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악산 자락의 봄 꽃 자연의 경이로움
모악산 근방으로 둥지를 옮긴 후에 더욱 자연과 가까이 할 기회가 많아졌다.
창밖으로 훤히 보이는 모악산 전경도 좋지만 이른 아침 신선한 공기를 마시며 과수원길을 지나 산으로 산책하는 것은 또 하나의 즐거움이다.
지난 주말 날씨가 좋아 모악산 정상까지 맘먹고 오르면서 보니 많은 것들을 보고 느낄 수 있었다.
누가 가꾸거나 옮겨 심지도 않았을 터인데도 나무며 꽃들이 참 조화롭게 어울려 있다는 것을 알았다.
모악산 자락의 봄 꽃 자연의 경이로움
특히 산 곳곳에 피어 있는 진달래는 얼마나 자태가 호젓하며 아름다운지.
산 중턱 큰 나무들 사이의 진달래나무의 키는 내 키 보다 컸다. 평상시에 야트막하게 자란 진달래만 보아왔던 내겐 새로운 발견처럼 느껴졌다. 연분홍 빛깔로 얌전히 피어있는 진달래를 보며 잠시 발길을 멈추고 김소월 시인의 시를 읊다보니 꽃에 딱 어울리는 정말 아름다운 시라는 생각에 스스로 감탄한다.
중인동은 온통 하얀 배꽃이 한창이다. 대학시절 학교교정에도 배나무가 있었는데 배꽃이며 목련꽃이 아름답게 필 때쯤이면 여지없이 중간고사기간으로 학생들이 자연을 감상할 여유가 없었다. 학창시절에 왜 하필이면 중간고사는 이렇게 꽃 필 때 있는가 하며 투덜거렸던 기억이 떠올라 입가에 미소가 번진다.
교수가 된 지금도 한창 감성을 충전시켜야 할 때인데 온갖 시험준비로 자연을 돌아볼 마음의 여유가 없는 학생들을 보면 안타깝다는 생각이 든다.
새삼 그 시절을 생각하며 활짝 핀 배나무의 꽃을 바라보다가 꽃잎 색이 드문드문 분홍빛으로 붉어져 있다는 것을 발견했다.
배꽃이 하얀색인줄 알았는데 이상하다 싶어 자세히 들여다보니 여기저기 햐얀 꽃잎에 분홍색 뭔가가 묻어있었다. 알고 보니 아주머니 몇 분이 배꽃에다 분홍 꽃가루를 찍어 바르고 있었다.
원래는 벌이 수꽃으로부터 꽃가루를 가져와야 하는데 요즘은 벌이 없어 인공으로 이렇게 찍어서 수정을 한다는 것이다.
도회지에서 태어나고 자란 나에게는 새로운 발견이었다. 신기해서 나도 붓을 빌려 분홍 꽃가루를 하얀 배꽃 위에 살짝 찍어보았다. 꽃도 이렇게 암수가 함께 있어야 열매가 맺힌다는 사실을 새삼 상기하면서 다시 어울림에 대해 생각해 본다. 자연도 이렇게 암수가 어울려야 하듯 사람의 삶도 남녀가 평등하고 조화롭게 어울릴 때 최고의 아름다움과 가치가 나올 수 있을 것이다.
또한 세간을 떠들썩하게 하고 있는 계모의 의붓딸 폭행사망사건, 일당 5억의 황제노역사건도 이러한 어울림의 철학 부족에서 나온 결과가 아닌가 싶다.
조화를 이루는 삶의 즐거움 배워야
내가 낳은 자식이 아니라고 어린 아이를 때려서 죽게 하는 비정함도, 부도를 내고 내 회사로 인해 수 많은 사람들이 복구하기 힘든 피해를 입어도 나 몰라라 하고 해외에서 초호화 생활을 하다가 들어와 50일만 몸으로 때우면 된다고 생각하는 중견기업 회장의 발상도, 서민들의 아픈 마음을 읽지 못한 판결도 모두가 더불어 사는 조화의 의미를 깨닫지 못한데서 나온 결과가 아닌가 생각된다.
만물이 생동하며 꽃 피우는 이 봄, 자연으로부터 함께 어울리며 조화를 이루는 삶의 즐거움을 다시 배워보면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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