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키려는 자와 빼앗으려는 자
하긴 이런 사례는 멀리서 찾을 것도 없다. 실제로 우리의 고성장시대를 이끌었던 조선, 해운, 철강, 화학 등 중후장대 산업이 기울고 있는 모습을 보면 쉽게 알 수 있다. 우리는 1970년대에 세계 선박건조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고 있던 일본을 따라 잡았다. 그렇게 세계제일을 자랑하던 한국의 조선업이 대통령이 국회개원식에서 ‘말뫼의 눈물’을 언급해야 할 만큼 중국에 밀리고 있다. 효자소리 듣던 조선이나 해운산업이 20조원 이상을 쏟아 부어도 앞날을 예단하기 힘든 부실을 안고 불효자가 된 것이다. 이처럼 글로벌 환경은 급변하고 있다. 그런 환경에서 170년 동안이나 세계 정상의 지위를 지킨다는 것은 얼마나 위대한 일인지 모른다. 하기야! 세상의 모든 일이 뺏으려는 자와 뺏기지 않으려는 자의 다툼 아니겠는가. 뺏기지 않으려는 집착과 뺏으려는 몸부림 속에 쌓여진 것이 인간의 역사라는 얘기다. 하지만 때로는 손에 쥔 것을 놓지 않으려는 집착이나 욕심이 사회구성원들의 바람을 구겨버리기도 한다.
예를 들어 나 아니면 안 된다는 정치인들의 집착, 나라경제와 회사가 넘어가도 자신들의 유불리만 따지는 노조원들의 이기심, 금수저 물고 태어난 것도 모자라 형제간에 물고 뜯는 재벌형제들의 욕망, 호의도 반복되면 권리가 된다는 식의 무한한 복지욕구, 그런 그릇된 집착이나 욕심이 화를 부른다는 얘기다. 실제로 지금 우리의 경제형편을 봐라. 인구 5천만 명 이상인 나라 중에 1인당 국민소득 2만 달러 이상인 20-50클럽에 든 나라는 일곱 나라뿐이다. 한국에 앞서 일본·미국·프랑스·이탈리아·독일·영국 등 여섯 나라가 있지만, 모두가 뒷걸음질 한번 없이 30-50으로 직행했다. 우리만이 11년째 3만 달러의 벽을 못 넘어서고 있다. 한국경제만 뒷걸음질 치고 있는 것이다. 그럼에도 국민들의 돈을 떼먹은 기업이나 돈을 떼인 은행, 그리고 빌려주라고 부추긴 정부까지 아무도 책임지는 사람은 없다. 정신 차려야 한다. 20-50클럽 같은 자리는 거저 얻은 게 아니다. 남의 나라 가서 지하갱도 파고, 시체 닦고, 전쟁 치러주면서 피눈물로 올라선 자리다. 그런 자리를 너무 쉽게, 너무 허망하게 내놓고 있는 건 아닌지 안타까울 뿐이다.
경제성장까지 퇴임해서는 안돼
대통령은 취임사는 꿈으로 쓰고 퇴임사는 발자취로 쓰겠다고 했다. 마무리를 잘하겠다는 스스로의 다짐이겠지만, 혹여 3만 달러 시대를 열고 4만달러시대의 기반을 다지겠다던 대통령의 약속까지 꿈으로 남게 될까 걱정이다. 부디 마음을 모아 바라 건데, 꿈을 딛고 올라선 우리경제가 3만 달러도 못 찍어본 채 대통령과 함께 퇴임하는 일은 없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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