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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청소년들 언어문화 이렇다

▲ 정성환 전주교육지원청 장학사
“뭘 봐, X발 X새끼야”, “야, 이런 병X~ XX이~ 새끼야!”, “내가 맞지 X발 내가 낫다니까 X새끼들아”. 이 글을 읽는 독자들은 아침부터 왠 욕지거리냐고 당황스러울 것이다. 얼마 전 TV에 비춰진 초·중학교 교실에서 일상적으로 이루어지는 학생들간의 대화 내용이다. 2011년도 국립국어원에서 전국에 있는 중·고 학생들을 대상으로 욕설을 하게 되는 이유를 물었다. “19.6%는 상대방에게 화가 나기 때문, 15.1%는 친근감을 나타내기 위해서, 14.1%는 이제 습관이 돼서”라고 답했다.

 

학생들 문제의식 없이 불량언어 사용

 

전문가들의 진단 역시 크게 다르지 않다. 욕이 호칭이 되고 부사가 되고, 감정표현의 대체수단이 됐는 것이다. 또한 욕을 씀으로써 소속감과 동질감을 느끼고, 소외감을 당할까봐 두려움에 욕을 일상적으로 사용한다는 것이다. 욕도 문제지만 ‘외계어’에 가까운 신조어를 안 쓰면 대화가 불가능할 정도라고 한다. ㄷㅊ, ㅈㅅ, ㅇㄷ 같은 초성묶음(?)은 뭐고, 자삭, 근자감, 버카충, 초글링, 몰컴, 뚜벅이는 또 무슨 뜻이란 말인가! 특히 최근에는 사회적으로 문제가 되고 있는 소위 ‘일베어’들이 어린 10대 학생들 사이에 유행처럼 번지고 있어 또 다른 우려를 낳고 있다.

 

언젠가부터 심한 욕설과 비속어, 외계어 및 유행어, 은어, 신조어 등이 청소년 언어생활의 한 부분이자 문화로 자리 잡았다. 그런데 문제의 심각성은 욕설을 비롯한 비교육적 언어의 사용이 옛날처럼 일부 특정 불량 청소년이나 문제아들에게서만 나타나는 게 아니라는 점이다.

 

공부 잘하고 인기 있는 모범생은 물론이고, 여학생들에게서도 비교육적 언어 사용이 광범위하게 나타나고 있다는 것이다. 즉 예전에는 공부가 뒤떨어지거나 성장환경이 열악한 아이들이 욕설이나 거친 말을 더 많이 한다는 조사 결과가 많았으나, 최근에는 학생의 학업성적이나 부모의 직업, 학력 등과 비교육적 언어사용 사이에 그다지 상관관계가 없다는 것이다. 이제 욕설이나 폭력적인 언어, 저속한 신조어와 같은 비교육적 언어는 소수 학생의 전유물이 아니라 다수 학생이 문제 의식을 느끼지 못하고 보편적으로 사용하는 ‘일상생활어’나 ‘습관어’가 되어가고 있다.

 

문제는 학생들 스스로가 심한 성적인 욕이나 파괴적이고 공격적인 말을 아무렇지도 않게 토해내는 것도 그러하거니와, 그러한 욕이나 거친 말을 듣고도 심한 모욕감이나 불쾌한 반응도 별반 내보이지 않는다는 것이다.

 

청소년들의 언어문화는 가정과 학교와 사회의 경계 벽을 자유롭게 뚫고 삼투한다. 나쁜 언어는 이들 세 경계 벽을 쉽사리 뚫고 침투하는 것이다. 이를 효과적으로 대처하기는 어렵다. 그러나 그럴수록 ‘가정-학교-지역사회의 연대’에 의한 노력과 공론화는 매우 중요하다. 여기에는 일종의 성실성과 인내가 필요하다. 문제의 원인을 하나하나 일상생활 속에서 고쳐나가야 하는 것이다.

 

가정-학교-사회 공동으로 개선해야

 

특히 청소년들이 기성세대와 갈등을 일으키고 기성세대와 소통이 이루어지지 않는 것은 청소년들의 불량 언어사용을 촉발하고 조장하는 원인이 되기 때문에 부모-자녀, 교사-학생 간의 건전한 소통 및 교육이 필요하다. 가정과 학교와 사회가 각기 인근 영역의 어려움을 도울 수 있는 가능성을 모색하고 적용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지속성만 살린다면 가시적 성과를 얻을 수 있을 것이다. 학생 언어문화 개선은 일부 학교의 캠페인 수준으로 끝나서는 안 될 더 이상 늦출 수 없는 우리의 과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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