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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고 싶다, 청년들의 배신을

도전정신은 청춘의 특권…청년들 직업선택 만큼은 부모를 배신해도 괜찮아

▲ 홍용웅 전북경제통상진흥원장

사람이 밥벌이하는 길은, 무위도식을 빼면, 두 가지다. 취업과 창업이 그것인데, 전자는 남의 일을 해주는 대가로, 후자는 자기 일을 스스로 해서, 각각 일용할 양식을 구한다. 흔히 취업은 우리 안의 닭의 세계에, 창업은 창공을 나는 수리의 세계에 비유되곤 한다.

 

닭은 주인이 뿌려주는 모이를 먹지만 반드시 그 대가를 치러야 한다. 알을 낳거나 살찌는 것을 조건으로 모이를 제공 받는다. 임무수행이 저조하면 대접이 시원찮아 지고 종국에는 끓는 솥으로 던져진다.

 

반면, 수리의 비상은 제법 근사하지만 늘 허기지고 고독하다. 자급자족할 양질의 고기가 그리 흔할 리 없다. 방황, 고뇌, 투쟁의 연속에다 아사의 위험도 작지 않다. 그러나 일단 먹이를 찾으면 온전한 독차지다.

 

좀 극단적이긴 하나 이상의 비교가 말해주듯, 취업의 세계는 신간 편하고 안정적이지만 파이의 작은 조각을 나눠먹는 반면(Low Risk-Low Return), 창업의 세계는 고도의 위험에 노출돼 있지만 파이의 주인은 나다(High Risk-High Return).

 

우리네 부모들은 하나같이 자녀들이 버젓한 직장에 취업하여 시집·장가 잘 가서 안온한 삶을 살길 소망한다. 모험과 가시밭길이 기다리고 있는 창업을 극구 만류한다. 그래선지 우리나라의 경우, 창업이라는 말이 지닌 도전적 뉘앙스와는 반대로, 사오십 대의 중장년층이 창업을 주도하는 기현상이 상존한다.

 

퇴직 후에도 가족부양의 짐을 내려놓지 못한 반퇴(半退)상태의 시니어들이 창업전선에 부나방처럼 뛰어든다. 벼랑 끝에 몰려 무작정 저지른 생계형 창업은 대부분 실패로 막을 내린다. 청년과 고급기술 인력의 창업 기피는 국가의 미래발전 역량 고갈로 귀결된다. 정부가 창조경제혁신센터를 지역마다 설치하여 청년 창업을 독려하는 소이도 여기에 있다.

 

최근 한 여론조사에서 20대 응답자의 57%가 창업을 생각해 본적이 있다는 대답을 내놨다. 기성세대(70%선)보다는 낮지만, 그래도 고무적이다. 다만 ‘취업이 힘들어서’ 창업을 고려한다(29%)는 응답이 ‘적성에 맞아서’(13%)라는 답에 비해 2배 이상 높은 것으로 나타났는데, 자발적 동기보다는 취업난에 떠밀려 마지못해 창업을 고려하고 있다는 점이 아쉽다.

 

도전정신은 청춘의 표상이자 특권이다. 젊기 때문에, 기성세대와는 달리, 넘어져도 오뚝이처럼 일어날 수 있다. 창의적 아이디어로 무장한 청년들이 창업전선을 형성할 때 우리 경제에 희망과 미래가 있다. 얼마 전 ‘배신의 정치’라는 표현이 인구에 회자됐지만, 청년들은 적어도 직업선택에서만큼은 부모를 배신해도 좋다. 그리고 우리 기성세대는 자식들의 배신을 타매하거나 그 때문에 가슴앓이하지 말아야 한다.

 

청년들이 자기 인생을 살도록 해주자. 8순을 맞는 황병기 선생의 가야금 인생은 배신의 위대한 결실이다.

 

법대를 졸업한 그분이 아버지 뜻에 순종했던들 우리는 세계에서 가장 아름다운 가야금 선율에 전율하는 호사를 누리지 못했을 것이다. 자식들의 인생을 위해서, 나아가 인류의 풍요로운 창조를 위해서 배신을 허용하자. 헤르만 헤세의 소설에서처럼, 청년들이 더 이상 어른들이 강요하는 구시대적 가치의 ‘수레바퀴 아래서’ 신음하지 않도록, 이제 그들을 해방하자!

 

췌언이지만, 두 청춘을 슬하에 둔 필자 역시 그들의 거대한 배신을 기대하고 있다. 기대의 대상이 되어버린 배신을 과연 배신이라 할 수 있을지는 의문이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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