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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엔 편지를 하겠어요

한 통의 편지쓰기로 보내고 받는 사람의 감정의 벽 해소하길

▲ 김병수 전북지방우정청장

추석에 SNS를 통해 여러 안부인사를 받았다. 반가웠으나 아쉬웠다. 많은 경우 추석안부 기성품 사진 한 장뿐 본인의 체취를 느낄 수 있는 글 한마디도 적혀 있지 않아서다. 차례상도 주문시대이니 하면서도 아쉬운 느낌 적지 않았다. 추석인사만이 아니다. 아침마다 SNS로 좋은 글을 보내주는 분들이 있는 데 여기에도 본인의 글이 아니라 누군가의 글을 재전송 하는 경우가 많다. 그래 전원이 꺼지면 사라지는 플래시 메모리처럼 스마트폰만 닫으면 기억이 없다.

 

생물은 위험인지나 먹이포획을 위하여 시각, 청각, 후각 등 다양하고 정교한 감각기관의 진화를 이루어 왔다. 또한 상호신뢰나 사랑을 위한 신비스러운 행동양식도 보인다. 더욱이 가장 고등한 인간은 본능적 수준을 넘어 생물진화의 혁명이라고 일컬을 정도로 대단히 고도화된 감각과 인지양식을 갖고 있다.

 

이처럼 인간의 감각과 인지기능이 고도화된 까닭에 상대방의 이해와 신뢰, 사랑을 얻는 것이 그만큼 쉽지 않은 일이지 않나 싶다.

 

소통이 시대적 화두다. 일상 인간관계만이 아니라 기업경영 등 사회전반에 걸쳐 그렇다. 언제 어디서나 연결이 가능하다는 초 연결 디지털 미디어시대에 소통이 문제되는 것은 왜일까? 사회경제적 환경이 복잡다단해진 탓도 있지만 디지털기술은 초 연결 못지않게, 시공간의 무한한 분리를 촉발하고 있기 때문이라 하겠다. 지하철 안 스마트 폰에 이어폰을 낀 옆자리 사람과 나는 몸은 서로 부대끼고 있지만 전혀 별개의 세상에 있는 것이다. 머리와 머리사이의 연결(network)을 넘어 가슴과 가슴사이의 소통(co mmunication)이 목마른 소이가 그것이다.

 

소통은 이성과 감정, 이해와 공감의 함수라 하겠다. 이해는 논리의 증진에서, 공감은 편견의 극복에서 비롯되지 않나 싶다. 인류의 문화사는 논리의 증진과 편견의 극복사라 할 만큼 부단한 노력과 진보가 있었다. 하지만 논리의 증진에 비하면 편견의 극복은 여전히 미흡하지 않나 싶다. 과학적 연구에 따르면 인간 인지작용의 65%는 감정적 정보에 의존한다고 한다. 오늘날에도 이념을 포함하여 감정의 벽이 그만큼 크다는 이야기가 되겠다. 그래 오늘날 소통문제의 핵심은 어쩌면 낡은 감정의 벽을 어떻게 해소하느냐에 달려 있다고 하겠다.

 

다시 낙엽 지는 가을이다. 가을에 낙엽 지는 사연을 누구도 묻지 않는다. 그만큼 가을은 감정이 순화되는 계절이 아닌가 싶다. 그만큼 감정의 벽, 통념의 벽을 허물 수 있는 좋은 기회라 하겠다. 필자는 이 가을날 한 통의 편지쓰기를 권하고 싶다. 그립고 사랑하는 사람, 아니 아쉽고 섭섭했던 사람에게도 말이다. 편지는 보내는 사람의 가슴을 거쳐 쓰여지고, 받는 사람의 가슴을 거쳐 읽혀진다 싶기 때문이다. 그래 편지는 소셜미디어(social media)와는 결코 다른 질감의 소울미디어(soul media)라 하겠다. 그래 이 가을날 하나의 낙엽이 그러하듯이, 한 통의 편지는 소통이 목마른 이 시대, 누군가에게 여운 가득한 파동을 만든다 하겠다.

 

전북지방우정청은 지난 5월부터 ‘편지! 소통을 말하다’ 라는 주제로 2016 전북 온고을 100만 편지쓰기 운동을 벌이고 있다. 10월 한 달간에는 개인은 물론 기관, 단체, 기업, 학교 등이 참여하는 편지쓰기 릴레이 행사를 개최하고자 한다. 하여 전북지역사회가 생명과 문화, 소통이 넘치는 ON고을이 되게 하고 싶다. 벌써 “가을엔 편지를 하겠어요, 누구라도 받아주세요”로 시작되는 ‘가을편지’ 노래와 함께 펜이 흐르는 소리, 마음이 흐르는 소리가 들리는 듯싶다. 편지가 있어 가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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