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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안 그리고 김오성 조각가

금구원 조각 공원은  부안을 찾는 이에게 꿈을 꾸게하는 공간

▲ 정군수 석정문학관장

부안 변산의 겨울을 생각한다. 눈이 쌓이면 인적은 드물고 산의 고요는 더욱 깊어진다. 날아가는 새들도 보이지 않고 산짐승도 제 굴에서 나오지 않는다. 눈 쌓인 소나무가 무게를 이기지 못하여 부러지는 소리가 이따금 고요를 흔든다. 설해 입은 소나무를 눈 덮인 산이 에워싸고 어루만져주면 변산은 비경이 된다. 세한도처럼 담박한 문인화가 된다. 그 문인화가 걸린 부안은 이화우 시인 이매창과 촛불 시인 신석정이 살았던 고장이다.

 

그 문인화 속에는 또 김오성 조각가 산다. 아무리 눈이 쌓여도 망치와 정(釘)을 들고 작업장으로 나아가 눈을 쓸고 돌을 깎는 사내. 그가 망치로 정을 내리치는 소리가 산골을 울리면 갑자기 정적은 깨어지고 나무에 쌓인 눈이 후두둑 떨어진다. 그 소리에 멧새 한 마리 포르릉 날아 고요 속에 숨는다. 부안의 변산은 춥지만 돌을 쪼아내는 김오성 조각가의 손은 덥다. 불속에서 쇠를 달구는 대장장이 손처럼 땀이 밴다.

 

큰 돌을 보면 김오성 조각가는 여인을 생각한다. 거대한 화강암에 숨어있는 여인을 찾아내야한다. 억겁의 무게 속에 잠들고 있는 여인은 고조선 ‘공무도하가’에, 고려 ‘가시리’에, 백제 ‘정읍사’에 나오는 여인이다. 아니 그 보다 훨씬 먼 전생의 인연으로 점지된 어머니거나 아내의 얼굴이다. 그 여인을 돌 밖으로 나오게 하려고 눈 쌓인 겨울, 김오성 조각가는 변산의 눈을 쓸고 정으로 돌을 쪼고 있다.

 

어미닭이 병아리를 부화하기위하여 알을 품듯 김오성 조각가가 돌을 절차탁마한다. 그러면 돌 속에서 여인은 숨쉬기 시작한다. 그리고 생명의 눈과 귀와 소리가 만들어진다. 조각가는 돌에다 귀를 대고 소리를 듣는다. 돌 속에서 태어나는 생명의 소리를 듣는다. 어미닭이 달걀 속의 숨소리를 듣듯. 돌 안에서 여인이 돌벽을 두드리는 소리를 듣는다. 그 소리를 들으면 손은 빨라진다. 소리가 들리는 곳을 향하여 정을 대고 망치질을 한다.

 

‘줄탁동시( 啄同時)’가 이루어지고 있다. 병아리가 부화하여 껍질을 깨고 나올 때, 어미닭은 밖에서 껍질을 쪼고, 병아리는 그 소리를 듣고 안에서 껍질을 쪼아 세상으로 몸을 내민다.

 

어둠의 돌벽 안에서 여인은 벽을 두드리고, 조각가는 소리를 듣고 망치질을 한다. 드디어 돌문이 열리고 여인이 나온다. 돌문을 나오는 여인, 변산의 물과 바람으로 태어나는 여인, 그 여인의 눈에 눈물 고드름이 맺혀있다. 머리에 변산의 상고대가 피어있다. 김오성 조각가가 여인을 안아 좌대에 앉히면 금구원 조각공원에는 변산의 하늘을 우러르는 또 하나의 여인이 탄생한다.

 

금구원 조각공원의 뜰에는 90여점의 조각상이 호랑가시와 동백과 등나무와 살고 있다. 실내 전시관에 40여점의 소품이 서로 얼굴을 보고 있다. 모두 김오성 조각가가 부안의 정기로 빚어낸 작품이다. 부안의 하늘과 물과 바람으로 태어난 창조물이다. 부안의 자연과 합일된 예술품이다. 부안이 있어 매창이 태어나고 석정 시인이 태어난 것처럼 부안이 있어 김오성 조각가가 태어나고 그의 석조물이 탄생되었다. 금구원조각공원은 부안을 찾는 사람들에게 꿈을 꾸게 하고, 부안을 사랑하는 사람들에게 안식의 공간이 되었다.

 

부안의 별들은 아름답다. 별들은 왜 부안으로 흐르는가? 김오성 조각가의 천문대가 있어서다. 천문대를 보려고 별들은 부안으로 몰려온다. 1991년 11월 한국최초의 개인천문대가 이곳에 세워진 뒤 부안의 별들은 더 빛나고 아름다워졌다. 우주의 신비는 발견하는 자의 몫이기 때문이다. 김오성 조각가는 눈 쌓이는 겨울에도 자기 몸을 깎아 별밭을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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