맞춤형 복지라는 용어가 있다. 빈곤이나 실직 등 가구별, 혹은 개인별로 현저한 문제나 욕구에 대응하여 복지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이 맞춤형 복지이다. 빈곤대책으로서 기초생활보장제도와 관련하여 지난 7월 20일부터 맞춤형 생활보장제가 시행되고 있다. 맞춤형 생활복지를 위해서는 사회복지공무원의 정밀한 조사가 필요하다. 여기에는 소득, 재산, 근로능력, 부양의무자의 존재, 각종 이전소득의 존재 등 매우 다양한 신상정보가 동원된다.
새로운 방식의 기초생활보장제도
독자들은 작년 초 서울시 송파세모녀 자살사건을 비롯한 여러 안타까운 복지 사각지대 사건들을 기억하실 것이다. 사건들의 핵심은 이렇다. 실직이나, 질병, 장애, 가정파탄 등이 이중, 삼중으로 겹친 어떤 가족이 생존을 위해 국민기초생활법상의 생계지원을 신청하여도, 부양가족이 있다거나 노동능력이 있는 것을 바탕으로 추정소득을 가정한다거나, 재산 환가액 등으로 특정 기준선을 살짝 넘으면, 실질적으로 아무런 지원을 받지 못하게 되기 때문에 가난한 가구의 비극이 시작되었던 것이다.
이러한 문제점을 일부 보완한 새로운 방식의 기초생활보장 제도가 소위 맞춤형 생활보장제도이다. 기존에는 기초생활수급자가 되면 생계·의료·주거 등 7가지 급여를 일괄 지원받을 수 있었다. 새로 바뀐 맞춤형 제도는 각 급여 별로 선정 및 지원 기준이 달라지게 되어 있다. 최저생계비가 적용됐던 수급자 선정기준도 상대적 빈곤을 반영할 수 있는 중위소득, 즉 전체 가구의 소득을 낮은 순서로 한 줄로 세웠을 때 한 가운데 있는 소득이 적용된다. 정부는 이를 통해 올해 2월 133만명인 기초생활수급자가 최대 210만명으로, 77만명 정도 증가할 것으로 전망했다.
그러나 신청자 수(42만명)부터 전망치에 미치지 못했고, 제도의 복잡성 때문에 신청자 조사가 제때 진행되지 않아 결국 1만여명의 신청자만 제때 급여를 받게 되었다. 또한 조사가 종료된 신청자 2만명 가운데 수급 탈락자가 9,000명이나 됨으로써 새로운 제도로도 송파 세모녀사건과 같은 비극이 재발하는 것을 막을 수 없다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가장 많은 탈락사유는 부양의무자 기준일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실제 부양의무를 다하지 못하는 사람으로부터 부양을 받을 수 있다고 가정하는 원칙을 지키는 한, 어떤 식으로 제도를 개선해도 실제 수급자가 크게 늘어나긴 힘들 것이다.
맞춤형 생활보장제도 역시 자산조사와 부양의무자 조사 등을 바탕으로 가난한 사람을 골라내어 지원하는 선별주의에 입각한 공적부조제도에서 벗어나지 못한 것이다. 가난한 자의 사생활을 낱낱이 파헤치는 등 절차에서 번거롭고, 신청자에게는 모멸적이며, 이를 위한 행정력의 소모도 엄청나서, 비효율적인 제도라는 비판을 받는 이 제도를 그대로 유지해야 할 것인가?
최저임금 인상·기본소득제 등 필요
최근 시행된 맞춤형 생활복지제도는 국민의 최저생활보장을 위한 소득분배와 재분배 방식에서 발상의 전환이 필요함을 일깨워주고 있다. 우선 노동시장에서의 1차적 소득분배의 형평성 제고를 위한 비정규직 축소, 최저임금의 대폭 인상이 이루어져야 한다. 다음으로 노인을 비롯한 전국민을 대상으로 기본소득제도를 실시하고, 기초노령연금 인상 등이 이루어지면 가난한 구성원들이 번잡함과 모멸감을 느끼지 않고 인간다운 생활을 영위할 수 있을 것이다.
△최원규 교수는 서울대학교에서 박사학위를 받았으며 전북사회복지협의회 회장이다.
저작권자 © 전북일보 인터넷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아래 경우에는 고지 없이 삭제하겠습니다.
·음란 및 청소년 유해 정보 ·개인정보 ·명예훼손 소지가 있는 댓글 ·같은(또는 일부만 다르게 쓴) 글 2회 이상의 댓글 · 차별(비하)하는 단어를 사용하거나 내용의 댓글 ·기타 관련 법률 및 법령에 어긋나는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