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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문의 날 단상

▲ 김은규 우석대 신문방송학과 교수
기억하고 관심 갖는 이가 많지는 않겠지만, 매년 4월 7일은 ‘신문의 날’이다. 신문의 날은 1896년에 창간한 독립신문 창간일을 기념해 제정됐다. 한국신문편집인협회가 1957년부터 이 날을 기념하기 시작했기에, 올해는 58회째 맞는 신문의 날이다.

 

독립신문 창간일 기념해 제정

 

사실, 국내에서 발행된 최초의 신문은 정부기관인 박문국에서 1883년에 창간한 한성순보이다. 이에 반해 독립신문은 갑신정변 이후 미국으로 건너 갔던 서재필이 귀국하면서 창간한 국내 최초 민간신문이라는 형식을 띠었다. 역사적으로 먼저 창간된 근대신문이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독립신문 창간일을 신문의 날로 제정한 것은 최초의 민간신문이라는 점과 애국 계몽운동을 표방했던 독립신문 창간정신에 주목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독립신문은 고종의 허가 속에서 국고 5000환 가량을 ‘필립 제이슨’(서재필)에게 내주며 발행토록 한 배경을 가지고 있다. 형식상은 민간신문이지만 발행 과정을 보면 순수 민간신문은 아니었던 것이다.

 

아무튼, 신문의 날을 제정하고 이를 기념하는 것은 단순히 특정 신문의 창간을 기리자는 것은 아니다. 신문의 날을 기념하는 진정한 의미는 언론매체로서 신문의 사명과 사회적 책임을 되새기고 신문이 나아가야 할 올바른 방향을 자각하는 계기로 삼자는 것이다. 지난 4일 개최된 신문의 날 행사 역시 신문의 역할과 사명을 다시 한번 되새기는 자리였다. 기념식에서는 “신문의 기본적 기능은 국민의 알권리를 충족시키고 공동체에 공적 담론을 제공하는 것”, “건전한 여론을 형성하고, 우리 사회가 가야 할 바람직한 미래상에 대한 합의를 이끌어내며, 권력에 대한 끊임없는 견제와 감시를 통해 국민의 기본권을 굳건히 지키는 것이 진정한 신문의 존재 이유”라고 강조됐다. 신문의 사명과 가치를 정확히 짚어내는 적절한 언급이다. 그러나 이러한 말들이 기념식장의 다짐이나 덕담으로서만 그쳐서는 안 될 일이다. 그러기엔 신문의 현실이 녹록치 않기 때문이다.

 

오늘날 신문 매체는 위기에 처해 있다. 신문 위기의 원인은 일차적으로 미디어 융합과 디지털 미디어 시대라는 매체 환경적 변화에서부터 찾아진다. 이른 아침 잉크 냄새 물씬 풍기는 신문을 접하면서 하루를 시작하던 독자들이 스마트한 미디어를 통해 자신이 필요로 하는 정보를 수집하는 미디어 수용자들로 변화하는 세상이 된 것이다. 더불어, 중앙에 치우친 사회문화적 풍토, 보수 언론과 보수 정치세력의 공고한 결합, 신문시장의 과점 구조, 지역 신문의 난립 등 사회구조적 문제와 신문시장의 구조 문제가 중층적으로 얽히면서 한국 신문의 위기를 가중시키기도 한다.

 

하지만, 이러한 미디어 환경의 변화와 구조적 문제만이 신문의 위기를 초래한 것은 아니다. 권력과 자본의 횡포를 견제하는 것이 아니라 이들의 눈치를 보는 신문들, 건전한 공론장이 아니라 정파적 견해에 치우친 신문들, 정확하고 진실한 내용을 전달하는 것이 아니라 모기업의 방패막이로 그 역할을 왜곡하는 신문들과 같이 일그러진 일부 신문의 모습들 역시 신문의 위기를 초래하는 한 원인으로 자리한다. 사회적 공기로서의 역할을 수행하지 못하는 신문들을 누가 어여삐 읽어 주겠는가. 신문계 역시 이러한 문제를 진지하게 고민해 보아야 한다.

 

'시대가 빨라질 때 신문은 깊어집니다'

 

올해 신문의 날을 대표하는 문구는 ‘시대가 빨라질 때, 신문은 깊어집니다’라는 표어이다. 신문의 위상과 생존 방향을 생각해 볼 때 예리하고도 적절한 표현이다. 스마트 미디어를 통해 소통하는 사회에서 신문 매체 역시 그 스마트함을 얼마나 결합시키느냐가 관건이 될 수 있다. 하지만, 저널리즘의 대표 주자로서 신문의 경쟁력은 무엇보다도 내용의 깊이에서 찾아져야 한다. 진실한 정론이 있다면 독자들은 결코 신문을 외면하지 않을 것이다. 공자님 가라사대와 같은 말들이지만, 신문의 날을 맞이하고 신문 주간을 보내면서 새삼 되새겨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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