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전기사 다음기사
UPDATE 2025-11-07 06:03 (Fri)
로그인
phone_iphone 모바일 웹
위로가기 버튼
chevron_right 오피니언 chevron_right 새벽메아리
일반기사

휴일경제에 숨은 이야기

▲ 김진 경희대 객원교수·전북체육회 이사
우리는 중국의 휴일하면 춘절을 떠올리지만, 그에 더해 5·1절과 10월1일 국경절, 그리고 새해를 맞는 원단과 청명, 단오 등 많은 명절휴일이 있다. 따라서 그런 공휴일만 114일에 달하지만, 주말을 끼고 연휴로 잇는 경우도 있기 때문에 실제로는 보다 많은 휴일을 갖게 된다. 중국에 이리 휴일이 많아진 이유는 중국정부가 ‘휴일경제’라는 신조어까지 만들어 내면서 내수진작을 위해 정책적으로 공휴일을 늘렸기 때문이다. 해서 이를 365일로 계산해 보면 이틀 일하고 하루 쉬는 셈이 된다. 굉장히 많이 쉬는 듯 보이지만, 우리도 이에 못지않다. 올해의 경우 토요일이 53일이고, 일요일을 포함한 법정공휴일이 67일이다. 이를 더하면 120일에다 개인 휴가까지 합치면, 1년 중 1/3을 쉬는 것이다.

 

이틀 일하고 하루 쉬는 셈이지만

 

아마 이런 얘기를 들으면 씁쓸해하실 어르신들이 많으실 것이다. 그분들이 한창 일하던 2000년 이전까지만 해도 ‘주 40시간 근무’나 ‘주 5일제’ 같은 얘기는 꿈같은 얘기였기 때문이다. 하지만 노동시간 단축에 대한 노력은 작금의 현상만은 아니다. 인류역사의 발달이 노동시간단축의 역사와 맥을 같이 해왔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수렵시대나 농경시대에 근로시간이란 게 따로 있었을 리 만무하다. 먹고 자고, 나머지 시간은 생산 활동에 썼을 것이다. 이어서 산업사회가 진행되면서 1843년에 ‘공장법’이 만들어진다. 그 요지는 미성년자에게는 새벽 5시 반부터 밤 8시 반까지 해서 하루 15시간 이상 일을 시킬 수 없다는 것이다. 이 법에 의미를 역으로 생각해보면, 법 제정 이전에는 미성년자에게도 15시간 이상 일을 시켰고, 일반 노동자들은 법제정 이후에도 15시간 이상씩 일을 했다는 말이 된다.

 

그렇게나 많은 시간을 일해야만 먹고 살 수 있었던 인류가, 산업시대 개막 이후 300년 만에 일주일에 40시간만 일해도 먹고 살 수 있게 된 것이다. 물론 통계적인 평균의 얘기로, 업종이나 직종에 따라서 형편이 다르다는 것을 알고 있다. 하지만 실제로 좋은 직장 다니는 사람들의 현실이기도 하다.

 

결국 이젠 공휴일에도 양극화가 시작된 것이다. 일례로 갑작스레 공휴일로 지정된 5월6일을 들여다봐도 알 수 있다. 자료를 보면 임시공휴일지정으로 쉬는 사람은 전체 근로자의 절반에 못 미쳤다. 중소기업의 39%, 중견기업의 60%만 쉰 것이다. 그러니 공휴일은 공무원과 공공기관만 쉬는 날이라는 조롱을 받는 것 아니겠는가! 물론 이번 공휴일 지정의 배경에는 중국의 휴일경제처럼 내수진작을 기대하는 바가 컸을 것이다. 하지만 한 가지 간과한 것이 있다. 내수진작은 소비를 기반으로 한다. 그럼 소비는? 소비는 소득을 기반으로 한다. 공휴일로 지정했다 해서 돈을 쓰는 게 아니라, 쓸 돈이 생겨야 소비가 이루어진다는 얘기다. 경기침체로 소득기반이 정체된 상태에서 정부가 나서서 소비만 유도한다면, 결국엔 카드빚과 가계부채만 늘리는 꼴이 되는 것이다.

 

소득 정체된 상태서 소비 유도 한계

 

더 웃기는 것은 공휴일지정과 관련한 경제효과에 대한 정부의 발표다. 당일 소비가 전년대비 50% 이상 증대되었다는 것이다. 전년 5월6일은 평일이었고, 메르스 사태로 집밖에도 안 나가던 때였다. 한데 그때와 단순비교해서, 그걸 성과라고 홍보한 것이다. 대체 국민을 뭘로 보는지 한심스러울 뿐이다. 쉬는 것도 좋지만 금수저들과 안정된 직업과 소득을 가진 사람만 바라보는 정책은 지양되면 좋겠다.

저작권자 © 전북일보 인터넷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다른기사보기

개의 댓글

※ 아래 경우에는 고지 없이 삭제하겠습니다.

·음란 및 청소년 유해 정보 ·개인정보 ·명예훼손 소지가 있는 댓글 ·같은(또는 일부만 다르게 쓴) 글 2회 이상의 댓글 · 차별(비하)하는 단어를 사용하거나 내용의 댓글 ·기타 관련 법률 및 법령에 어긋나는 댓글

0 / 400
오피니언섹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