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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륜지대사 후기

▲ 김철성 군산컨테이너터미널 대표이사

영원할 것 같았던 인연들이 자동차의 행렬이 회전교차로를 빠져 나가듯 시간의 흐름을 따라 저마다의 길을 찾아가기 시작했다. 언제까지나 품고 있어야 할 줄 알았던 자식이 서서히 부모 곁을 떠날 준비를 하고 있었던 것이다.

 

작년 이맘 때 서른을 앞둔 아들이 여자 친구를 소개했다. 두 사람은 가까워 보였고, 헬쓰 트레이너인 아들과 필라테스 강사라는 조합도 괜찮은 인연이다 싶었다. 한 달 뒤 양가 부모가 상견례를 가졌고, 다음 해 3월에 혼사를 치르기로 했다.

 

아들 결혼 계기로 의미있는 변화

 

혼사는 검소하게 최소한의 예를 갖추는 선에서 준비했다. 예식은 주례 없이 하기로 했고, 결혼축하는 가까운 이웃이나 지인들이 서로 마음과 성의를 주고받는 것이지만 일종의 품앗이라고도 생각했다.

 

통상 주례 없이 하는 결혼식은 양가의 어른이 나누어 덕담을 하는 것이 관례지만 대표로 혼자서 했다. 그런데 혼주가 덕담을 한다는 것이 좀 멋 적었다. 그래서 하객들께 감사인사만 하고 하객 중 평소에 존경하는 귀빈 한 분께 부탁을 했다. 즉석에서 한 요청이라 조금은 당황하셨을 것이다. 영화나 드라마에 깜짝 출현하는 카메오와 같은 상황이었다고 할까. 하지만 많은 것을 갖추신 덕망 있는 분답게 기대 이상으로 유익한 덕담과 축하를 해 주셨다. 그 분은 내가 어려움을 겪고 있을 때 큰 힘이 되어주신 은인이기도 하다.

 

나의 역할을 마무리하면서 하객들 틈에 있는 딸을 단상으로 불렀다. 이어 영문을 모르고 서있는 딸을 소개했다. “저의 딸입니다. 신랑보다 세 살 위 누나인데, 바쁜 직장 일에 치여 데이트할 상대를 만들지 못하고 있으니, 주변에 인연이 있거든 관심 부탁합니다.” 흔치 않은 상황에 잠시 객석에서 한바탕 웃음소리와 웅성거림이 있었다. 아들 결혼식장에서 누나의 짝을 찾는다는 공개 광고라니.

 

단상을 내려오자 사회자가, 결혼식 사회를 많이 했는데 예식을 진행하다 즉석에서 하객에게 덕담을 요청하고, 딸 공개구혼 등 오늘 같은 파격적인 결혼식은 처음이라고 큰소리로 말했다. 또 지인들은 형식에 얽매이지 않은 혼례식이 신선하고 괜찮았다고 한마디씩 했다. 듣기 좋으라고 하는 말인 줄 알면서도 싫지 않았다.

 

예로부터 결혼은 인륜지대사(人倫之大事)라 했다. 사람이 살아가면서 치르는 중요한 행사라는 뜻이다. 또 결혼은 사랑과 신뢰를 바탕으로 생활전체를 공동 영위하는 관계성립이 사회적으로 공인되는 것이다. 결혼을 동주공제(同舟共濟)에 비유하기도 한다. 같은 배를 타고 함께 물을 건넌다는 의미로, 고락을 함께 한다는 뜻이다.

 

아들의 결혼을 계기로 의미 있는 변화가 있었다. 하늘의 특별한 뜻으로 좋은 분들과 소중한 인연을 맺었다. 현재 교류하고 있는 사람들의 중요함도 새삼 인식했다. 진정한 지혜는 진실과 거짓을 가리는데 있다고 하는데 이를 기준으로 현재의 나를 돌아보며 주변과 지인들과의 관계를 나름 새로 정립했다.

 

교류하는 지인들의 중요함 인식

 

지인들이 며느리가 예쁘다고 했던 말이, 아들 잘 키웠다고 했던 말이 아직도 귓가를 맴돈다. 좀 지나침이 없지 않았지만 예쁜 딸을 보여주고 싶었던 그 마음 또한 누가 알까. 자식의 일에 관한한 부모의 마음은 늘 이렇다. 누구라도 안 그럴까.

 

인도양 어느 섬의 해변에서 신혼의 정겹고 여유로운 커플사진들을 보내왔다. 세속의 번민 다 내려놓고 지상의 낙원을 알리는 듯 그들의 모습은 바로 아담과 이브였다.

 

얘들아! 세상은 넓고 할 일도 많단다. 이제 너희들의 이상을 둘이서 함께 만들어 가라! 너희들이 있음으로 해서 세상과 사람들이 더 건강하고 더 아름다워지게 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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