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주 군산간 26번 국도 번영로에 벚나무 대신 무궁화 심어 조성하자
전주 군산 간 26번 국도를 ‘번영로’, ‘전군도로’, ‘전군가도’ 등으로 부르고 있다. 이 길은 처음 호남평야의 쌀을 수탈하고자 1908년에 일제가 만든 신작로이기도 하다. 전군간 자동차 전용도로가 나기 전에는 전주, 익산, 김제, 군산으로 통하는 혈맥과 같은 중요한 역할을 했던 길이었다. 이 곳에 벚꽃을 심어 ‘벚꽃 백리길’ 이라는 명성을 얻은 것은 1975년 전북지역 재일동포들이 고향에 기탁한 성금으로 벚나무를 심어 벚꽃 터널이 생긴 뒤부터라고 한다. 이 길은 봄철만 되면 전국에서 상춘객들이 몰려들어 장관을 이루었고, 매스컴에서도 헬기를 띄워 ‘벚꽃 백리길’을 따라가며 생중계를 하였다. 하지만 지금은 옛날의 화려했던 명성은 사라지고 고목이 된 벚나무가 드문드문 서있을 뿐이다. 벚나무의 수령이 50년 정도라 하니 심은 햇수로 보아 남은 나무들도 고령으로 쓰러질 날이 얼마 남지 않았다. 지금은 관광객의 발길이 끊어진지 오래고 ‘벚꽃 백리길’ 이라는 수식어는 사람들의 기억 속에서 사라졌다.
요즈음 번영로에 접해있는 일부 지자체에서는 옛날의 명성을 되찾고자 예산을 세워 다시 벚꽃길을 조성하려는 계획을 세우고 있다 한다. 죽어가는 벚나무를 보고 고심 끝에 나온 방책이라 할 수 있지만, 필자는 더 숙고해서 수종을 다시 정하라고 건의하고 싶다. 1980년대만 하더라도 벚꽃은 상춘객을 불러 모으는 인기 품목이었지만, 지금은 각 지자체에서 무차별 공격을 하듯 많이 심어 발길 닿는 곳마다 넘쳐나는 것이 벚나무다. 그러나 개화 시간과 수령이 짧고 10월이면 칙칙한 잎으로 떨어져 앙상한 가지만 남는다. 다른 나무는 연륜이 깊어갈수록 고고한 모습을 보여주는데 벚나무는 흉물스런 모습으로 노년을 맞는다.
필자는 번영로에 ‘벚꽃 백리길’ 대신 ‘무궁화꽃 백리길’을 조성하라고 건의하고 싶다. 한 때는 벚나무 원산지가 제주도이고 또 벚꽃이 일본 국화가 아니라는 말들로 위로를 삼았지만, 번영로의 ‘벚꽃 백리길’은 이제 한 번으로 족하다고 생각한다. 우리나라 어느 곳에도 없는 ‘무궁화꽃 백리길’을 만들어 벚꽃축제 대신 ‘무궁화꽃 축제’를 우리 전북에서 열면 좋겠다. 우리의 무궁화를 미국이나 일본이나 중국에서 심고 가꾸겠는가? 이제 번영로는 도로의 기능보다는 무궁화와 더불어 관광과 문화가 공존하는 공간으로 조성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무궁화는 8월부터 피기 시작하여 9,10월을 보내고 가을저녁 산들 바람에 가슴이 시려올 때까지 끊임없이 피는 청초한 아름다움이 있는 꽃이다. 무궁화는 아침에 피었다가 저녁에 시들어서 깨끗하게 떨어진다 하여 ‘조개모락화(朝開暮落花)’라고 불리기도 한다. 지봉유설(芝峯類說)에 인용한 고금주(古今註)에는 ‘군자지국 지방천리 다목근화 (君子之國 地方千里 多木槿花-우리나라 지방 천리마다 무궁화가 많이 핀다)’ 라는 말이 나온다. 조선을 근역(槿域)이라고 부른 것도 여기에서 유래한 말이다. 이양하씨는 「무궁화」 수필에서 ‘자기 키만한 나무에서 수백송이의 꽃을 볼 수 있으며, 피고 지는 꽃송이를 센다면 몇 천 송이가 될 것’이라고 하였다. 권력의 무상함을 비유한 화무십일홍(花無十日紅)은 무궁화와는 거리가 먼 말이다.
무궁화는 일제 강점기에 우리 국민과 함께 수난을 당한 꽃이다. 일제는 우리 민족정신을 말살하려고 무궁화에 혐오스러운 누명을 씌웠다. 이제는 그 잔상에서 벗어났지만 아직 편견이 남아있는 듯하다. 무궁화는 우량한 품종으로 많이 개량되었다. 생명력과 병충해도 강하고 아름다운 빛깔로 많은 꽃을 피운다. 하루 빨리 우리 전북에서 열리는 ‘무궁화꽃 축제’에서 ‘무궁화꽃 백리길’을 걷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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