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균형있는 문화정책이 아쉽다

전국 문화원 평균 예산 
4억9000만원인데 비해
전북 평균 2억4000만원

▲ 윤철 전북수필문학회장

문화만큼 멋진 말도 드물다. “민중문화, 청년문화, 사회문화, 조직문화”처럼 어떤 단어에 붙여도 어색하거나 불편하지가 않다. 다소 부정적 의미의 단어와도 적절히 호응하며 뭔가 있어 보이는 것처럼 격을 높이기까지 한다. 예술이란 단어도 그렇다. 예술은 문화와 분명히 다른 개념이지만 전문 예술가에 의한 순수예술의 영역을 넘어 대중화에 이르면 문화와 예술의 이미지가 서로 융합되어 구분이 어려워진다. 요즘엔 아예 한데 묶어 문화예술이란 복합어로 사용하는 경향이 있고 정책 분야에서도 문화와 예술을 포괄하는 문화정책이란 용어를 쓰고 있다. 이러한 언어적 변화를 굳이 따지는 것은 지방자치단체의 문화정책이 대중예술에 편중되고 있음을 지적하고 싶어서다.

동네 주민자치센터 곁을 지나다 보면 낭자한 장구 소리가 따스한 봄볕처럼 온몸을 휘감을 때가 있다. 나는 그럴 때 만화방창이란 단어가 떠오른다. 지방자치가 실시된 이후로 주민자치센터나 문화의 집에 가면 노래, 춤, 요가, 서예, 글쓰기 같이 예술이든 문화든 여가를 즐기며 끼를 발산할 수 있는 꺼리가 아주 많다. 마음만 먹으면 이곳저곳을 순회하며 하루 종일 취미 생활을 누릴 수 있는 프로그램이 지천에 널렸다. 이것들의 대부분은 대중예술분야임에도 그냥 대중문화라고 부른다. 어쨌든 지방자치로 인해 대중문화가 만화방창의 호시절을 맞은 건 사실이고 칭찬의 박수를 받을 일이다.

그러나 양지가 있으면 음지도 있는 법. 소프트웨어적인 대중문화 프로그램은 양적, 질적으로 크게 팽창했지만 하드웨어적인 문화기반시설은 상대적으로 더욱 취약해졌다. 지방자치제도가 시행된 지난 20여 년 동안 자치단체가 주도적으로 건립한 문화시설이 몇 군데나 되는지 손을 꼽아보면 그 실상을 쉽게 알 수 있다.

선출직들은 임기 내에 성과를 드러내고 그것을 표로 연결해야 다음 선거에서 이길 수 있으므로 너나 할 것 없이 마음이 조급하다. 그러니 장기간이 소요되고 예산이 엄청나게 필요한 문화기반의 확충보다 시간과 돈이 상대적으로 적게 들고 효과가 속 빠른 대중예술 프로그램을 선호할 수밖에 없다. 문화정책에 대한 이런 인식이 20여 년 이상 누적된 결과, 주민들의 대중문화 향수 기회는 크게 늘었지만 우리 도내의 문화시설은 부끄러울 정도로 낙후되어 있다. 전라북도예술회관은 건립된 지 35년도 넘어 화장을 진하게 한 노파의 주름진 얼굴 형상이다. 지역 문화의 계발과 전승을 주도하도록 지방문화원진흥법에 의해 설립된 전주문화원은 어떠한가? 전국 문화원의 작년도 예산 평균이 4억9000만 원인데 비해 전라북도는 2억4000만 원으로 전국평균의 절반을 밑돈다. 그나마 도청소재지인 전주문화원은 1억3000만 원에 불과하여 문화진흥사업은커녕 겨우 숨만 쉬고 있는 실정이다. 독립된 원사(院舍)도 없이 과거에 동사무소로 사용되던 건물의 한 모퉁이를 빌려서 쓰고 있다. 도청소재지는 물론 우리 전주와 규모가 비슷한 도시 중 독립된 문화원 건물을 가지지 못한 도시는 전주가 유일하다. 인접한 논산시의 경우 문화원만 해도 대지 2000평에 건물이 525평 규모로 우리 도의 예술회관보다 더 큰 규모를 자랑하고 있다. 부럽기도 하고 우리의 현실이 부끄럽기도 하다. 우리 지역 자치단체장들의 균형 있는 문화정책이 아쉬운 대목이다.

건물이나 시설이 그 지역 문화예술의 척도는 아니지만 문화기반시설은 문화예술발전과 지원에 대한 정책적 의지의 표현에 다름없다. 누가 뭐래도 전주는 문화예술의 도시 아닌가. 대중문화 확산에 걸맞게 전주의 랜드마크로도 손색이 없는 문화시설 하나쯤 건립한다고 해서 토를 달거나 반대할 시민은 없으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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