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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심삼일이 되더라도

새해 설계와 결심은 새로운 시간을 맞는 예의이자 필수이다

▲ 윤철 전북수필문학회장

무술년 새해가 열렸다. 쉼도 없이, 끝없이 이어지는 세월의 중간 중간에 태양력이든 음력이든 나름의 1년을 나누고 매듭과 시작점을 정한 건 조상들의 지혜가 아닐 수 없다. 그렇지 않았다면 얼마나 지루했을까. 기관 단체나 개인을 막론하고 1년마다 성과를 중간결산하고 그것의 보람과 후회를 토대로 새로운 한 해를 소망하고 결단한다. 그래서 새해를 맞는 마음은 누구에게나 소망과 다짐으로 가득하기 마련이다.

 

작년 송년 모임에서 있었던 일이다. 참석자 모두가 돌아가면서 각자의 새해 소망과 결심을 밝히고 서로 덕담을 나누는 순서가 있었다. 그중에 두 친구의 말이 잊히지 않는다.

 

한 친구는 이제 늙어서 기력도 떨어지고 앞날에 대해 기대도 없이 그럭저럭 하루하루를 사는데 무슨 새해 소망이 있겠냐며 사양을 했다. 자기의 새해결심을 밝힌다는 것이 불편해서 그랬겠지만 정말로 앞날에 대해 기대와 소망이 없다면 문제가 아닐 수 없다. 기대와 소망은 삶의 의미이며 가치이기 때문이다. 이승의 마지막 끈을 놓는 그 순간까지도 기대와 소망을 버리지 않는 것이 인간의 본능 아니던가. 아마 그 친구에 대한 나의 염려는 분명 기우임이 틀림없으리라.

 

요즘 청년들은 자신을 오포를 넘은 칠포세대라고 부른다. 청년들이 취업난과 생활고 때문에 연애, 결혼, 출산, 인간관계, 내 집 마련의 다섯 가지를 포기했는데 이제는 꿈과 희망마저 포기해야 하는 현실을 자학하는 말이다. 아주 위험한 현실 인식이 아닐 수 없다. 꿈과 희망을 포기한다는 것은 삶을 포기한다는 말과 다르지 않다. 사람이란 누구나 고난을 겪으며 강해지고 밟히면 죽지 않기 위해 질겨지는 법이다. 웅크리고 주눅 들어 있는 청년들이 젊음을 한탄으로 허송하기보다 이루기 어려운 더 크고 엉뚱한 꿈을 꾸며 지금의 어려움을 죽을힘을 다해 이겨내는 당찬 새해 결심으로 당당히 일어서는 무술년이 되기를 응원하며 기도한다.

 

또 한 친구는 새해 결심을 해봤자 사흘을 못 넘기고 도로아미타불이 되니 이제는 아예 결심을 않기로 했다고 해서 좌중에 폭소가 터졌다. 그 친구만 그런 건 아니다. 어떤 결심이나 사흘을 넘기기가 쉽지 않다. 오죽하면 작심삼일이란 사자성어가 생겼을까. 그렇다고 구더기 무서워 장을 안 담글 수는 없지 않은가.

 

새해마다 하는 결심이 언제나 작심삼일로 끝났다고 해서 부끄럽게 알거나 의지가 굳지 못함을 자책할 일은 아니다. 다반사가 된 작심삼일이 부끄러운 것이 아니라 그것이 두려워 애초부터 결심하지 않는 것이 더 부끄러운 일이지 싶다. 작심삼일이 불 보듯 뻔하다며 결심 자체를 포기하는 것은 삶을 건조하고 무의미하게 만드는 요인이 된다. 기대와 소망, 그리고 그것을 이루고자 하는 결심은 긍정적인 발전과 찬란한 성공의 실마리며 삶의 의욕을 키우는 자양분이자 추동력이기 때문이다. 설령 작심삼일이 되더라도 정초의 새해 설계와 결심은 무술년에 대한 예의이고 필수 아닐까

 

이쯤에서 나의 새해 결심도 밝혀야 도리라는 생각이 든다. 명색이 문인으로 살고 있다. 올해는 내 글이 더 많이 읽히기를 소망한다. 그런 뜻을 이루기 위해 칼럼 필진에 참여했다. 신문칼럼만큼 매혹적인 글쓰기도 없다. 독자의 마음을 얻어 그들의 시각을 바꿔주고 잘하면 세상을 바꾸는 일에 작은 힘이라도 보탤 수 있는 사람 냄새가 나는 글, 찰진 칼럼을 쓰겠다는 결심이 작심삼일이 되지 않도록 단단히 챙겨야겠다.

 

△윤철 회장은 전북대 대학원 행정학 박사과정을 수료했으며 전주시 기획조정국장과 진안군 부군수 등을 역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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