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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감에게 도리를 말하다

▲ 정우식 전북청소년교육문화원장
올해 전북교육계를 되돌아보면 우울한 뉴스들로 가득하다.

 

스포츠 강사와 Wee클래스 전문상담사 등 학교비정규직들은 대량해고로 말미암아 지난해 12월초부터 설날 즈음까지 파업, 삭발, 단식농성에 거리시위까지 해야 했다. 2014년 전북교육계는 그렇게 시작되었다.

 

이번 연말에는 어린이집 종사자들과 학부모들이, 전북교육청만 2015년도 누리과정 예산을 단 한 푼도 편성하지 않는 바람에 추위 속에서 보름 넘게 시위를 하며 보내야 했다. 그나마 다행스럽게도 여론의 질타와 도의회의 적극적인 대응에 힘입어 누리과정 수정예산 202억 원이 편성되고 3개월분 보육료를 지원받을 수 있게 되었지만, 이미 깊은 상처를 남긴 뒤였다. 교육감의 고뇌를 모르는 바 아니나, 법리만 앞세운 이의 자가당착이다. 긍휼함을 잃은 법 해석은 지도자의 덕목이 아니다.

 

법리보다 우선하는 것은 도리

 

목말라 죽어가는 사람에게 양자강에 물이 넘치니 그 물을 끌어올 때까지 기다리라 해선 안 된다. 조선시대에 제수씨의 손목을 쥐는 것은 금기시되었다. 그러나 제수씨가 물에 빠져 죽을 지경이 되었는데도 법도에 어긋난다며 수수방관한다면 이는 도리를 다하지 않은 것이다. 손목 아니라 허리춤이라도 잡아끌어 목숨부터 구하고 보는 것, 그것이 바로 도리인 것이다.

 

4월에는 전주의 한 중학생이 4층 교실에서 투신했고 어린이날 끝내 숨을 거두었다. 전문상담사가 있었다면 예방 가능한 사고였을지 모른다. 5월에는 고창의 한 초등학교에서 1학년 어린이가 일과 중에 안전사고로 숨지는 사고가 일어났다. 이 역시 학교에 스포츠강사가 없는 상태에서 벌어진 사고였다. 어찌된 영문인지 거의 보도조차 되지 않고 넘어갔다. 교육감은 사과 한 마디 없이 세월호 얘기만 되뇌었다. 사후 보상절차나 관련 대책은 들어본 바 없다. 그러는 사이 또 12월에는 익산의 한 중학생이 학교 창문 난간과 함께 추락사하는 참담한 안전사고가 발생했다.

 

얼마 전에는 전북 중학생들의 기초학력 미달비율이 전국에서 가장 높아 꼴찌를 기록했다는 발표가 있었다. 기초학력 미달은 낙후와 소외의 대물림으로 이어지는 엄중한 사안인데도 교육청은 학업성취도 평가의 의미를 축소할 뿐, 심각성을 받아들이고 자성하는 태도를 느끼기는 어려웠다.

 

인정하고 싶지 않을지 모르지만, 교육감은 전북교육의 최대 권력자이다. ‘갑’ 중에서도 ‘슈퍼갑’이다. 이러한 현실을 인정하고 진정성 있게 소통하려는 노력을 기울이지 않으면, 지도자나 조력자가 아니라 지배자로 전락하고 말 것이다. ‘을’처럼 처신한다고 해서 덮어질 일이 아니다.

 

교육감의 판단 하나에 모든 게 좌지우지되는 상황은 전북교육에 불행한 일이다. 전북교육에서 실종된 리더십과 파트너십 회복을 위해 뼈를 깎아야 한다. 학부모 특강은 손쉽고 달콤하지만 이것으로 위안 삼을 일이 아니다.

 

교육감은 전북교육의 '슈퍼 갑'

 

아이들의 안전사고에서나 학교비정규직 해고, 어린이집 예산편성, 기초학력 미달 사태, 어느 장면에서도 교육감의 진솔한 사과의 말 한마디 들을 수 없어 안타까웠다. 도리를 다하지 않은 것이다. 정치나 기업의 ‘슈퍼갑’들과 다를 바 없었다.

 

지난 6월 선거 때 어느 전문상담사의 6살 난 아이가 TV에 비친 김승환 후보를 보자, “엄마 괴롭히는 나쁜 아저씨가 왜 테레비에 나와?”라고 했다 한다. 아프게 받아들이시기 바란다. 권력자가 자기 도리를 다하지 않으면 이런 평가를 피할 길 없다.

 

도교육청 현관에 씌어있는 ‘가고 싶은 학교 행복한 교육공동체’라는 슬로건처럼 2015년에는 혼란보다는 희망을 만들어가는 교육감이 되시기 바란다.

 

도리에 어긋난 말이 있거든 용서를 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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