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기석 국립민속국악원장
‘보수의 수준이 높아져야 대한민국의 수준이 높아진다.’ 이 말은 정치판에서 비롯된 말이지만 전통예술에 종사하는 필자는 이 명제에 전적으로 동감합니다. 왜냐 하면 보수는 합의되고 검증된 전통을 지키는 것이고, 보수주의자는 옛것을 사랑하면서 옛 질서를 옹호하고 오래된 가치를 지지하는 사람들이기 때문입니다.
보수주의자는 남의 나라보다 자기 나라를 사랑합니다. 다른 민족의 이익보다는 자기 민족의 이익을 우선하는 자들로 민족의 이익에 외골수로 집착하기도 하지만, 한편으로 내 민족의 아픔을 누구보다 잘 알기에 다른 민족을 함부로 대하지 않는 사람들입니다. 이런 이유에서 나는 우리나라 보수의 표본으로 김구선생을 꼽습니다. 김구선생님은 <나의 소원> 에서 우리 민족이 갖춰야 할 덕목으로 이렇게 말씀 하셨습니다.“나는 우리나라가 남의 것을 모방하는 나라가 되지 말고, 높고 새로운 문화의 근원이 되고, 목표가 되고, 모범이 되기를 원한다.”, “내가 남의 침략에 가슴이 아팠으니 내 나라가 남을 침략하는 것을 원치 아니 한다.” 이러한 김구 선생의 정신을 계승하는 참된 보수주의자들이 많아지길 진심으로 기원합니다. 나의>
보수주의자는 자신의 땅에서 싹트고 배양된 의식주(衣食住)에 대해서 누구보다도 잘 아는 사람이어야 합니다. 역사의 터전이요 삶의 토대인 우리의 산하를 먼저 배우고 익히는 것이 전통이고 보수이기 때문입니다. 정신과 문화는 풍토를 기반으로 탄생하기에 보수는 한 알의 곡식에서도 한 소절 가락에서도 이 땅과 관련된 의미를 찾을 줄 알아야 하고 국악, 한식, 한옥, 한복, 등 우리의 전통문화와 예술이 왜 계승되고 발전되어야 하는지 그 당위성을 설득력 있게 자신의 논리로 펼칠 줄 알아야 합니다.
필자가 생각하는 참되고도 멋진 보수의 덕목은 우리말을 제대로 구사함은 물론 우리의 말결을 잘 살려 글을 짓고, 고전을 즐겨 읽으며 시의적절하게 고전의 한 구절을 낭송하면서 삶을 가다듬고 그 뜻을 오늘에 맞게 새길 줄 아는 사람, 한복을 즐겨 입으며 명절 때면 멋지게 옷고름을 매고 먼저 어른들을 찾아 인사드리고 젊은이들을 기다릴 줄 아는 사람, 나이 어린 사람들을 존대하려고 애쓰는 사람, 공경의 자세가 몸에 배어있으며 <단가(短歌)> 한 곡이나 판소리 한 대목쯤 멋들어지게 불러 재끼며 우리 국악을 듣고 추임새 한 자락으로 흥을 돋울 수 있는 사람, 등.. 이러한 덕목을 지니고 있는 사람이 진정한 보수, 멋진 보수주의자들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단가(短歌)>
또한 보수는 통일을 꿈꾸는 사람이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남과 북이 통일을 꿈꾸는데 있어 가장 시급한 문제는 오랜 세월 분단으로 인해 단절된 민족의 동질성을 회복하는 일입니다. 참된 보수라면 언어와 풍속, 영토를 공유했던 우리 역사에 대한 그리움과 열망을 지니고 있을 것이기 때문입니다. 보수의 특징 중의 하나가 자기의 원칙을 우선하는 단순성입니다. 따라서 보수주의자는 민족이 하나 되면 힘이 생기고, 나뉘면 힘이 약해진다는 선명한 사실에만 집중할 것입니다. 그렇습니다. 분단극복에 앞장 서는 사람이 참된 보수일 것입니다. 이런 보수주의자들이 더 많아지기를 진정으로 희망합니다. 마무리 삼아 시사(示唆) 하는 바가 큰 언어유희를 하나 소개합니다. ‘잘 못된 것을 손보며 수리하는 것이 보수이고, 다른 사람보다 부지런히 보수(補修)하고 또 보수하는 진짜 보수가 진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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