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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석에서 손 내미는 외로운 청년을 위해

▲ 김윤태 우석대 교수
지난달 21일 동부전선 GOP(일반전초) 총기사건 등을 비롯해 그동안 군에서 일어난 총기사건들은 여러 공통점을 가지고 있다. 특히 함께 생활하던 동료를 향해 수류탄을 터뜨리고 사격을 가하는 과정에서 이들의 범행은 놀랍게도 상당기간 특수훈련을 받은 사람도 수행하기 어려울 정도로 침착하고 계획적이고 치밀했다는 것은 주목할만하다.

 

군 총기사건 원인, 다양하게 분석해야

 

기무사령관 출신의 새누리당 한 국회의원은 컴퓨터 게임 중독이 동부전선 GOP 총기사건을 일으킨 임 모 병장에게 영향을 미쳤을 가능성이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임 병장이 학교 다닐 때 컴퓨터 게임에 아주 몰두했다고 하는데 이런 것도 심리적으로 작용하지 않았는지 생각한다”며 “민간 정신심리학자들을 활용해 특수사례로 정밀 분석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물론 한 개인을 둘러싼 모든 환경은 개인에 있어 심리적, 신체적인 면에서 영향을 주는 변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 하지만 컴퓨터 게임을 그 주원인으로 찾는 것은 개인을 둘러싼 사회 환경에서 주는 다양한 사회적 문제를 무시한 안이한 사고라 할 수 있다. 특히 피해자의 유가족은 물론 현재 군 생활을 하고 있거나 해야 할 청년들과 그 부모들을 생각할 때 사령관 출신 현역 국회의원의 사고로는 부적절하고 무책임하다고 할 수 있다. 이 사건은 재수 없어 발생한 특수 사례가 아니다. 우리사회에서 지속적으로 발생해 왔으며 앞으로도 일어날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에릭슨의 성격이론을 근거로 하면, 청년기는 급격한 신체적 변화와 더불어 새로운 사회적 압력과 요구에 부딪치게 된다. 우리사회의 입시 위주의 경쟁교육과 학벌주의 순치교육 중심 등은 개인의 창의적인 사고와 자아정체감 발달에 부정적인 영향을 가져왔다. 빈부격차의 확대와 사회적으로 무관심한 환경은 이 시대 청년에게 새로운 상황에 어떻게 대응해 나가야 할 지 몰라 더욱 당황하게 만든다. 자기존재에 대해 새로운 경험과 탐색이 시작되는 이시기에 자신이 속한 곳에서 자신의 위치, 능력, 역할 및 책임에 대한 인식은 자아개념에서 매우 중요하다. 또한 동료로부터의 따돌림이나 모욕, 욕설, 무시는 청년기 개인의 윤리적 가치와 신념체계에 커다란 영향을 미치게 된다. 자기가 속한 집단 대다수가 적대적이라는 지각 경험이 축적되면서 인간의 의식은 고립감과 좌절을 경험한다. 가중되는 부담은 결국 자아에 영향을 주면서 심리적 신체적 변화에 직면하게 된다. 모욕으로 인한 분노는 괴물로의 변화를 이끈다. 상처받은 외로운 존재는 자기조절능력을 통해 놀랍게도 치밀해지고 침착해지며 그 대담함으로 복수와 심판으로 합리화된 비극적 상황을 낳는다.

 

공공의 선 위해 일할 수 있는 제도 필요

 

벌써부터 “병영생활상담관을 확대한다”고 하거나 “그린캠프 확대” 등 제도개선책이 나온다. 이는 과거 군 총기사건 발생 때마다 나온 대책들과 비슷하다.

 

그렇다면 또 다른 따돌림인 관심사병제도나 그린캠프보다 공익요원제도의 확대를 통해 시민사회와의 가교를 놓는 것은 어떨까? 환경, 복지, 인권, 장애 등의 분야에서 공공성과 민주시민의식, 공동체 경험을 갖춘 선배들과 함께 공공의 선을 위해 일해 보는 경험은 어떨까? 외로운 청년들이 의무복무 기간을 통해 불완전한 청년기를 완성하고 사회 한 구성원의 역할을 담당하게 하는 의미 있는 기간으로 만들어줄 책임이 우리에게 있다.

 

△김윤태 교수는 독일 마브륵대학교에서 철학박사학위를 받았으며 한국심리운동연구소 소장과 발달장애치료교육원 원장 등을 맡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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