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전기사 다음기사
UPDATE 2025-11-06 21:35 (Thu)
로그인
phone_iphone 모바일 웹
위로가기 버튼
chevron_right 오피니언 chevron_right 새벽메아리
일반기사

1년 남은 총선, 무엇을 얻고 무엇을 버릴 것인가

윤석 (주)삼부종합건설 대표
윤석 (주)삼부종합건설 대표

생물학자 민경진 교수(인하대)는 10여년 전 사극드라마를 보다가 문득 조선시대 내시 수명이 궁금해졌다. 민교수는 연구팀을 꾸려 17세기와 18세기 조선시대의 ‘양세계보(환관족보)’를 분석했고 내시 81명의 평균수명을 도출했다. 그들은 평균 70세를 살았고 그 중 3명은 100살 넘게 살았던 것으로 나타났다. 당시 임금의 평균수명은 47세였고, 양반은 51세였다. 이 연구 결과는 저명한 국제저널 ‘최신 생물학(Current Biology)’에 실리는 등 화제를 모았다.

조선시대 내시가 왕이나 양반보다 1.5배 오래 산 이유는 무엇일까. 이에 대한 연구팀 설명이 흥미롭다. 후손을 남기는 데 쓸 힘이 늙지 않는 데 쓰였다는 것. 노화의 이유는 세포손상이다. 번식활동을 할 수 없게 된 육체는 남는 에너지를 손상세포를 치유하는 데 쏟아 부었고 그 결과 노화가 늦춰졌다는 분석이다. 이는 생물학자 토머스 커크우드의 일회용 신체이론(Disposable soma theory)의 골자기도하다. 실제로 신체가 사용할 수 있는 에너지는 한정돼 있다. 그 한정된 에너지는 신진대사, 세포 치유, 체온유지, 번식 등의 활동에 적절히 분배되도록 우리 몸은 설계돼있다. 한 쪽이 소홀하면 그만큼 다른 쪽이 왕성해진다.

물리학에서도 비슷한 내용이 발견된다. 이른바 질량보존의 법칙. 물질의 형태가 이래저래 변해도 그 형태를 합한 질량은 변치 않는 다는 게 핵심이다. 라부아지에(Antoine-Laurent Lavoisier)는 이 법칙으로 화학의 아버지가 됐다. 그러나 인문학이나 사회학 영역에서도 이 법칙이 자주 인용된다. 예를 들어 행불행의 총량은 정해져 있으니, 불행이 연속되면 이제 행복할 일만 남았다는 새옹지마식 위로다. 사회 양극화 현상을 설명할 때도 쓰인다. 부나 자원은 한정돼 있으니 어느 한쪽이 지나치게 가져가면 남은 대다수가 가난해진다는 식이다. 경제학에선 이를 제로섬(Zero-sum)으로 표현한다. ‘한쪽 이득+다른 쪽 손실=0’이 된다는 게임이론이다.

살면서 뭔가를 얻으려면 다른 뭔가를 버려야한다는 것을 우리는 경험칙으로 안다. 복잡한 연구를 통해 증명하지 않아도 말이다. 결국 우리는 ‘무엇을 선택할 것인가’라는 질문을 마주하게 된다. 한정된 세상 속에서 얻어야 하는 것과 포기해야할 것을 골라내는 건 모두에게 주어진 어려운 숙제다. 이 숙제를 푸는 방법 중 하나가 바로 ‘선거’다. 우리 대신 중요결정을 해줄 지혜로운 자를 고르는 일말이다. 정치는 한정된 재화나 가치를 권위적으로 분배하는 일이다. 정치인은 우리가 무엇을 취하고 무엇을 버릴 건지 ‘권위를 가지고 대신 택해줄 사람’이다. 따라서 별 고민 없이 투표한다는 건 (비유적으로 말하면) 우리가 왕 대신 내시가 되어도, 평온한 삶 대신 부침이 심한 삶을 살아도, 부유층 아닌 대다수 빈민층에 속하게 되어도 관계없다는 것과 같다.

21대 총선이 1년 남았다. 우리 지역도 벌써 분주하다. 환하게 웃는 예비후보들 얼굴이 길에서 보이기 시작한다. 언론노출 빈도도 잦아진다. 앞으로 남은 기간 동안 후보자들은 인생을 걸고 선거준비를 할 것이다. 유권자에겐 투표준비기간이다. 유권자도 인생을 걸고 고민해야한다. 남은 삶에서 무엇을 얻고 무엇을 내려놓을지 말이다.

 

저작권자 © 전북일보 인터넷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다른기사보기

개의 댓글

※ 아래 경우에는 고지 없이 삭제하겠습니다.

·음란 및 청소년 유해 정보 ·개인정보 ·명예훼손 소지가 있는 댓글 ·같은(또는 일부만 다르게 쓴) 글 2회 이상의 댓글 · 차별(비하)하는 단어를 사용하거나 내용의 댓글 ·기타 관련 법률 및 법령에 어긋나는 댓글

0 / 400
오피니언섹션