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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는 강물처럼 흘러가는 것인가

지금 사람사는 세상은 그 옛날보다 나아지고 달라진게 별로 없는듯

▲ 전일환 전 전주대 부총장

신라 제3대 유리이사금은 예수와 거의 같은 까마득한 그 옛날 ‘사람 사는 세상’을 열어 온 천하를 들끓게 했던 참으로 영명(英明)한 지도자였다. 2대 남해왕의 아들로 자형 석탈해와 왕좌를 놓고 서로 왕이 될 자격이 없다고 한 탓에 결국 잇금(齒線)을 잰 결과, 잇금이 커서 왕이 된 사람이다. 유리이사금 5년(서기 28년)11월, 나라를 행행(行幸)하다가 눈 속에서 얼어 죽어가는 노인을 발견하고 어의(御衣)를 벗어 덮어주며 이는 백성을 다스리지 못한 ‘나의 죄며 내 탓(여지죄야 予之罪也)’이라 하였고, 나라 안 곳곳을 조사하여 이런 어려운 사람들 모두 잘 살 수 있는 대책을 세우라 하였다.

 

그리하여 늙었으되 아내가 없는 홀아비 환(鰥), 늙었는데 남편이 없는 홀어미 과(寡), 나이가 어린데 부모가 없는 아이 고(孤), 늙었지만 자식이 없어 쓸쓸한 노인 독(獨), 늙어 병든 불쌍한 노병자(老病者), 혼자서는 살 수없는 자활불능자(自活不能者) 등 어려운 이들의 구제책을 마련하였다. 이런 소문이 이웃 나라까지 퍼지자, 백성들이 구름처럼 몰려들어 우리 임금 좋은 성군(聖君), 우리나라 좋은 나라라며 태평성대를 칭송하는 <도솔가(兜率歌)> 가 온 나라에 울려 퍼졌다.

 

작년부터 백성들의 촛불시위로 나라가 온통 난리법석이었고, 급기야 대통령탄핵과 특검정국 속에서 올핸 새 대통령이 선출되었다. 문재인 대통령은 적폐청산과 나라다운 나라를 재건한다는 정치철학으로 혼란스런 정국을 바른 궤도에 올려놓느라 동분서주하고 있다. 새삼 어디서나 지도자 한 사람이 얼마나 중요한지 가슴이 저려든다. 근 2,000년의 세월이 흐른 지금 사람 사는 세상은 그 옛날보다 나아지고 달라진 게 별로 없다는 생각이 든다.

 

이럴수록 율곡이나 보국(輔國)에 몸 바친 서애 유성룡, 충무공 이순신 같은 현자들이 그립다. 율곡은 임란이 일어나기 18년 전인 선조 7년(1574년)에 ‘조선의 큰집은 날이 갈수록 썩어가는 한 채의 집 같고, 나라의 기반은 나라가 아니다(기국비기국 基國非其國)’라는 <만언봉사(萬言封事)> 의 상소를 올렸다. 그리고 당시 7폐해를 지적, 그 대책을 세워야 한다는 <시폐칠조책(時弊七條策)> 을 지적한 뒤, 10만양병설도 내놓았다.

 

18년 후에 닥칠 왜란을 미리 예언하는 예지와 완벽한 국방대책이 우리들 마음을 섬뜩하게 파고들어 오히려 두렵게 한다. 442년 전, 조선정부의 7폐해가 지난 박근혜정부와 너무나 혹사하다는 점에서다. 첫째 임금과 신하가 서로 믿고 사귀는 게 없고, 둘째, 관료들은 맡은 일에 책임을 다하려고 하지 않으며, 셋째, 임금이 경연(經筵)에는 참석하나 별 관심이 없거니와, 넷째, 능력 있는 인재를 등용하려고도 않는다는 것이다. 다섯째, 천재(天災)가 내려도 그 대응책을 마련하지도 않고, 여섯째, 백성을 구제하려고도 않으며, 일곱째, 따라서 백성들도 착하게 살려고도 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마치 율곡 선생이 환생하여 오늘의 우리들 사람 사는 한심한 세상에 무서운 경고를 내리고 있다는 전율이 인다. 그게 아니라면 아놀드 토인비가 말한 것처럼 역사는 강물처럼 흐르고, 또 그렇게 흘러가는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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