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더의 소명의식이 조직 변화 이끌어
분위기가 이럴 망정 누군가는 총장에 선출될 것이다. 총장 후보는 9명이다. 기호 순으로 열거하면 이귀재(52·환경생명자원대) 김영곤(59·의학전문대) 양오봉(51·공과대) 한길석(56·상과대) 이남호(54·농업생명과학대) 김동원(54·공과대) 김선희(57·의학전문대) 신형식(58·공과대) 김세천(59·농업생명과학대) 등이 그들이다. 지인인 이 대학 교수는 “3명은 왜 출마했는지 모르겠고, 3명은 ‘깜’이 아니며 3명 정도가 경쟁력이 있다.”고 했다. 교직원들 사이에 나도는 하마평일 것이다.
전북대는 지역 거점 대학이다. 1947년 설립 당시 조선황실의 지원과 전북도민의 성금으로 세워진 ‘도민의 대학’이다. 따라서 지역사회가 관심을 가질 수 밖에 없다.
전북대 역사는 깊다. 전남대보다 하루 먼저 인가를 받았고 충남대보다는 10년이나 긴 역사를 자랑하고 있다. 한 때 두각을 나타냈지만 1990년대 수도권 중심의 대학정책이 시작된 이후 위상이 크게 떨어졌다. 2000년대 들어서는 연구비 유용 및 횡령, 학위매매 사건 등 비리가 터지면서 최악의 상황으로 치닫기도 했다.
안일한 학교 경영과 환경변화에 적응하지 못한 탓이다. 언론사 평가에서 전국 43위라는 참담한 성적표를 받는다. 2006년의 일이다. 이 시기를 기점으로 전북대는 변환기를 맞는다. 대대적인 개혁과 교육 연구시스템의 혁신이 이뤄졌다.
이를테면 교수 승진 및 재임용 기준 강화, 정년보장 교수의 연구실적 제출 의무화, 교수 면직제도 국립대 최초 도입 등이 그런 예다. 실제 교수 5명이 면직되기도 했다. ‘교수는 철밥통’이라는 고정관념을 깨 부순 것이다.
당근정책도 병행됐다. Nature, Science, Cell 등 3대 과학저널에 논문이 게재되면 최대 1억 원 장려금을 주는 등 우수논문에 대한 인센티브도 국내 최고 수준으로 제공했다. 세계 수준 논문(SCI논문) 증가율 전국 1위, 이공계 교수 1인당 SCI급 논문 수 거점국립대 1위, 인문사회 교수 1인당 연구재단 등재 논문 수 국립대 1위 등은 개혁의 결과물이다.
이런 실증적 사례는 리더가 어떤 소명의식을 갖고 조직을 이끌어 가느냐에 따라 결과는 판이하게 달라질 수 있음을 보여주는 본보기이다. 서거석 총장의 지난 8년 경영은 전북대를 서너단계 업그레이드시켰다. 개혁 드라이브를 걸 당시 필자는 서 총장을 향해 ‘욕 먹는 총장이 되라’는 칼럼을 쓴 적이 있다. 개혁은 고통을 동반하는 것인데 욕 먹지 않을 수 없는 일. 서 총장은 실제로 욕 많이 얻어 자셨다. 하지만 결과는 빛나고 있지 않은가. 8년이 지난 지금 질적 양적 성장이 가시화됐고 국내 10위권 대학의 반열에 올라 있다.
시대정신 맞는 역량·리더십 가져야
이젠 차기 총장에 관심이 쏠려 있다. 핵심 조건은 전북대를 한단계 더 상승시킬 수 있는 마인드와 역량이다. 그런데 후보 중에는 저간의 성과를 폄훼하며 총장에 당선되면 각종 제도를 느슨하게 고쳐 구성원들의 부담을 덜겠다는 이도 있고, 음해와 흑색선전에 주력해 온 이도 있다. 실현가능성 없는 공약을 남발하거나 기성 정치인 못지 않게 교외의 정치꾼들을 동원해 선거운동을 벌인 이도 있다. 총장에 당선돼선 안될 후보들이다.
내일이 선거일이다. 선거인단 48명(교내 36명, 교외 12명)의 책임이 막중하다. 글로벌 경쟁시대에 지속적인 발전을 담보할 인물이 누구인지, 시대정신에 맞는 역량과 리더십을 가진 후보가 누구인지 곰곰이 생각해 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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