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흔히 중요한 일과 사소한 일을 구분하여 일상을 이끌어 나간다. 그런데 우리가 사소하다고 생각하는 그런 일상적인 일들이 과연 작고 사소한 일 일까?
지난 3월18일 새벽 인천 소래포구 어시장에 대형화재가 발생했다. 한 좌판에서 누전으로 발생한 불은 삽시간에 천막을 타고 번져 260여개 좌판과 점포를 태웠다. 좌판 322개 중 224개가 불에 타 6억5000만원 (소방서 추산)의 재산피해가 발생했다.
큰 사고는 경미한 사고 반복하다 발생
대구 서문시장과 여수 수산시장 대형화재를 겪은 정부는 지난해 12월 한 달 동안 전국 전통시장을 대상으로 안전진단을 실시한 뒤 올 1월17일 시장에 자동화재 속보설비를 설치하도록 하고 가판대 천막을 기존 일반천막에서 방화천막으로 교체한다는 주요 내용의 결과를 발표했다.
하지만 소래포구 화재는 이러한 조치들이 깡그리 무시되었음을 보여준 사례였다. ㎡당 폴리에스터 일반천막 가격은 3000원인데 방화천막은 1만6000원이다. 국민안전처 관계자는 “얼기설기 섞인 전기시설은 어쩔 수 없었다고 해도 각 점포가 방화천막에 얼마(점포당 7.8㎡ 기준 12만4800원)만의 투자라도 했으면 피해를 최소화했을 것”이라고 아쉬워했다고 한다.
1920년대 미국의 여행자 보험회사에 다니던 하버트 하인리히는 엔지니어링 및 검사 부서에서 보조 감독으로 근무하면서 업무 성격상 많은 사고 통계를 접하게 되고 사고에는 일정한 패턴이 있음을 발견하게 된다. 그래서 실제 발생한 7만 5000개의 사고를 정밀 분석했는데 거기서 흥미로운 결과를 얻었다. 그는 1931년 자신이 발간한 책에서 산업재해로 인해 중상자가1명 나올 경우 그전에 같은 원인으로 발생한 경상자가 29명 이었고 부상을 당하지는 않았지만 같은 원인으로 경미한 사고를 겪었던 사람이 무려 300명 이었다는 사실을 밝혔다. 다시 말해 중상과 경상, 그리고 부상이 발생하지 않은 사고의 발생 비율이 1:29:300이었다는 것이다.
이 하인리히 법칙에서 알 수 있듯이 큰 사고는 우연히 또는 어느 순간 갑작스럽게 발생하지 않고 그 이전에 반드시 경미한 사고들이 반복되는 과정 속에서 발생한다. 큰 재해 1번은 작은 사고 29번과 그 전에 그 사고를 유발하는 잠재적 요소를 300개나 가지고 있는 것이다.
따라서 작은 일에 주의하면 문제의 근원을 알게 되고 큰일을 막을 수 있는 것이다.
올해로 3회째를 맞은 ‘국민안전의 날’은 2015년 세월호가 침몰한 4월16일을 기려 정부가 지정했다. 세월호 참사가 우리 경제에 준 충격은 실로 엄청났다. 문화·관광 산업은 올 스톱 됐고 일부 기업은 파산위기에 몰리기도 했다. 참사가 없었으면 치를 필요가 없는 비용이었다.
대형 사고든지 소소한 교통사고든지 사고가 발생하면 이를 복구하기 위해 막대한 비용이 든다.
안전이 새로운 성장 위한 투자다
세월호 같은 후진형 사고를 막기 위해서는 안전이 곧 새로운 성장을 위한 ‘투자’라는 인식전환이 필요하다. ‘호미로 막을 것을 가래로 막는다’ 라는 속담은 바로 안전과 직결되는 말이다. 안전을 위해 필요한 조치들을 부차적인 비용이나 규제로 보지 말고 안전을 위한 투자는 지금이 바로 ‘골든타임’이라는 인식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촌철살인의 대가 마크 트웨인이 이런 말을 했다.
“우리는 그 일이 일어날 것이라는 사실을 모르기 때문이 아니라, 그런 일이 일어나지 않을 것이라는 막연한 믿음 때문에 위험에 처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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