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렇다면 우리보다 먼저 학생인권조례를 시행하고 있는 경기도, 광주, 서울의 학교문화는 구체적으로 어떤 변화가 있었을까? 다양한 사례를 통해 내려 본 결론은 다음과 같다. 학생인권조례 시행이 1년이 조금 넘는 기간 동안 나름대로의 자리를 잡아가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는 것이다. 물론 모든 면에서 긍정적인 영향만을 주는 것은 아니었다. 다만, 주어진 환경 속에서 학생들과 교사들이 더욱 서로를 존중하고 인권친화적인 학교문화를 만들어가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는 점을 엿볼 수 있었다. 물론 아이들을 지도하기 어려워졌다고 고민을 토로하는 교사들도 있지만, 아이들에게 다가가는 방법을 고민하게 된 것 역시 긍정적인 변화라고 볼 수 있었다.
그렇다면 이제 막 걸음마를 시작한 전북학생인권조례가 학교현장에 연착륙할 수 있도록 우리는 무엇을 준비해야 할까? 먼저 더 이상 학생인권조례의 필요 유무에 대한 소모적인 논쟁은 종지부를 찍었으면 한다. 인권이라는 가치를 우선적으로 고려해야할 학교현장이 더 이상 학생인권의 사각지대라는 오명을 이제는 떨쳐버리자. 이제라도 논쟁이 아닌 당위성이라는 차원에서 학교가 훈육의 공간이 아닌 진정한 교육의 공간으로 재탄생될 수 있도록 우리의 의식을 새롭게 재무장 해보자는 것이다.
둘째, 학생 자신들이 어떤 권리와 책임을 지니고 있는지에 대한 일상화된 교육이 필요하다. 다만, 여기서 걱정되는 것은 권리나 책임 가운데 무엇이 먼저인지에 대한 논란이 있을 수 있다. 학생들의 권리라고 하는 것이 대한민국 학교 역사상 학생들에게 주어져 본 적이 없기 때문에 단언컨대 권리에 대해 아는 교육이 먼저일 것이다. 그런데도 여전히 학생인권에 대한 이야기를 하다보면 많은 사람들이 권리 이전에 책임과 의무를 강조한다. 권리도 누려보지 못했는데 이행해야 할 책임과 의무를 강조할 수는 없지 않은가!
셋째, 교육현장의 인권에 대한 시각이 변해야 한다. 우리는 아직도 인권이라는 보편적 가치라는 측면에서 학생인권과 교사가 바라보는 학생인권이 학교, 교육, 교권을 무기로 상황에 따라 이중적으로 작동하고 있는 것을 목격하곤 한다. 더 이상 교사 개인의 관습적인 경험을 바탕으로 학생인권을 해석하지 말자. 교권과 학생인권이 대립된다는 모순적 사고를 탈피하여 이번 기회를 통해 인권친화적 교권상이 무엇인지에 대한 새로운 모색을 시도해 보자.
마지막으로 학생인권조례가 학교현장에 착근하기 위해서는 교육청의 역할과 지원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지금처럼 단위학교가 많은 교육과정을 소화해야 하는 상황에서 조례에 정해진 인권교육이 자칫 '이벤트'로 끝나버릴 우려가 있다는 것이다. 인권교육의 당위성만을 강조한 체 이것이 또 하나의 업무로 인식되지 않도록 세련된 접근이 필요하다.
인권과 교육이 만났지만, 학생이나 교사가 이것을 어떻게 쓰면 좋을지 아직은 혼란스러울 것이다. 이제는 학생에게 학교는 인권의 산실이어야 하며, 교사에게 인권은 전문성의 출발점이 되어야 한다. 학생인권조례가 희망하는 학교상의 조속한 정착을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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