로 나오는 답변, '불 붙던 대목장'은 옛말이다. 그래도 보통의 장날 보다는 조금 낫다며 상인들은 허탈한 웃음을 보였다.

 

"다른 전통시장도 마찬가지겠지만, 운봉장터는 이미 죽었어. 인근 인월장에 비해 운봉장은 크지는 않지만 명절 때에는 괜찮았었지. 근데 지금은 옛날하고 100% 달라. 시골까지 파고든 대형마트가 인근에 3곳이나 있는데 굳이 여기까지 와서 물건을 살 이유가 없지. 어쩔수없는 현실이지 뭐." 상인들이 쏟아낸 말은 푸념과 함께 거침없었다.

 

그나마 이날 운봉읍사무소 직원들이 전통시장 장보기 행사를 펼쳐 조금이나마 활기를 찾는 듯 했고, 몇개의 상가 중 튀밥집은 깡통이 겨우겨우 줄을 이었다. 이 깡통은 옥수수를 볶고 손자들에게 줄 튀밥을 만들기 위한 손님들의 행렬이다.

 

10년 넘게 이 곳에서 튀밥기계를 돌리고 있는 김홍권(70) 씨는 "예전 대목장에 비하면 정말 한산한 편이다. 오전 8시부터 손님들이 찾는 튀밥가게는 사정이 나은 편"이라며 "마음이라도 넉넉하게 갖고 다음 16일 대목장에 다시한번 기대를 걸어야 할 것 같다"고 밝혔다.

 

이날 전통시장을 찾은 주민들은 "어릴 때 동네 어른들은 누구나 대목장을 다녀오셨어. 가끔씩 대목장에 따라나가 팥죽도 얻어 먹곤했는데. 요즘 대목장이라는 말은 듣기 어려워. 어릴 적 추억 속에만 있을 뿐"이라고 말했다.

 

'더도 말고 덜도 말고 한가위만 같아라'는 옛말이 무색할 정도로, 시골 장터는 씁쓸하게 변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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