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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위모방

▲ 전선기 전 기아특수강 대표이사

우위모방(優位摸倣)이란 소박하게 말하면, 자녀는 부모의, 학생은 스승의, 부하는 상사의 행동거지를 보고 배우며 따라 하는 등의 자기보다 우위에 있는 사람을 모방하려는 인간의 심리를 이름이다.

 

필자는 우위모방의 학술적인 이야기를 하려고 이 말을 꺼낸 것이 아니고, 어떤 회사의 CEO가 직접 경험한 체험담의 예를 소개하기 위한 것이다. 회사의 CEO인 B는 상당히 큰 규모의 생산공장을 가진 회사의 경영을 책임지고 있었다.

 

자기보다 우위에 있는 사람 모방

 

그 회사의 공장은 동종업계에서 우리나라 제일의 큰 규모였고, 종업원 약 2000명에 상시 출입하는 외부거래업체의 인원까지 합하면 약 2500명 정도가 활동하는 공간이었다. 공장의 규모가 약 십 만평의 공간에 수많은 기계시설과 건물 등, 군데군데의 잘 짜여 진 정원과 운동장이 잘 어우러져 있었다. 당시 우리나라 사람들의 의식에는 “공장은 어디나 지저분한 곳” 이라는 통념이 잠재해 있었고, A공장 역시 예외는 아니었다. 생산공장을 운영하는 데에는 각종 원부자재와 제품 및 외부 인사의 출입이 잦고, 수시로 있는 중·개축과 보수작업이 이어지며, 작업자들의 휴식과 간식이 반복되기 때문이기도 하다.

 

그래서 공장내부는 물론이고, 운동장이며 심지어는 화단에 이르기까지 담배꽁초, 비닐봉지, 빈캔 등 각종 쇠부스러기나 빵부스러기 등이 지저분하고 어지럽게 널려 있었다. B는 ‘작업환경이 청결하고 잘 정돈된 곳에 작업능률이 있다’는 원리를 잘 알고 있기에 거듭 거듭 궁리 끝에 부서별 담당구역제를 강력하게 실시하여 독려 해 보았다.

 

그러나 한 동안 효과가 있는 듯싶더니, 작심삼일 얼마 지나지 않아 모두가 도루묵이었다. 어느날 B는 공장장과 같이 기술제휴 차 이태리의 세계적인 동종업체인 D회사의 공장을 방문하게 되었다. D공장은 업종과 규모와 시설내용이 A공장과 흡사하였고(실은 A회사의 공장이 D회사공장을 모델로 신설되고 기술제휴하고 있었음), D공장의 내부 환경은 참으로 잘 정돈되고 청결하였다. B는 부러운 나머지 “공장장, 여기는 왜 이렇게 청결하지?” 하면서 은근히 압력을 넣어보았다.

 

공장장은 “사장님, 여기는 선진국입니다. 우리 직원들의 수준이 아직은 따라가기 어렵습니다.”며 미안해했다. B는 D공장의 환경을 부러워하며 귀국하던 중, 학창시절의 심리학교수님의 강의내용이 떠올랐다. ‘우위모방’ B는 ‘그렇다. 모든 책임은 CEO인 내게 있다. 내가 모범을 보이자’ 결심을 하는 순간 회심의 미소를 지었다.

 

동시에 우공이산(愚公移山)이라는 고사도 생각했다. B는 매주 열리는 간부회의가 끝난 직후부터 직접 쓰레기 줍기에 나섰다. 화이바에 작업복을 착용하고, 집게와 주머니를 들고 매주 한나절 씩을 구석구석 반년 간 계속 줍고 다녔다. 초기에 ‘사장이 저러다 말겠지’하고 반신반의 했던 직원들이 따라 줍기 시작했고, 차차 외부 출입업자에게 전염되어 갔다.

 

CEO가 모범 보이면 사원도 달라져

 

종래에는 쓰레기를 아예 안 버리는 것으로 풍토가 바뀌어갔다. 그해 말쯤에는 공장 분위기가 딴 세상으로 바뀌어 있었고, 이 공장의 어느 구석에서도 담배꽁초하나 비닐조각 하나 찾아 볼 수 없었다. 그 다음해 B는 공장장을 대동하고 다른 시설협의차 이태리의 D공장을 다시 방문하게 되었다. B와 공장장은 일부러 D공장을 구석구석 살펴보던 중 서로를 마주보며 회심의 미소를 지었다. “사장님, 이 공장이 왜 이렇게 지저분해 졌지요?”

 

지금 B도 공장장도 A회사를 퇴임하였지만, 그들은 그 공장이 지금도 그때 그 청결한 환경을 계속 유지하고 있다는 말을 전해 듣고 있다고 한다. 그 공장은 군산산업단지 내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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