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망스럽다’는 사라져가는 순우리말 중 하나다. 흔히들 ‘짓궂다’라는 말로 대신한다. 그런데 이 둘은 뜻이 좀 다르다. 남들이 말리는 일만 골라서 저지르는 사람을 가리켜 시망스럽다고 한다. 그쪽은 등산로가 없어서 위험하니 절대로 가지 말라는 표지판까지 세워 놓았는데도 기어이 들어갔다가 구조헬기까지 출동시키면서 야단법석을 떨게 만드는 이들이 딱 그런 예다.
‘추락할 위험이 있사오니 난간을 넘어가지 마시기 바랍니다’는 어느 바닷가에서 발견한 표지판의 문구다. 그곳을 찾은 불특정 다수의 관광객 중에서도 특히 남다르게 ‘시망스러운’ 이들한테 읽으라고 그렇게 적었으리라. 이 문장에 쓰인 어구 중 세 가지가 눈에 띈다. ‘추락할 위험’과 ‘있사오니’와 ‘바랍니다’가 그것이다.
‘추락’은 당연히 ‘위험’한 일이다. 하나만 써도 충분하지 않을까. 그리고 지금이 무슨 왕조시대인가. 요즘에는 제아무리 높은 사람한테도 ‘있사오니’나 ‘하옵니다’ 따위의 극존칭은 쓰지 않는다. ‘바랍니다’는 뭐가 잘못일까. 흔히들 쓰는 말이긴 해도 자세히 들여다보면 이건 I hope 어쩌고저쩌고하는 영어 문장을 번역한 모양새다. ‘추락할 수도 있으니 난간을 넘어가지 마십시오’라고 쓰면 훨씬 간결하지 않을까.
혹시 알고 있는가. 인근 자체단체장이나 시설물 안전관리 책임자의 직책을 적어서 만든 이런 경고 표지판을 굳이 세우는 까닭을…. 시망스러운 이들일수록 시망스러운 짓을 벌였다가 막상 사고가 발생하면 책임을 물어 소송 따위를 거는 사람들이 적지 않다. 그런 일에 대비해서 ‘보험’에 가입해 두자는 ‘불편한 진실’이 숨어 있는 것이다. 물론 아니면 말고다. /우석대 문예창작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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