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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화하는 세계와 갈 길 잃은 정치

자유롭고 평등한 세계, 행복한 사회 만들기 위한 새롭고 다양한 접근법 필요

▲ 채수찬 경제학자·카이스트 교수

온 세계의 정치가 갈 길을 잃었다. 민주주의를 하고 있는 나라들의 선거마다 예측 불허의 이변이 일어나고 있다. 작년 영국의 유럽연합 탈퇴를 배경으로 등장한 메이 총리는 최근 의회 선거에서 집권 보수당의 과반 확보에 실패하였다.

 

반년 전에 민주당에서 공화당으로 정권교체를 이룬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벌써 탄핵이 거론될 정도로 흔들거리고 있다. 이런 현상들은 영국과 미국에서 진보와 보수 세력의 싸움이 팽팽한 데서 오는 것이라고 해석할 수도 있다.

 

그런데 프랑스를 보면, 불과 한달 전에 의회 의석 없이 취임한 마크롱 대통령의 중도파 신당이 이번 의회 선거에서 압도적 과반수를 차지하여 그 동안 프랑스 정치를 주도하던 좌파와 우파를 모두 구석으로 몰아냈다. 유권자들이 진보세력도 보수세력도 대안이 아니라고 판단했다는 해석이 가능하다.

 

우리나라의 정치도 크게 다르지 않다. 탄핵 정국으로 진보세력에 기반한 민주당 대통령이 선출되었으나, 국회에서는 진보와 보수 사이에 큰 의석 차이가 없어 중도노선의 국민의당이 모든 사안에서 결정권을 행사할 수 있는 구조로 되어있다.

 

원래 정치 싸움에 중도 세력이 설 땅은 크지 않다. 역사는 어떤 방향성을 가지고 왼쪽이든 오른 쪽이든 한 쪽 경계를 넘어서 진행하는 경향이 있기 대문이다. 그래서 우왕좌왕하는 지금의 세계의 정치는 길 잃은 상황에 처해 있다고 볼 수 밖에 없다. 정치가 풀어야 될 문제를 풀지 못하는 게 그 원인이다.

 

이럴 때는 한 발 물러서서 보다 긴 역사적 관점에서 현재를 바라보는 것이 유용할 것 같다.

 

지난 500년간 인류는 과학기술의 진보, 산업혁명, 그리고 민주주의 혁명을 통해 비약적으로 진보해왔다. 19세기 후반부터 20세기 후반까지 100년간은 집단적 평등을 추구하는 사회주의 세력과 개인적 자유를 중시하는 시장주의 세력간에 폭력을 수반하는 경제체제 대결이 있었다.

 

시간이 지나면서 두 세력간의 각축은 혼합형 경제체제 안에서의 정치적 경쟁으로 순화되었다. 경쟁의 초점은 누가 옳으냐 하는 이념의 문제가 아니고, 누가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느냐 하는 실용적 대안의 문제가 되었다.

 

세계 경제는 기술 진보와 시장 확대를 통해 계속 성장하고 있으며 이에 따라 삶의 질도 향상되고 있다. 그러나 개인간 그리고 집단간의 평등의 문제는 아직 해결되지 않고 있다. 경제학에서는 인간의 행복을 물질적 풍요를 주요 구성요소로 하는 절대적인 자로 재려고 한다. 고등 종교에서는 인간의 행복을 물질적 풍요와는 관계 없는 또 다른 절대적인 자로 재려고 한다. 현실 세계에서 인간의 행복은 상대적인 것이다. 같은 사회에서 살아가는 다른 사람의 삶이 비교 대상이 된다. 평등이 행복에 중요한 이유다.

 

평등 사회를 이루기 위한 방법의 하나는 소득과 부의 재분배다.

 

그런데 빠르게 성장이 진행되고 있는 사회에서 재분배를 통해 평등을 이루는 데에는 한계가 있다. 성장 과정에서부터 분배가 잘 이루어지게 하는 방법들을 활용하지 않으면 안 된다. 하나의 해결책에 기대하기 보다는 여러 가지 방법을 찾아야 한다. 경제 전반에 대한 거시적인 해결책과 각 부분에 대한 미시적인 해결책의 조합이 필요하다. 거대담론 보다 실용적인 문제해결이 요구된다.

 

온 세계에서 정치가 길을 잃었다. 기존의 접근법이 무력해졌다. 자유롭고 평등한 세계, 행복한 사회를 만들기 위해 새롭고 다양한 접근법으로 문제를 풀어 나가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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