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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호와 함께 침몰한 정부와 언론

▲ 김은규 우석대 신문방송학과 교수
세월호와 함께 침몰한 것이 한두가지가 아니다. 국가와 정부에 대한 신뢰가 침몰했고, 한국 언론이 침몰했다. 어른들이 설 자리가 침몰했고, 대한민국 국민으로서 자부심도 침몰했다.

 

무능과 무책임을 보여주는 정부

 

세월호 참사 상황에서 보여준 정부의 대응은 ‘정부가 왜 존재하는가’라는 회의가 들 정도로 무능한 모습이었다. 권력 쟁취와 유지를 위해서는 그야말로 치밀했던 정권이었다. 국정원을 비롯 국가기관을 총 동원했고, 언론까지 완벽하게 장악했다. ‘종북’이라는 프레임을 만들어 반대자들을 옥죄는 요술방망이까지 가지고 있었다.

 

그런데, 재난상황에서는 그야말로 무능 그 자체였다. 위기관리 매뉴얼도 없었고, 재난을 대처하는 지휘본부도 제대로 작동하지 않았다. 탑승자의 숫자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고 갈팡질팡 하던 모습, 생존자 구조 골든타임을 최선의 노력이라는 수사적 어휘 속에서 보내버린 구조 상황과 시스템, 부적적한 고위 관료들의 행동들은 무능한 정부의 모습을 보여주는 단면들이다. 바뀌지 않는 ‘구조자 174명’을 보면서 국민들은 한탄스러웠고 무능한 정부에 실망했다.

 

실망이 분노로 바뀐 것은 책임지지 않은 정부의 모습을 보면서부터이다. 무능했던 정부는 이에 대해 책임지는 모습에서도 무능했다. 국가 최고 책임자는 관련자 엄벌을 강조하면서 자신을 무능한 정부로부터 분리시켰다. 대신 실질적 권한 없는 총리를 내세워 책임론을 무마하고자 했다. 이러한 시도가 공감을 얻지 못하자 대통령은 국무회의 모두 발언을 통해 과거의 적폐를 거론하며 유감을 표명했다. 충격과 비통에 잠겨있는 국민정서와 달리 다시 한번 남의 탓으로 책임을 돌린 것이다. 때문에 실망과 분노가 겹쳐지면서 ‘대통령 하야’라는 주장까지 나왔고, 민심은 동요했다.

 

언론 역시 마찬가지이다. 사고 초기 언론보도에는 오보와 선정성이 난무했다. 재난보도에 대한 최소한의 원칙도 없었다. 받아쓰기 저널리즘과 속보 경쟁 속에서 확인되지 않은 얘기들이 기사화 되었고, 대형 오보들이 등장했다. 구조가 진행되는 상황에서 보상금 문제를 거론하기도 했고, 클릭수를 올리기 위한 검색어 장사를 하기도 했다. 희생자와 가족들의 심정을 배려치 않은 흥미성 내용들이 전달되면서 언론으로서의 품격도 잃었다. 당연히 언론은 비판과 불신의 대상으로 전락했다. 언론은 ‘기레기(기자와 쓰레기의 합성어)’가 되었다.

 

재난보도 가이드라인이 제시되면서 초기 보도의 부작용은 그나마 잦아들었다. 하지만 그렇다고 언론이 제 역할을 찾아가고 있는 것도 아니다. 오히려 또 다른 비판과 불신의 길을 걷고 있다. 대표적인 것이 대통령 띄우기 식의 보도이다. 민심과 동떨어진 대통령의 국무회의 모두발언은 대통령의 사과로 포장되고, 분노와 절규는 축소되거나 삭제된 채 유족과 민심을 어루만지는 대통령의 이미지가 언론에 의해 만들어졌다. 책임 규명을 추적하는 과정에서 부각되는 일련의 언론 보도들 역시 찜찜했다. 문제 있는 조직에 대해서는 집중적으로 보도하면서도, 이를 관리 감독하는 정부의 책임추궁에 대해서는 인색했다. 정부의 무능과 책임을 엄중히 따져 물어야 할 상황에서 위기 의식을 느낀 정부의 국면전환용 도구로 역할한다는 비판을 피할 수 없는 언론의 모습이다.

 

예의·책임 없는, 도구 기능하는 언론

 

‘거친 파도에 흔들려도 침몰하지 않으리’. 최근 프랑스의 한 독립언론이 세월호 참사에 대한 우리 정부의 대응을 비판한 기사를 게재하면서 제시한 제목이다. 침몰한 정부와 언론, 그리고 이들에 의해 보호되면서 침몰하지 않는 최고 책임자…. 핵심을 찌르기에 더욱 아프게 다가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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