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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년 후 전북은 얼마나 발전할 수 있을까

지역경제 활성화 위해 지자체 중기 지원 정비 슬로우 행정 벗어나야

▲ 양갑수 중소기업중앙회 전북본부장
한동안 소식이 뜸했던 J씨가 무더운 날씨 탓인지 상기된 얼굴로 지난달 말 사무실을 찾았다. 광고물제작 업체를 운영하는 중소기업인으로 도내 한 농공단지에 공장설립을 추진하고 있는 J씨는 지금 몇 달째 서류뭉치를 들고 이 기관 저 기관을 오가고 있다고 했다. 많은 고민 끝에 농공단지에 신규 투자를 결정했지만 부지를 매입하고 공장설립 사업계획서를 비롯한 각종 서류를 작성하여 관할 시에 인허가를 신청하느라 달포 이상을 소모했고 이제는 공장설립자금을 대출받기 위해 뛰어다니고 있다고 했다. 본부에서는 이미 승인이 났는데 일선 창구 담당자에게 막혀 벌써 여섯 번째 서류를 퇴짜 맞고 있다며 허탈해했다. 전화 몇 통으로 지원사격을 해 주었지만 J씨는 올해 안으로 공장설립을 완료할 수 있을지 걱정이 많았다. 아마 장치산업이었다면 공사 끝내고 본격적으로 제품을 생산해 본 궤도에 올리기 까지 최소 2~3년은 걸릴 것 같다고 했다.

 

한편 지난주 중소기업인 모임에서 만난 L씨는 몇 주째 관할 자치단체 공무원 눈치를 살피고 있다고 푸념을 늘어놓았다. 사연인즉 전통 공예품을 생산하는 L씨는 추석명절을 앞두고 홈쇼핑 채널을 통해 대대적인 판촉활동을 준비하고 있는데 홍보효과를 생각한 MD가 해당 지자체의 추천문서를 요구해와 담당과에 부탁했으나 차일피일 미루기만 할 뿐 시원하게 답이 돌아오지 않기 때문이란다. 당장이라도 단체장을 찾아가 보라고 했지만 실무자가 싫어할게 뻔하고 혹여 다칠까봐 그것도 못하겠다는 것이었다. 어렵게 잡은 마케팅 기회가 별다른 효과 없이 흐지부지 되는 것은 아닌지 혼자서 속만 태우고 있었다.

 

도내 중소기업 지원행정의 현실을 보여주는 단면들이다. 모두 알려지지 않아서 그렇지 아마 유사한 일들은 도내에서 매일 일어나고 있을 것으로 보인다. 중소기업에 대한 일선 지방자치단체의 무관심과 관련해서는 전주시의 버스정류장 관련 사례도 중소기업인들 사이에 유명하다. 지난 2008년 7월 전북지방 중소기업청 청사는 팔복동에서 도청 앞 효자동으로 이전했다. 그러나 전주시는 6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팔복동 그 자리에 중소기업청 정류장을 운영하고 있다. 지금도 이곳을 지나는 시내버스에서는 중소기업청에 내리라는 안내멘트가 나온다. 명색이 중소기업 정책을 총괄 집행하는 기관이 이전했는데도 전주시는 수년째 이를 모르고 있거나 알면서도 그대로 방치하고 있는 것이다.

 

민선 6기 시대를 맞아 전라북도는 농업, 관광, 탄소산업의 집중 육성을 통한 300만 시대를 내세우며 출발했다. 당장 손에 잡히는 결과가 나왔으면 좋겠지만 그리 쉽지 않을 것이다. 막 출발한 입장에서는 많은 시간이 남아 있는 것 같지만 실제로는 그렇지 못하다. 계획입지에 공장하나 설립해서 제대로 가동시키는 데도 2~3년 걸리는 게 현실이다. 더욱이 정책 프레임을 새롭게 바꾸고 첨단산업까지 뿌리내리기 위해서는 몇 년이 더 걸릴지 모른다. 조금이라도 빨리 일자리를 늘리고 지역경제를 활성화시키기 위해서는 일선 담당자들의 자세부터 일신해야 한다. 서둘러 조직을 정비하고 도내 중소기업들에 활력을 불어넣어야 한다. 또 경제정책 수립 시에는 행정전문가들과 기업인들이 머리를 한데 모아야 한다. 중소기업인들로 중소기업 정책자문단을 구성하여 현장의 목소리를 적극 수렴해야 시행착오를 줄일 수 있다. 4년 후에 전북이 얼마나 바뀔 수 있느냐는 얼마나 슬로우 행정을 벗어날 수 있느냐에 달려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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