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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어는 왜 주문을 안 주는 걸까?

경쟁력도 중요하지만 기초가 잘 준비되어야 수출의 성공 약속할 것

▲ 채승완 코트라 전북지원단장

봄기운이 완연하다. 광양과 구례에는 벌써 매화와 산수유가 한창이다. 누가 뭐래도 봄은 만물이 소생하는 계절이다. 기업들도 마찬가지다. 봄에 비로소 한 해의 사업이 본격적으로 시작된다. 그러나 마음은 바쁘고 시간은 화살처럼 흘러간다. 허둥대다 보면 봄날이 언제 갔는지 기억조차 없다. 해외 전시회와 국내의 각종 수출 상담회를 부지런히 다니느라 봄꽃 구경은 늘 뒷전이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결실은 기대만큼 오르지 않는다. 왜 그럴까? 왜 바이어는 나에게 제대로 된 주문을 주지 않는 걸까?

 

요즘 수출 지원 자금 신청업체를 다니며 현장 평가를 실시하는 중이다. 현장에서 느끼는 기업들의 준비 자세에는 대략 세 가지 유형이 있다. 먼저, 전혀 준비가 안 된 케이스다. 도대체 자기가 어떤 지원 사업에 신청을 했는지 조차 모르는 경우다. 다음은 대충 몇 가지 서류만 준비해 놓고 무조건 잘 봐달라는 읍소형이다. 아주 난감하다. 준비도 하지 않고 그냥 봐달라고 하는 것은 문제가 된다. 세 번째는 아주 잘 준비된 유형이다. 요구하는 서류와 자료를 정확하게 분류하여 핵심만 설명을 해 준다. 이런 기업은 틀림없이 수출이 잘 되고 있거나 매출이 좋은 회사들이다. 반대로 위의 두 유형은 애로 사항은 많지만 실적이 없는 기업이 대부분이다. 기업들 자신은 열심히 해외 시장을 개척하고 있다고 생각할지 몰라도 객관적인 입장에서 보면 분명히 차이가 있다. 수출은 무엇보다 기초가 중요하다. 십 수 년 간 수출 현장에서 바라본 결론도 비슷하다. 해외 무역관 근무시절에 많은 기업들의 방문을 받아 보았다. 모두가 야심찬 계획으로 수출 전선에 뛰어든 중소기업들이었다. 그러나 성공과 실패는 이미 현장에 도착한 순간부터 눈에 보일 수밖에 없었다. 되는 기업은 준비해온 자세부터 차이가 났다.

 

한 마디로 수출을 위해서 무척이나 기초를 닦은 흔적이 역력했다. 바이어에게 제품의 특징을 설명할 때도 완벽했고 상대 국가의 상거래 습관과 통관절차에 관해서도 사전의 공부를 많이 한 것 같았다. 과장된 태도보다는 솔직하고 유연한 태도를 보일 줄 알았고 현지의 시장과 소비자들의 반응을 궁금해 했다. 당장의 계약 보다는 먼저 신뢰를 구축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는 것도 알고 있었다. 제품의 경쟁력만 있다고 수출이 되는 것은 아니다. 이런 기업은 얼마 후 틀림없이 좋은 소식을 갖고 무역관을 찾는 경우가 많다.

 

자연의 모든 식물도 혹독한 겨울과 생명을 잉태하는 봄 그리고 여름의 무더위를 겪으면서 마침내 열매를 맺는다. 수출도 이와 같다. 단계를 밟아야 한다. 그런데 우리는 바이어의 주문만 급하다. 상대는 우리의 준비 자세를 보고 주문을 줄만한 회사가 아니라고 판단하는데 우리는 속으로 엄청 큰 주문을 기대한다. 왜 주문이 오지 않는지를 고민하지 않고 다음에는 반드시 바이어를 제대로 설득시키겠다는 결심을 한다. 동상이몽이다.

 

수출은 무엇보다 기초가 아주 중요한 일이다. 또한 기초와 준비가 일정 기간 성숙되어야 가능하다. 마음이 급하더라도 조금은 여유를 갖고 무엇이 준비가 안 되어 있는지 한 번 더 고민해 보길 부탁한다. 깊은 고민과 준비는 수출의 성공을 약속할 것이다. 많은 분들의 건투를 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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