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북지역 경제난으로 집단 우울증 걸릴 수도…서로 보듬어 치료해야
얼마 전 가까운 선배를 만나 들은 이야기이다. 선배는 서른 즈음의 아들이 한 달이 넘도록 방문을 걸어 잠그고 바깥으로 나오지 않는 데다가 소통 의지도 보이지 않았다고 했다. 그러던 중 아들로부터 선배에게 쪽지가 건네어졌는데 몇백만 원의 돈을 빌려주면 시간을 두고 갚겠다는 내용이었다고 한다. 끈질기게 대화를 요청한 결과 자초지종을 듣게 되었는데, 선배의 아들은 대학 졸업 이후에 연이은 취업 실패로 인한 스트레스를 받아왔고 이런 정신적 압박에서 벗어나기 위해 소액의 물건을 하나씩 사 왔는데 그것의 카드 대금을 내지 못한 것이 이자와 함께 점차 불어나 갚아야 할 돈이 일 년여 만에 수백만 원에 달하게 되었다는 얘기를 꺼내어 놓더란다. 부모님을 실망하게 해드리고 싶지는 않고 자기 힘으로 해결할 방법은 보이지 않아 막막하고 두려워서 방 안으로 더욱 숨게 되었다는 아들을 돕기 위해 찾아간 병원에선 주요우울장애, 통칭 우울증으로 진단해주었다는 이야기도 전하였다.
우리는 우울증에 빠져 곤경에 처한 사람들의 이야기를 심심치 않게 전해 듣는다. 우울증은 전 세계의 오랜 고민이자 한국사회가 풀어야 할 주요 문제이다. 2016년 보건복지부에서 발표한 역학 조사를 보면 우리나라의 우울증 유병률은 5.1%라고 한다. 자살 및 자살시도는 우울증과 밀접한 연관이 되어있다는 연구결과들을 볼 때 이는 간과할만한 수치가 아니다. 게다가 우울증은 조기 사망으로 인한 수명의 손실과 장애로 인한 건강한 삶의 손실의 합으로 평가하는 질병 부담이 높은 질환이기 때문에 사회에 경제적으로 큰 손실을 입힌다. 그런데 이 우울증의 원인이 매우 다양한데도 우리 사회에서는 심리적, 신체적 원인과 같은 개인적인 문제를 부각하고 사회적 원인은 간과하는 경향이 있다. 특히 취직하지 못하고 우울증을 겪고 있는 이들에게 우울증을 벗어나기 위해서는 사회, 문화, 경제적인 문제들이 해결되어야 한다는 지적보다는 자존감을 높여야 한다거나 더욱 열심히 노력해야 한다는 조언이 빈번히 이루어진다.
스웨덴의 야크은행은 기존 은행 시스템의 대안으로 만들어진 협동조합 은행이다. 우리나라에 이 야크은행과 같은 무이자 저축·대출을 내세우며 출범한 은행이 있는데 그 이름은 희년은행이다. 이 희년은행은 취업 준비기간이 길어지면서 대출금으로 생활할 수밖에 없었거나 직장생활 중에도 학자금 대출 등의 부채를 갚아야 하는 청년계층 중에서 고금리 대출금 상환에 허덕이고 있는 이에게 무이자 전환 대출을 해주는 사업을 주로 하고 있다. 희년은행의 관계자와 만나 얘기를 들을 기회가 있었는데 이 은행이 ‘사회적 금융’을 지향하기 때문에 대출 신청자와 상담이 많다고 했다. 그런데 상담을 하면서 일관되게 대출 신청을 하는 이들의 마음이 피폐하고 상처로 갈가리 찢겨 있는 느낌을 받는다고 했다. 그는 이들의 마음을 회복시켜주는 것이 무엇보다도 시급한 일처럼 생각된다고 말했다. 경제적 궁핍은 우울증의 주요한 원인인 것이다.
지난달 군산조선소가 가동 중단되었다. 약 4700명의 비정규직 종사자들이 일자리를 잃게 되었다. 이들이 겪을 상실감과 정신적 고통을 생각하니 마음이 괴롭다. 김승섭 교수 연구팀의 해고자의 75.2%가 우울 및 불안장애를 겪는다는 보고서를 떠올리게 된다. 경제적인 어려움으로 집단 우울증에 빠질지 모를 군산과 전북의 회복을 위해 지자체와 시민들이 마음을 모아 노력과 관심을 기울여야 할 때이다. 서로를 보듬어 병을 고치는 전북을 꿈꾼다.
△정우주 대표는 전북대 의대를 졸업했으며 우주마취통증의학과 원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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