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업계 현실 적극 반영 / 김영란법 농산물 제외 / 우리 생명창고 지켜야
졸업과 입학의 계절이 돌아왔다. 졸업장과 꽃다발을 손에 들고 교정에서 부모님과 찍은 흐릿한 사진이 떠오른다. 꽃다발을 한아름 안고 중국집에서 자장면과 탕수육을 먹어야 완성되던 어린 시절의 졸업식….
요즘 졸업식에서도 꽃다발을 많이 주고받을까? 김영란법 시행 후 연말연초 인사이동에 따른 화환이나 난에 대한 수요가 급격하게 감소하였다. 얼마나 안타까웠으면 오만원이하의 꽃 선물은 받을 수 있다는 단체장의 인터뷰까지 있었을까.
김영란법 시행 이후 농가들이 겪고 있는 어려움은 단지 화훼 농가에만 한정되지는 않는 것 같다. 법 시행 이후 첫 명절을 보낸 우리 농산물의 판매동향을 보니 특단의 대책이 필요한 시점이라는 생각이 든다.
지난 설에 읽어본 신문기사 헤드라인이다.
“설 대목장만 바라봤는데”…과수산업 ‘김영란법’에 초토화
한우 ‘직격탄’…재고 ‘떨이 세일’에도 소비 회복 역부족
백화점 매출이 20년만에 첫 감소를 기록했다고 한다. 특히 선물세트는 개수나 용량을 줄여 판매가를 선물 상한액인 5만원 이하로 조정하면 소나기는 비켜 갈 수 있을 것이란 예상은 보기 좋게 빗나가고 말았다.
롯데, 현대, 신세계 등 3대 백화점의 선물세트 매출은 전년대비 9%까지 감소하였다. 특히 김영란법의 직격탄을 맞은 한우가 최대 10~20%까지 감소하였고, 과일 역시 비슷한 수준으로 떨어졌다고 한다. 대형마트의 매출 역시 과일이 15%, 축산물은 19% 감소하였고, 농협유통 역시 지난해 설과 비교해 과일세트 매출이 15%정도 감소된 것으로 파악되었다. 우리나라의 사과·배 등의 40% 안팎이 명절선물용으로 판매된다는 통계를 고려했을 때 농가가 입은 피해는 미루어 짐작이 간다.
대형마트 관계자들은 한우선물세트 판매량은 20~23% 감소했고, 수입육이 10% 성장한 것을 고려하면 실제로 우리 축산물 판매 감소폭은 30%가 넘었을 것이라 설명한다. 우리 농업과 농민들이 입었을 경제적, 심적인 고통을 보며 김영란법의 의미를 되새겨 본다. 어려운 현실과 농심을 반영한 듯 정부와 의회에서 김영란법 개정에 대한 논의가 시작되고 있다. 논의되는 내용은 크게 두 가지로 정리되는 듯하다. 하나는 선물허용가액을 상향하자는 주장과 다른 하나는 법적용 대상에서 농산물은 제외시키자는 주장이다. 두 주장 모두 합리적 근거와 타당성을 가지고 있으나, 필자는 후자의 주장에 동의하는 입장이다. 상한가액을 조정하는 것은 법개정이 필요없는 장점은 있으나, 상한가액에 대한 항시적 논쟁의 가능성이 있어 보인다. 또 우리 고품질 농산물로 다양한 상품을 구성하는데도 한계가 있어 긍정적 영향이 제한적일 수 있기 때문이다.
우리 농업정책이 고품질 우수 농산물 생산을 목표로 추진되고 있고, 우리 농산물이 품질과 신선함 등으로 수입 농산물과 경쟁하고 있는 점을 고려하면 김영란법의 적용대상에서 제외하는 것이 농업인과 농업계의 여망에 가깝다고 생각한다.
큰 풍작에도 마냥 기뻐할 수 없고, 한미FTA 개정 등 각 종 통상정책 논의에 가슴 졸이고, 우리나라 수출산업 육성을 위해 희생되고 있는 농업계의 힘 든 현실이 직시되었으면 한다. 윤봉길의사는 농민독본에서 ‘농민은 인류의 생명창고를 손에 쥐고 있다’고 설파하고 있다.
우리나라 농업과 농업인들의 현실을 직시하고 농업계의 바람을 적극 반영하여 김영란법 적용대상에서 농산물이 제외되기를 희망한다. 화난 농심을 치유하고 함께 해결책을 찾아가는 노력은 우리의 생명창고를 굳건히 쥐고 가는 것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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