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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의 사과, 그리고 씁쓸한 뒷맛

▲ 신경민 새정치민주연합 최고위원
사과는 빠를수록, 진실할수록 좋다. 진실한 사과로 인정받으려면 형식과 절차, 내용 면에서 요건을 갖춰야 한다. 눈물과 90도 인사만으로 충분할 수는 없다. 보다 중요한 것은 연민, 공감 그리고 적절하면서도 실질적인 대응일 것이다.

 

연민·공감 있어야 진실한 사과

 

박근혜 대통령은 세월호 사태 이후 여러 차례 사과했고 34일 만인 5월 19일 담화 형식으로 다시 사과했다. 그런데 거듭된 사과에도 불구하고 희생자와 가족 그리고 국민의 불신과 분노는 쉽사리 누그러지지 않고 있다. 우선 사과의 형식에서 질문을 허락하지 않는 담화를 선택한 결정은 부적절했다. 국무회의에서 장차관을 상대로 했던 첫 사과보다는 일보 나아갔지만 국민을 대리한 언론의 질문을 원천봉쇄한 점에서 아직도 국민에게 직접 설명할 마음가짐을 갖지 못했다. 담화 전날 추모시위를 과잉진압했고 시위자를 사법처리한다는 방침이 알려졌다. 또 사복경찰이 유족을 사찰하다가 현장에서 적발됐고 선언에 서명한 교사들을 징계하겠다고 밝혔다. 뒤통수를 치는 주체가 입으로 사과한다면 믿어야 할지 모르겠다.

 

눈물에도 불구하고 대통령 담화에서 연민과 공감을 찾기 어려운 이유는 분명하다. 진행 중인 실종자 수색에 대해 한 마디도 언급하지 않는 치명적인 생략을 저질렀다. 모두 자신의 책임이라고 말은 했는데 청와대의 잘못과 책임에 대해서는 아무 구체적 언급이 없고 청해진해운과 해경 그리고 관료집단의 문제만 언급했다. 또한 세월호 사태의 핵심 중 하나인 보도참사, 그 중에서도 KBS의 신(新)보도지침 사태에 대해 언급하지 않았다. KBS 사장이란 인물이 대통령의 뜻에 따라 보도국장을 해임했다고 말한 사실이 드러났고 초유의 제작거부 사태로 진전되는 상황에서 대통령의 침묵과 과감한 생략은 상식으로 이해하기 어렵다. 이런 일련의 생략들이 모두 우연의 소산일수는 없다. 그리고 만약 의도적 생략이라면 연민과 공감은 애초부터 거론하는 것이 무의미하다.

 

재난 위기대응에는 한없이 무능력, 무책임했던 청와대와 여당은 정치적 위기대응에는 결코 타이밍을 놓치지 않았다. 세월호 사태 초기에는 수습을 지켜보자고 하다가 여론이 나빠지자 총리사임, 검찰수사 카드를 뽑아들었다. 그것으로 모자라니까 눈물의 담화와 함께 해경해체를 내놓았다. 섣부른 언론 공작과 정치적 대응은 현장의 구조와 수색에는 하등 도움이 되지 않으면서 유족과 국민의 분노만 돋웠다. 그런데 쓸 힘이 있으면 아꼈다가 수색과 구조에 더욱 진력하기 바란다.

 

정치적 위기대응 매뉴얼의 다음 페이지에는 뭐가 있을까. 특검과 국조에 관한 일정 협의와 안건 협상으로 시간을 질질 끌면서 국민의 망각과 염증을 유발하는 물타기에 들어갈 것인가. 국회 상임위에 방송통신위원장이 출석할 것을 여당에게 여러 번 요구했지만 번번이 거부하는 것을 보면 여러 번 겪은 정치위기 대응 매뉴얼이 재연되려고 하는 것 같아 씁쓸하다.

 

진심 담아 국가 개조 나서야

 

세월호 사태는 희생자와 가족은 물론 국민의 가슴과 기억에 너무 큰 상처를 남겼다. 이미 역사의 슬픔과 고통으로 자리 잡았다. 이왕 대통령이 국가개조를 말했으니 진심을 담아야 한다. 유럽에서는 이미 30년 전에 성찰과 반성 없이 이룩한 근대화가 위험사회를 만든다는 진단이 나와 사회구조 개편에 들어갔었다. 지금 이 대목에서 구차하게 분노의 화살을 이리저리 분산시키려 꼼수를 부리지 말고 청와대와 지휘부의 무능과 문제점부터 직시하기 바란다. 무망한 기대일지 모르지만 다른 해결방안이 없다. 박근혜 정부를 구할 골든타임을 놓치지 말기 바란다. 그렇지 않으면 국민의 트라우마가 어떤 귀결을 가져올지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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