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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용한 울림

▲ 박영자 한국여성경제인협회 전북지회장

길 위를 달린다는 건 경계가 있는 듯 하지만 그 경계를 넘어서 주어지는 연속성의 기쁨이 있기 때문이고 시선이 닿지 못하는 그 너머의 공간의 유혹이 있기 때문이다.

 

시원하게 뻗어 있는 직선도로의 가로수들이 저 멀리있는 산이 하늘과 맞닿은 풍경을 배경으로 보여주는 수평과 수직의 미학도 멋이 있지만….

 

사유 대상이 되는 자연의 위대함

 

오늘은 조용하고 한적한 인기척 드문 굽이진 시골길로 내 마음이 와 닿았다. 조용하고 나즈막한 산들 사이로 단절을 느낄 수 없는 곡선의 흐름이 정겹게 잘 다듬어진 아스팔트를 따라 차창을 내리고 지나는 바람의 시원함을 느끼며 천천히 아주 천천히 핸들을 움직이니 열린 문으로 뺨을 스치는 바람이 아련함과 시원함으로 차안을 가득 채워가면서….

 

적당히 구부러진 길의 그 여유로움에 호흡을 천천히 길게 가져가는데 바로 내 앞에 보이는 인공호수는 꽤 넓어 보였고 알 수 없는 마음의 흔들림에 차를 멈추고 순간 눈앞에 보여지는 반짝이는 수면의 그 수많은 굴곡의 무늬에 빠져들어 갔다. 너무도 익숙했던 풍경이 새삼 전혀 다른 느낌으로 다가왔고 너무나 평화롭고 조용한 듯, 아무일 없는 듯 하지만 그 수면위로 무수히 떨어지는 빛과 바람의 흐름으로 물결이 조용히 흔들리며 그물결의 조그만 흔들림으로 만들어지는 그림자가 저리도 생생했었던가? 저리도 윤곽이 선명함으로 살아 움직이고 이었던가? 잊혀 진줄 알고 있던 많은 시간들의 흐름이 풍경속에 그대로 살아 숨 쉬고 있었을까?

 

마치 음표와 음표 사이의 아주 짧은 시간이 무수히 많은 것들을 품고서 다음 음표로 넘어가 위대한 음악이 되듯 수면의 움직임 그 사이 사이 짧은 시간들이 저렇게 다양한 모습으로 쌓여져 저리도 놀라운 세상의 음악소리로 울리고 있었는지….

 

그냥 좋은날 태양빛이 수면위로 쏟아져 내리는 현상인데 그 빛이 바람의 흐름으로 잔잔하게 일렁이는 물결위로 내려와 저리도 아름다운 모양의 그림이 되어 있음을.

 

눈에 보이는 것들이 그 자체로 전부가 아닌 것은 알았지만 저렇게 섬세한 명암과 다양함으로 만들어져 마음에 울림을 주리라곤 미처 생각하지 못했었다….

 

언뜻 보기에 다 같아 보이는 저 물결의 흔들림이 무수한 감정과 사유의 대상이 될 수 있다는건 실로 자연의 위대함 일 것이다. 무심한 출렁임의 풍경이 수많은 외침으로 퍼지면서 보여주는 영원한 유동성의 위대함! 음악이 소리의 파동으로 에너지를 만들어 가슴의 감동으로 이어 진다면 움직임의 파동으로 에너지를 만들어 사람의 마음을 흔드는 저 물결은 자연의 생명이다. 빛과 바람을 온 몸으로 받아들이며 넘실대는 흔들림으로 다름이 같음이요, 같음이 다름이란 말을 던지고 있었다

 

자연은 그것을 “읽을 만한 것”으로 읽어낼 때 그렇게 읽을 수 있을 때, 비로소 의미 있는 것이 된다 라고 한 어느 현자의 글이 생각이 났다.

 

“사물을 제대로 본다는 것은 몸을 깨우는 것이고 몸을 깨운다는 것은 정신을 세우는 일이리라.”

 

인간과 함께 가며 변하는 자연

 

자연은 일방적으로 인간에게 뭔가를 요구하는 일이 없으며 늘 함께 가면서 같이 변화 하자는 말을 하고 있는 것이다. 인간이 사는 도리나 이치를 우리는 자연으로부터 답을 얻을 수가 있는 것을…. 언제나 처럼 세상 주위를 돌던 하늘이 저녁으로 저물어 갈 때 그 물빛은 치열 했던 시간들을 저 만큼 밀어내고 거칠고 지루했던 일상들을 보듬으며 나를 토닥여 보았다.

 

아침마다 떠오르는 해를 경건하게 맞이하고 저녁마다 저무는 해를 공손하게 배웅 하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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